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방지하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보장성 강화에 30조 6천억원을 투입하고, 모든 의학적 비급여의 급여화, 비급여 통제기전 마련이 보장성강화 대책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만 중점을 둘 경우 진료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임기 동안 추진할 보장성 강화대책을 제시했다.
모든 의학적 비급여는 건강보험으로 편입
정부는 '비급여의 점진적 축소'가 아니라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미용‧성형 등을 제외하고, 2022년까지 MRI, 초음파 등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모두 급여 또는 예비급여를 통해 급여화한다.
효과는 있지만 가격이 높아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는 본인부담률을 30~90%까지 차등해 우선 '예비급여'로 적용하고, 3~5년 후 평가해 급여, 예비급여, 비급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예비급여 추진 대상은 3,800여 개로 실행 로드맵에 따라 2022년까지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급여·예비급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전문가 논의를 거쳐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로드맵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우선 기준 비급여의 횟수‧개수 제한은 2018년까지, MRI‧초음파는 별도 로드맵을 수립해 2020년까지 해소하고, 남용되지 않도록 심사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건별 심사에서 기관 총량심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약제는 약가협상 절차가 필요한 특성 등을 고려해 현재의 선별등재(positive) 방식을 유지하되,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하는 선별급여를 도입한다.
예를 들어 위암에 급여중인 항암제가 다른 암에는 경제성이 미흡해 급여가 어려웠다면 사회적 요구도 등을 고려해 환자 본인부담률을 30~90%로 차등해 급여화하겠다는 의미다.
생애주기별 한방의료 서비스도 예비급여 등을 통해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된다.
국민부담이 큰 3대 비급여 실질적 해소
선택진료는 2018년부터 완전 폐지되고, 의료기관의 수익감소는 의료질 제고를 위한 수가 신설, 조정 등을 통해 보상한다.
상급병실료는 2018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다만, 1인실은 중증 호흡기 질환자, 출산 직후 산모 등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1~3인실 본인부담은 상급병원 쏠림현상을 감안해 기존 본인부담금(20%) 보다 높게 책정한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공 병상도 대폭 확대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간병인과 보호자 등의 병실 상주를 제한하고, 전문 간호인력 등이 입원서비스를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앞으로는 수술 등으로 입원한 급성기 환자가 간병이 필요하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2022년까지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병상을 10만 병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새로운 비급여 발생 차단
기존의 비급여 해소와 함께 새로운 비급여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신포괄수가제 적용 의료기관을 대폭 확대한다.
신포괄수가제는 기존의 행위별수가제와 달리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한 진료(입원료, 처치료, 검사료, 약제 등)를 묶어서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적정 수가를 보전하고, 비급여 감축 목표 설정, 의료기관 인센티브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한 항목이 새로운 비급여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급여 또는 예비급여로 편입하고, 남용 우려가 있는 경우 실시 의료기관을 제한한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관계도 재정립한다.
실손보험은 비급여 진료의 가격 장벽을 낮춰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유발하고, 진료비와 보험료가 상승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의료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도록 금융위와 협조해 공·사보험 연계법을 제정하고, 공·사보험협의체(복지부, 금융위)를 통해 보장범위 조정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개인 의료비 부담 상한액 적정 관리
정부는 노인, 아동, 여성 등 경제‧사회적 취약 계층에 대한 필수적 의료비 부담도 대폭 경감한다.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치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밀 신경인지검사, MRI 등 고가 검사들을 급여화하고, 중증 치매환자에게는 산정특례를 적용해 본인부담률을 대폭 인하한다"고 강조했다.
산정특례는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자 등에 대해 본인부담률을을 5~10%로 경감하는 제도다.
미래 세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아동 입원진료비 본인부담 경감 적용 대상과 폭을 대폭 확대해 6세 미만 입원진료비 10% 부담에서 15세 이하 5% 부담으로 개선한다.
부족한 어린이 재활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2018년 어린이 전문재활치료 수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2019년 이후 권역별 어린이 재활병원도 확충하기로 했다.
만 44세 이하 여성에게 정부 예산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하던 난임 시술(인공수정, 체외수정)은 올해 10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요구도가 높은 부인과 초음파는 기존 4대 중증질환자에 한정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던 것을 2018년 모든 여성으로 확대한다.
한편, 정부는 보장성 강화 대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일차의료 강화, 안정적인 진료 환경 조성, 의료질 개선 등도 병행해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이 경쟁하지 않고 고유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수가 체계 개선 등을 통해 기능 재정립을 추진하고, 일차의료기관과 지역거점병원의 역량 강화를 지원해 불필요한 대형병원 이용을 줄이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급여가 수익 보전으로 활용됐던 현실을 감안, 의료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적정하게 수가를 보상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보장성 강화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2022년까지 총 30조 6천억원의 건보 재정을 투입한다.
아울러 보장성 강화 대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확대하고, 보험료 수입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국민 부담 의료비는 2015년 기준 50만 4천원에서 41만 6천원으로 약 18% 감소하고, 비급여 부담도 6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5년 63.4%에서 2022년 70%로 높아진다.의료계의 걱정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기관이 비보험 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한 보험수가를 보장하겠다"면서 "의료계와 환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의료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진료왜곡 심화 우려"
의사협회는 이날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입장을 통해 "의료전달체계를 고려하지 않고 건강보험 보장률에만 중점을 둘 경우 누적된 저수가로 인한 진료왜곡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의협은 "건강보험 제도의 고질적인 저부담-저급여-저수가 해결을 위해 우선적으로 적정 부담에 대한 국민과 사회의 인식 전환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기존 급여 항목에 대한 적절한 보상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반과의사회는 이번 비급여 대책이 반 헌법적 작태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일반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헌법의 근간인 자유주의, 시장경제, 자본주의 자체를 무시하는 반 헌법적 정책 폭력"이라면서 "그 목적과 취지가 나름대로 당위성이 있다 하더라도 시행해서는 안되는 반 헌법적 작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반과의사회는 "모든 비급여를 단기간 전면 급여화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금방 한계를 드러낼 것이고 이것을 지탱하기 위해 건강보험료를 대폭인상하거나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비를 대폭 줄여야 하는데 이 두가지 모두 큰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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