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개원의들의 잇단 자살과 관련, 방문확인(현지확인)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의사협회에 수습책을 제시하자 의료계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개선안을 덥석 수용한 의협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는 형국이다.
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는 12일 건보공단이 의사협회에 전달한 '방문확인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단체들은 지난해 개원의들이 보건복지부 현지조사, 건보공단의 방문확인과 관련해 잇따라 자살하자 조사 일원화, 방문확인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건보공단은 11일 개원의 자살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방문확인 제도 개선 방향을 의사협회에 전달했고, 의협은 이를 수용했다.
건보공단이 제시한 개선책은 ▲방문확인은 요양기관이 협의한 경우에만 실시 ▲자료제출 및 방문확인을 거부하거나 현지조사를 받겠다는 의견을 표명하면 방문확인 중단 ▲처벌보다 계도 목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의협 및 시도의사회 등과 협력해 다빈도 환수 사례 설명회 개최 ▲수진자 조회 등 방문확인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의원협회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의원협회는 "지금도 요양기관의 동의가 있어야만 공단은 현지확인을 실시할 수 있으며, 거부하면 조사를 할 수 없다"면서 "현지확인을 거부하더라도 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언급이 있어야 제대로 된 개선책"이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처벌보다 계도 목적의 제도가 운영되기 위해서는 현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의 개선이 우선"이라고 못 박았다.
모호한 급여기준에 의한 부당청구나 개원 초기 착오청구마저도 한번만 걸리면 현지조사를 의뢰하고, 개선의 여지나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바로 면허정지나 업무정지와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의원협회는 "단순히 설명회를 개최하고 교육을 하는 것이 계도가 아니라,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허위청구 또는 부당청구가 아닌 잘못된 제도에 기인한 불가피한 부당청구나 착오청구는 바로 처벌하지 않고 개선의 기회를 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이 수진자 조회 등 향후 방문확인 제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한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2017년 1월 발표된 공단의 방문확인 개정 지침에도 수진자 조회에 대한 개선방향이 적시되어 있지만 여전히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구체적인 개선안이 없는 선언적 협의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게 의원협회의 입장이다 .
의원협회는 "한마디로 현장에서 느끼는 공단의 자료제출과 현지확인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논의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료제출 및 방문확인 대상에 대해 요양기관단체와 미리 협의할 수 있는 논의기구 마련 ▲자료제출 및 방문확인 사유를 명확히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그 내용 이외의 다른 사안은 확인 금지 ▲수진자 조회 금지, 위압감이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언행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시 명확한 처벌규정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자료제출 및 현지확인 후 요양기관으로부터 조사과정에 대한 설문을 받고, 조사자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면 별도의 객관적인 기구에서 조사후 처벌할 수 있는 제도 마련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원협회는 "만약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공단의 자료제출 및 현지확인에 대한 전 의료계의 전면적인 거부만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전의총도 이날 "의협과 건보공단 간 엉터리 협의안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합의를 전면 백지화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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