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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신과 함께 #1.

    "할아버지, 뱃속에 암을 30년 넘게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기사입력시간 19.05.31 14:00 | 최종 업데이트 19.06.02 12:48


    신과 함께  #1.

    "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신이야. "

    의사가 되기 전, 의과대학생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말이다.

    무슨 의미인지는 안다.
    아마 내가 의사가 되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의사가 되기 전부터 그렇게 되도록 교육받았다.

    " 다른 직업에서는 무식이 그 사람의 성공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문제로 그치지만, 의사가 무식한 것은 범죄다. "

    내가 학생 때 교수님의 말씀이었다.

    " 모르면 넘겨라. 환자 질질 끌고 있다가 죽이지 말고. "

    " 네가 그 칼로 환자를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도 
    메스를 잡을 수 있는 허락을 받은 것은 
    너희들의 지식과 몸짓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네 스스로가 깨우쳐야 된다는 소리다.
    의사는 신이 아니지만 신이 되어야만 하는 직업이다.
    지금이라도 무서우면 나가라. "

    그때는 그 말씀의 무게를 잘 몰랐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흐려진 기억속에 아마도 2007년 정도였으리라.
    페이닥터 때였다.

    70이 넘은 할아버지 한분이 할머니와 같이 외래로 들어왔다.

    왜소한 체격에 옷을 다 입고 있는데도
    확연하게 드러나는 복부팽만.

    "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

    " 배가 자꾸 불러와서... "

    이 연세에 복부팽만...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liver cirrhosis(간경변)로 인한 ascites(복수) 또는 malignancy(악성종양).

    " 일단 침대에 누워보세요. "

    주섬주섬 옷을 올려 침대에 눕는다.

    반듯하게 누워있는 환자의 Rt. flank(우측옆구리) 부분이 볼록하게 올라와 있다.

    " 할아버지, 언제부터 이러셨어요? "

    " 오래됐어요. "

    " 얼마나요? "

    " 솔찮이 됐어요. "

    " 한 일년 됐어요? "

    " 아뇨, 훨씬 더 됐죠. "

    " 한 십년? "

    " 아니, 더됐어요. "

    (뭔 스무고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딱 몇 년 됐다고 말해주라 제발... 별거 아닌 질문에 의사도 진이 빠진다고...ㅠㅠ)

    " 한 이십년? "

    " 한 30년도 넘었지... "

    ' 헐... 그런데 왜 이제야... '

    " 이게 처음부터 이랬어요? 왜 이제서야 오셨어요? "

    " 아니,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지.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조금씩 자꾸 커지더라고... "

    환자의 복부를 다시 보니 아주 흐릿하게나마 흉터가 있다.

    Rt. subcostal incision(우측 늑골하 절개)...

    " 할아버지 이건 뭐예요? 예전에 무슨 수술 하신 적 있어요? "

    " 아... 그거 쓸개 뗀거유..."

    옆에 있던 할머니가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언제요? "

    " 그것도 솔찮이 됐지. "

    " 그러니까 그 솔찮이가 언제냐구요. "

    " 아마 그것도 30년도 더 됐을거요. "

    " 그럼 이거 생긴 시기와 비슷한 거예요? "

    " 아니, 그건 아니고 수술을 더 먼저 했지... "

    " 아유... 이 냥반... 그거 수술 한거랑 이거 생긴거랑 비슷한 때 생긴거라니깐... "

    할머니가 껴든다.

    " 아이, 쓸데없는 소리 말엇! 내가 다 기억한다니깐... 수술을 훨씬 먼저 했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쯧... "

    할아버지가 쿠사리를 준다.

    " 아이구, 됐어요, 됐어. 할아버지! 이거 뭔지 모르니까 CT 좀 찍어볼게요. "

    " 암이여, 암. "

    " 예? "

    " 아, 암이라고... "

    할아버지가 진단을 내렸다.

    " 무슨 암인데요? "

    " 아, 그거야 나는 모르지... 암튼 암일거여... 뭐 죽을 때도 됐지. "

    " 아이, 이 냥반은 쓸데없는 소리는 자기가 하고 자빠졌네. 박사님, 그냥 찍어주세요. "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 예, 우선 좀 찍어볼게요. 
    그런데요, 할아버지, 이게 암이고 30년도 더 된 것이라면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셔도 네다섯 번은 돌아가셨어야 해요.
    뱃속에 암을 30년 넘게 가지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

    " 아, 나야 잘 모르니까... '

    CT를 보냈고 
    찍어왔다.


    ▶2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메디게이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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