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1.03 08:59최종 업데이트 20.11.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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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활동 이어가는 봉직의 투쟁체 병의협 비대위 "지속적인 투쟁을 위한 노력과 봉직의 강경 투쟁도 각오

정재현 위원장 "의료 문제 한눈에 알 수 있는 포스터 50여장 제작...의사수 중 가장 많은 봉직의들의 조직화와 의식화"

 
"대통령님, 첩약 급여화·공공의전원 전에 신생아 중환자부터 지원해주세요."
"내 세금으로 남원땅은 누가 사셨소? #공공의전 게이트 #시가 5배 보상"

"의협 대의원 여러분,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과 함께 싸워 주십시오."
"의사의 자살을 권하는 정부, 의사의 자살을 막기 위해 2007년 삭제됐던 파산선고 후 복권까지 의료인 면허 취소법 2020년 다시 발의"

"의료계 삼전도의 굴욕!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의사와 의대생들의 투쟁이 사과할 일인가요?"
"당신을 수술하는 사람이 의사가 아니라면…PA 합법화=대리수술 합법화 동의하십니까?"
 
정재현 병의협 비대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병의협 비대위)가 지난 9월부터 두달 간 만든 50여장의 포스터가 의료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포스터는 한 눈에 알기 쉽게 의사들에게, 대한의사협회 대의원들에게, 때로는 일반인들에게 의료 문제의 중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병의협 비대위는 지난 9월 초 봉직의들의 투쟁체로 조직돼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재현 병의협 비대위원장으로부터 병의협 비대위 출범 배경과 봉직의들의 투쟁 준비에 대해 들어봤다.  

정재현 위원장은 "봉직의들의 파업 준비를 위해 노조의 필요성을 의사사회에 부각시키고 전국의사노조와 각 병원 노조 설립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만약 노조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상태로 파업이 이뤄진다면 사직 투쟁과 같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원천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의정합의 이후 의료계 혼란을 잠재우려면 1차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한 사람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며 "또한 의료계는 더이상 정부를 향해 본4 의대생들의 국시문제 해결을 요구하지 않고 정부가 문제의 책임을 전적으로 지면 된다"고 강조했다.  

-병의협 비대위는 언제, 어떻게 구성됐나. 병의협 비대위의 설립 배경과 취지가 궁금하다. 

지금까지 대한의사협회 회원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직역인 봉직의는 제대로 조직화되지 못했다. 아무래도 전공의, 전임의, 개원의 등 사이에서 거쳐가는 직역이라는 인식이 그동안 강했기 때문에 의사 사회 내부에서도 굳이 봉직의가 조직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서비스가 의원 중심에서 병원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개원의 보다는 봉직 생활을 오랫동안 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전체 의사 수에서 봉직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크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병의협은 봉직의들의 조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젊은 의사 중심으로 의사 및 의대생 투쟁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병의협 집행부 내부에서 봉직의들도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 봉직의 조직화와 의식화를 위한 별도의 투쟁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형성됐다. 그 결과 봉직의 조직화와 의식화를 위한 투쟁체로서 병의협 비대위가 만들어졌다. 투쟁이 한창일 때 병의협은 전국 봉직의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단체 오픈 채팅방을 권역별로 개설했고, 오픈 채팅방을 통해 투쟁에 뜻이 있는 봉직의들의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9월 초에 정식으로 비대위가 출범했다.
 
-병의협 비대위에서 주로 활동하는 비대위 구성원 수와 임원 등에 대해 소개해달라. 병의협 집행부와는 어떻게 따로, 또 같이 활동하고 있나. 

비대위원은 전국적으로 거주 지역이 다양하다. 현재는 추가적으로 지원을 받지 않고 30명 정도의 비대위원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후 상황에 따라 추가 모집도 고려하고 있다. 비대위원은 주로 봉직의로 구성돼 있지만 봉직의 조직화와 투쟁에 뜻이 있는 개원의들도 일부 같이 활동하고 있다. 

비대위원들의 프라이버시 문제로 구체적인 위원들을 소개하긴 어렵지만 대학병원 교수부터 종합병원 봉직의, 의원 봉직의, 개원의 등 다양한 인적 구성을 가지고 있다. 

비대위는 병의협 집행부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저를 비롯한 몇 명의 병의협 이사들도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병의협 회장은 비대위에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비대위 운영규정상 상임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사안이나, 병의협의 도움이 필요한 사안들은 회장과 논의하고 상임이사회에 보고해 일을 처리하고 있다.

-병의협 비대위 이름으로 포스터가 상당히 많이 제작됐는데 포스터 제작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 또한 포스터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저희가 제작해서 배포한 포스터가 현재 50여장이 된다. 성명서나 보도자료로 의견을 피력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읽어보지 않는다. 이에 이미지 한 장으로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시선을 끌 수 있게끔 제작하고자 했다. 

포스터에 담을 내용은 저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문구나 디자인 등을 토의해서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비대위원 중 포토샵 등에 능한 모위원이 전담해서 만들고 있다. 초안으로 포스터를 만들면 비대위 내부에서 수정 작업 거친 후 배포하고, 이후 회원들의 피드백도 받아서 수정할 부분을 수정하고 있다.

포스터를 통한 목적은 정당한 의사들의 주장과 목소리를 의사 사회 내부와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어떤 포스터는 일반 대중들을 타깃으로 만들고 때로는 일반 대중보다 의사 사회 내부에 보여주기 위한 포스터들도 있다. 의협 대의원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던 포스터들이 대표적으로 의사 사회 내부에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고, 공공의대나 한방 관련 포스터들은 일반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많이 배포하고 있는 PA(진료보조인력) 관련 포스터들은 내부와 외부 모두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의 포스터다.

-의정합의 이후에 의료계 전체가 일대 혼란에 빠져있다. 현 상황에서 의료계 혼란을 잠재울만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의료계의 혼란을 잠재울 만한 방안은 지난 1차 투쟁을 성공으로 이끌지 못한 사람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9월 4일 날치기 합의 이후 현 의협 집행부의 총사퇴 및 비대위 구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로 인해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집행부 탄핵안 상정이라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대의원들도 민초 회원들의 뜻과는 다른 결정을 내리면서 이미 의협이라는 조직의 신뢰도는 의사 사회 내부에서 바닥을 치고 있다. 

따라서 현 의협 집행부가 현재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혼란을 잠재울만한 묘수는 뾰족하지 않다. 다만 투쟁에 뜻이 있는 민초들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이들이 연대해 큰 세력을 이뤄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만 있게 된다면 희망은 있다고 본다.

-정부와 여당이 의대생들의 의사국가시험(국시) 재응시 기회를 주지 않으려하고 있다. 국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본4 국시 응시 문제에 대해서 저의 개인적인 사견을 말씀드리면 더 이상 의료계가 정부을 향해 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국시를 응시하지 못하면 본4 학생들의 소중한 1년이라는 시간이 허비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 결정을 내린 학생들 중에 상당수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본4 국시 응시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돼버렸고 어차피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다.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이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지만, 정부는 본4 국시 응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의료계가 여기에 응하면 응할수록 자충수에 빠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2700명 이상의 의사가 배출되지 않으면 가장 다급해지는 건 인턴 부족으로 곤란해질 수련병원들과 공중보건의 부족으로 곤란한 정부다. 의료계는 그동안 정부에 국시 응시 문제 해결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인지를 여러 차례 경고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가 지면 된다. 대신 의료계는 차라리 본4 국시 응시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본4 학생들을 위한 경제적, 학술적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시작했으면 한다. 아직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병의협 비대위에서는 본4 학생 및 투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의사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구상 중에 있다.

-만약 의료계가 두번째 파업을 하게 된다면 봉직의들이 어떻게 참여할 예정인가. 또한 병원장들의 반대로 봉직의들이 파업에 참여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한 별도의 대응책이 있는가.

기본적으로 파업은 노조화가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 투쟁 상황을 통해서 노조의 필요성을 의사 사회 내부에 부각시키고 전국의사노조 결성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각 병원의 노조를 준비하기 위한 움직임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병의협과 별도로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가 구성돼 활동하고 있고 여기의 위원장이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사노조위원장인 김재현 병의협 조직강화이사가 노조 활성화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 노조화가 제대로 이뤄지기 전에 지난 8월과 같은 파업 투쟁 상황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봉직의도 참여해야 한다. 다만 지난 투쟁 과정에서 보았듯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압박할 것이고, 병원은 파업 당사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사직 투쟁과 같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원천적으로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런 방법은 투쟁 참여 개개인의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보다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조직화와 의식화 작업이 더 치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비대위는 계속 노력할 것이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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