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many men, so many kind #3.
진료를 보고나서 진료비를 내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료비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구?
그러게 말이다...
병원으로 걸려온 전화를 간호사가 받고 있는데
좀처럼 전화를 끊지 못한다.
" 왜그래? 무슨 일이야? "
" 환자분이 문의를 하시는데요... "
난감한 표정이다.
" 뭔데? 뭘 문의하는데? "
" 배가 아프시대요... "
" 내가 받을테니 진료실로 돌려줘요. "
전화를 돌렸다.
" 여보세요. 원장입니다. "
" 아, 예. 문의 좀 드릴려구요. "
젊은 목소리의 여자다.
" 예, 말씀하세요. "
" 저희 애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요. "
" 애기가 몇살이죠? "
" 11살이요. "
" 남자애인가요, 여자애인가요? "
" 남자요. "
" 배가 어디가 아픈데요? "
" 아랫배가 아프대요. "
" 언제부터요? "
" 아, 잠깐만요... 야, 너 언제부터 아팠어? 응? "
전화기 너머로 아들에게 물어보는 소리가 들린다.
" 한 3일 정도 되었다네요. "
" 많이 아파하나요? "
" 아니, 그런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야, 너 많이 아파? "
" ...... "
" 많이 아프다는데요. "
" 일단 병원에 한번 오시죠.
많이 아프니 의사가 직접 환자를 보는게
반드시 필요할 것 같네요. "
" 아... 꼭 가야되나요? "
"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의사가 보고, 듣고, 만져봐서 판단해야 하거든요. "
" 아... 혹시 맹장염일까요? "
" 그건 전화상으로만 물어봐서 알 수 있는게 아니구요... "
" 이만한 애들이 맹장염이 흔한가요? "
" 아뇨, 그렇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라서..."
" 아, 그럼 일단 맹장염일 가능성은 없는거네요? "
" 아니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맹장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예요. "
" 맹장염 증상은 아파서 떼굴떼굴 구르고 걷지도 못하고 그러는거 아니예요? "
" 아닙니다. 그건 엄청 심해져서 터지기 직전이나 되어야 나타나는 거라서... 저기요, 어머니. 일단 병원에 한번 오시죠. "
" 그럼 맹장염 증상은 뭔데요? "
병원에 오라는데 계속 딴소리...
" 일단 처음에는 명치끝이 아프던지 배 전체가 아프거나 배꼽주위가 아프다가 미식거리고 토하고...
저기요, 어머니... 이렇게 전화통화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요,
아이 배를 의사가 만져봐야 하는거니까... "
" 토는 안했는데... 야, 너 토했어? "
또 아이에게 물어본다.
" 토는 안했다는데요. "
" 꼭 토하는게 아니구요, 토할 수도 있다는거죠.
일단 의사가 만져봐야 해요.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오..."
" 맹장염이 아니면 어떤 병이 있나요? "
" 맹장염이 아니면 이 정도 나이의 아이들한테 가장 많은 것은 장간막 임파절염이라는게 있는데... "
" 그건 뭔데요? "
" 장간막에 있는 임파절에 염증이 생기는건데... 저기요, 어머니... "
" 장간막이 뭔데요? "
" 하아... 어머니, 이런 얘기를 전화상으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환자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
" 어머, 설명 좀 해 줄 수도 있잖아요, 애가 아프다는데... "
" 아이가 아프면 의사한테 먼저 보이시고 의사의 설명을 들으셔야죠. "
" 아까는 많이 아프대서 그럴려고 했는데, 지금은 또 쫌 나아보여서... 그럼 맹장염은 아닌거잖아요?
맹장염은 계속 아픈거 아니예요? "
" 증상은 여러가지로 나타날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고 해서 맹장염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피검사나 초음파 검사나 CT촬영이 필요할 수도 있는거라서..."
" 어머, CT도 찍어야해요? "
" 그건 의사가 보고 판단을 해야하는 건데요, 그러니까 일단 애를 보고나서... "
" 그럼 방사능 오염되는거 아닌가요? "
'헐... 방사능...'
" CT 찍는 정도로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이 위험한 수준은 아니구요,
저기요, 저희 병원 아니어도 좋으니까 가까운 소아과나 외과에 가셔서 진료를 받아보세요. "
" 아, 뭐, 지금 증상을 보고 원장님 얘길 들어봐서는 맹장염은 아닌것 같네요. "
"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의사가 아무도 안봤는데... "
" 뭐, 잘 걸어 다니고, 토하지도 않았고, 제가 보기엔 별로 아파하지도 않는것 같은데... "
" 아뇨, 그건 어머니가 판단하실 게 아니구요, 병원에 데려가서 의사가 보고나서 판단해야 하는... "
" 예, 예, 알았어요, 알았어... 설명 좀 친절하게 해주시지 자꾸 병원 오라구만... "
" 예? "
" 알았다구요... "
" 아, 그럼 병원에 오실건가요? "
" 생각 좀 해보구요. "
" 예? 아니 저기요... "
뚜뚜뚜뚜뚜....
병원에 환자가 오는 것은
자기가 어디 불편하거나 아픈 곳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치료를 받기 위함이지...
그럼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자기 몸인데도,
상태가 심각한데도,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환자들도 흔하다.
▶4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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