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이하 수가체계가 만든 '비급여' 관리 강화?…"정부 정책 실패, 의료개혁 순서 잘못 됐다"
정부안, '관리급여' 신설'·병행진료 금지 추진, 비급여 사전 설명· 의무화 핵심…의료계 "원가 보상 먼저해야" 비판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에도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비급여 관리' 방안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나왔다.
'비급여' 자체가 정부가 만든 원가 이하의 수가체계로 인해 탄생한 것임에도 '비급여 팽창'의 원인을 의사에게 돌리고 근본 대책인 수가 정상화를 뒤로 한채 가혹한 비급여 관리에 몰두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 속에 결국 실손보험사들의 이익을 위한 개편안이 아니냐는 환자들의 의혹도 제기됐다.
9일 보건복지부는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를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의료개혁특위 '비급여 관리안'…집중 관리 비급여 '관리급여'·병행진료 제한·비급여 설명의무
먼저 1부 '비급여 관리 개선대책'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 서남규 실장이 발표했다.
서 실장은 "비급여 관리의 목표는 '국민의료비 부담 완화 및 필수의료 강화'"라며, "꼭 필요한 치료는 건강보험 관리체계를 통해 안심 진료를 제공하고, 전반적인 비급여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비중증 과잉 비급여는 집중 관리하는 것이 추진 방향이다"라고 의료개혁특위가 마련한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의료개혁특위는 구체적인 추진과제로 ▲건강보험 역할 강화 ▲비급여 사용관리 강화 ▲비급여 상시 관리체계 강화 ▲비급여 관리기반 혁신 등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그중 서 실장은 ▲건강보험 역할 강화에 대해 "집중 관리가 필요한 비급여는 '관리급여'를 신설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고 과잉된다고 판단되는 항목에 대해 진료비, 진료량, 가격 편차 등에 따라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을 우선 적용해 100분의 95 또는 90 등 높은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비급여 사용관리 강화의 경우 불필요한 병행진료에 대한 급여를 제한하는 것으로 그간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던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급여·비급여 병행 필요성이 낮고 남용 우려가 높은 항목에 대해 병행진료 제한 비급여 항목을 고시해 일체 급여행위에 비급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서 실장은 "현재도 미용성형, 라섹 치료는 치료 목적이 아닌 것이라 병행진료 시 급여가 제한된다. 예를 들어 백내장 수술과 다초점 렌즈 삽입을 함께할 경우 백내장 수술비는 공단에 청구하고 다초점 렌즈는 비급여라 개인이 다 부담하는 상황인데, 이 두 가지 다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는 게 병행진료 금지의 내용이다"라고 소개했다.
서 실장은 "또한 비급여 재평가를 통해 비급여 사용목적과 대상, 방법 등 사용범위를 명확히 제시하고, 재평가 후 안전성 유효성이 부족한 비급여는 직권조정 근거를 신설해, 건정심 등을 거쳐 등재 목록에서 삭제하는 퇴출 방안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비급여 상시 관리체계 강화는 현재도 진행중인 비급여 모니터링 강화, 정보공개 및 환자 선택권 강화의 내용과 함께 비급여 진료행위시 사전 설명 및 동의 의무화 방안이 담겼고, ▲비급여 관리기반 혁신에는 비급여 관리를 위한 법체계 정비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원가 이하 '수가체계'가 만든 '비급여'…"원가 보상을 먼저 해 놓고 비급여·실손 관리해야"
뒤이어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정형선 교수를 좌장으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인하대병원 박현선 신경외과 교수는 "정부는 의료행위의 급여 인정에 있어 '규제'의 관점에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 비용 효과성까지 인정되면 급여로 인정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치료 효과성 등을 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모호한 척도로 논의를 하다보니 구멍이 나고 그 사이에 비급여가 들어올 수밖에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의료행위를 평가할 때 현재 식약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심평원 등 다 분절돼 있고, 자기들의 척도도 다르게 쓰이고 있다"며 "그것을 다 합쳐 무엇을 가지고 결정할 것인지 전문가들이 급여 우선 결정 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다음 모호한 부분은 의료 소비자가 결정해야 한다. 그럴 때 시민, 환자의 입장을 들어 사회적 요구도를 고민해 급여 정도를 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지영건 교수는 "미국에는 팁(tip)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비급여가 있다는 말이 있다. 팁이라는 것은 결국 손님이 주인에게 내야 할 인건비를 직접 받으라는 것이다. 비급여도 마찬가지다"라며 "보험료를 냈는데 공단이 의료비를 주는 것이 아니고 환자한테 직접 받으라는 제도"라고 말했다.
지 교수는 "미국도 팁이 없어질리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도 비급여를 받아 먹고 살라는 개념으로 진행돼 왔다"며 "우리나라는 의료공급자와 시민사회 단체가 서로 싸우고 있다. 급여 수가가 오르면 비급여를 줄이겠다고 하고, 시민단체는 비급여를 줄이면 급여수가를 올리겠다고 수십년 째 옥신각신하는 상태에서 실손보험사가 개입하면서 아주 공고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플로어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이봉근 보험이사(정형외과 전문의)는 질의응답 시간을 이용해 "비급여를 만들고 실손보험을 만든 것은 의사가 아니다. 정부와 보험회사가 만든 것이다. 결국 상급종합병원의 정형외과 원가 보존율이 60%이다. 환자를 보면 볼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대학병원은 그런 손해보는 과에 투자를 하지 않다보니 정형외과 의사들이 개원가로 흘러나가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보험이사는 "결국 이 비급여가 문제가 된 것은 정책적 실수인 것이다. 처음부터 잘못 만든 제도를 가지고 의사를 굉장히 부도덕하다고 몰아가면서 이번에 사단이 난 것이다"라며 "의사 없이 의료개혁을 이루고 의사들의 부도덕한 처방 패턴을 바꾸겠다고 광고한 정부에 불신이 굉장히 깊다"고 강조했다.
이 보험이사는 "도수 치료가 문제가 많이 되는데, 일반 물리치료 수가가 1000~2000원이다. 병원이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 놓고 비급여를 하게끔 만든 것은 정부 탓이다. 원가 보상을 먼저 해 놓고 비급여, 실손 관리를 하는 것이 맞는데, 실손 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라며 "따라서 정부의 의료개혁 순서가 잘못됐으며, 의료계의 목소리가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의협이 자정작용 노력을 안 한다고 하는데 의협이 회원에게 징계를 하면 오히려 소송을 당한다. 의협은 징계권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지 않는다“며 ”의사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권한과 기회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보험이사는 "향후 도수치료가 이상한 급여로 바뀌게 되면 10만원의 도수치료에서 9만 5000원은 환자가 내고, 정부가 5000원을 내는 꼴이 될 것이다. 이번 실손 의료개혁을 통해 국민이 스스로 내야 하는 자기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지영건 교수는 "오늘 개편안 중 병행진료 금지 내용이 나왔다. 병행진료가 필요하다고 예를 든 부분(백내장)이 하필이면 실손보험 회사들이 강조하는 항목이다 보니 실손보험회사에 도움이 되는 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병행진료 금지는 이미 해왔던 것인데 그간 기준이 모호했다. 병행진료가 '남용'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실손보험 회사가 타깃으로 하는 항목이 들어가다보니 의료인들도 오해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평세림병원 양문술 병원장은 "병행진료 제한의 경우 비급여 대상 항목의 가격과 사유, 대체 항목까지 설명하고, 그에 대한 동의서 작성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에 대해 동의하기 힘들다"며 "병행진료 시 급여 제한은 현재도 미용성형 분야는 금지돼 있다. 향후 급여 제한을 할 경우 그 분야에 대해 명시해야 하며 반드시 의료계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병원장은 "비급여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구하는 것 맞지만 정말 필요한 셀 수 없는 비급여 항목이 굉장히 많은데 이는 인력 낭비이며 환자와 의사 사이의 관계를 저하할 수 있다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또 그는 "비급여 진료비를 환산지수 계약 과정에 포함시키겠다고 했는데 왜 여기서 언급이 되는 지 잘 모르겠다. 비급여 진료가 앞으로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 같다. 이는 복지부 목표인 보장성 강화에도 반하는 정책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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