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인에게 보상금의 30%를 부담케 하는 현행 분담방식이 내년 4월로 종료(일몰제)되는 상황에서, 국가가 보상금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일 개최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사업의 효율적 재원 운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의견이 주를 이뤘다.
불가항력의료사고 보상사업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분만 의료사고에 대해 보상하는 제도로, 2013년 시행됐다.
현재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뇌성마비 및 산모‧태아의 사망에 한정해 보상하고 있으며, 보상금은 3천만원 범위에서 국가와 의료인이 7대 3의 비율로 분담한다.
의료계는 의료인의 과실이 없을 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분만사고의 피해액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지속적인 반대입장을 피력해 왔다.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보상금 분담에 대한 의료계의 수용불가 입장은 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의료기관의 분담금 납부율은 70% 수준에 그치며, 3년간 단 10건만 보상(1억 9500만원) 됐을 정도로 집행률이 낮은 상황이다. 적립금 22억 6천만원이 불용액으로 남아있다.
효율적 재원운영 방안을 연구한 보건사회연구원 윤강재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되, 현행 분담비율을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윤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국가가 보상금 100%를 부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도 안전성과 이미 납부한 의료인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현행 비율을 유지하면서, 종별 차등화‧의료기관 분담율 고정 등 탄력적 분담비율 방안을 모색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산부인과뿐 아니라 다양한 학계 전문가, 환자단체까지 국가 완전부담 방식을 시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좌장을 맡은 동양대 보건의료행정학과 조재국 교수는 "출산 장려 차원에서 정부가 보상금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현재까지의 보상금 수준을 볼 때 정부가 크게 부담 느낄 정도가 아니며, 보상 혜택은 환자가 받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100% 부담이 옳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대 김소윤 교수 역시 "그 동안 정부와 환자 입장에서 많이 발언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면서 "의료인에 30%를 부담케 하는 방식을 폐지하고, 일본처럼 완전 국가부담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처음에 산부인과 영역을 가장 먼저 보상키로 한 것은 산부인과가 기피과가 된 상황에서 분만사고 위험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였는데, 현행 운영방식은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더 나아가 보상제도의 폐지를 촉구했다.
안 대표는 "제도운영 후 3년 간 겨우 10건 보상했다"면서 "보상제도를 아예 폐지하고, 출산장려 관련 법령에 의료사고 보상금을 100% 국가가 부담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는 대안"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정영훈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복지부도 국가 전액 지원을 반대하진 않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재정위와 협의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사실 의료기관 납부율 등을 볼 때 제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생긴다"고 털어놨다.
정 과장은 "제도를 폐지하고 차라리 저출산 방지책 일환으로 산모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면서 "정부는 법령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라 법령에서 합의만 되면 다양한 부분으로 움직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