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21 10:32최종 업데이트 23.09.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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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의학회, AI 무분별한 비급여 등재에 '우려'…"전문의가산료 절반 넘지 않아야"

"산업계만을 위한 정책에 반대…가능하면 비급여로 임시등재되는 일 없어야"

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 KCR2023.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 기조와 함께 AI 의료기기의 임시급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영상의학회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아직 의학적 가치에 대한 검증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일단 임시등재를 하려는 움직임은 국민 부담 증가는 물론 의료인력이 아닌 기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상 증가로 필수의료 기피 등 의료체계의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영상의학회가 20일 열린 국제학술대회 KCR2023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 AI와 같은 혁신의료기기에 대한 무분별한 비급여 임시 등재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AI 의료기기 무분별한 임시등재…불필요한 의료비 증가 우려, "기술 지정제도 개선 필요"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위위원회에서 '디지털치료기기, AI 의료기기 임시등재 방안'을 보고했고, 8월 중 디지털의료기기 임시등재의 기본원칙, 수가 산정방법을 포함한 건강보험 적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상의학회 이정민 회장(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은 "AI 의료기기 중 상당 부분이 영상의학과 영역이기 때문에 해당 논의에 꾸준히 참여해왔고, 이제는 AI 의료기기에 대한 건강보험 혹은 비보험 보상이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장은 "무분별한 등재에는 전문가로서 적절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며 "혁신의료기술 지정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영상의학분야 AI 의료기기 중에서는 3개의 기술이 혁신의료기술까지 지정돼 있다. 최초로 임시등재를 논의할 때는 혁신의료기술 지정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들어 혁신의료기기 지정이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혁신의료기술 지정도 속속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회는 이 과정에서 장비의 기술적 평가의 비중이 너무 높아 의학적 근거가 떨어지는 기술도 향후 임시등재 대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준일 학회 보험이사는(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이는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고, AI 기술 관련 사업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건강보험재정과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관련업체를 지원하게 되는 불합리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어 "혁신의료기술 지정에 단순한 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보다는 의학적인 가치가 좀 더 평가의 대상이 돼야 하고, 기술 지정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역할 커, AI 의료기기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아…가산료 50% 넘어선 안돼

무엇보다 정부는 디지털의료기기에 대한 임시등재를 원칙적으로 본인부담률 80% 이상의 선별급여로 도입할 예정이다.

학회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필수의료의 위기가 의료진의 노력이 아닌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상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등 AI 의료기기에 대한 보상 역시 적절한 수준으로 억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이사는 "영상의학회는 AI 의료기기에 대한 보상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산료인 전체 영상검사 수가의 10%의 절반인 5%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이사는 "영상검사에서 의료인, 특히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역할은 영상판독 외에도 △품질관리, △스케쥴링, △주치의 의뢰에 대한 답변, △영상검사 부작용에 대한 대처 등 다양하다"며 "영상판독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는 AI 소프트웨어의 가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가산료의 절반 수준도 과도해 보인다. 또 AI 의료기기는 가장 중요한 의료행위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영상의학회는 AI 의료기기에 대한 보상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산료의 50%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최 이사는 "AI 의료기기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를 이유로 영상의학과 전문의 및 의사의 판독료나 전문의가산료 등 의사인건비를 줄이는 결정은 절대 이루어져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 학회는 의료기기 업체들이 급여보다 훨씬 높은 수가를 받을 수 있는 비급여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최 이사는 "실제 일부 업체는 검사 수가의 30%에 달하는 비급여 비용을 청구할 계획을 제안하기도 했고, 현재 의료계와는 상당한 눈높이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라며, "이는 의사의 다양한 역할에 비하여 매우 적은 업무만을 담당하는 AI 의료기기의 대가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비급여로 지정되는 경우 현실적으로 가격을 통제할 기전은 없고, 비급여로 높은 비용을 받은 뒤 의사 판독을 포기하는 일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업체가 나쁜 의도를 갖는다면, 임시등재 기간에 높은 비급여 가격을 책정하여 수익을 얻은 뒤 이어지는 신의료기술평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시장에서 철수하는 도덕적 해이의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AI 의료기기 비급여 허용 시 지켜야 할 4가지 원칙 제시…산업계만을 위한 정책에 '반대'

따라서 학회는 AI 의료기기의 비급여를 허용할 경우 반드시 지켜야 할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는 AI 의료기기 적응증이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뇌경색 종류 판별 소프트웨어는 뇌경색이 확인된 환자에서만 사용돼야 하며, 뇌경색이 없는 환자들까지 해당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모든 뇌 MRI에 적용하는 등의 오남용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임시등재의 목적은 향후 신의료기술 평가를 위한 근거창출이므로, 이를 고려해 근거창출에 적절한 의료기관에서만 제한적으로 비급여를 허용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셋째는 제도적으로 가능하면 비급여 가격도 통제할 수 있는 기전(전체 수가의 10% 미만 등)도 적극 고려해야 하며, 가능하면 비급여로 임시등재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학회는 비급여의 경우, 반드시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판독을 받고 판독료를 청구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근거창출에도 반드시 필요하며 높은 비급여를 받은 뒤 판독을 포기하는 수익을 위한 AI 의료기기 사용을 막을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이사는 "대한영상의학회는 적절한 AI 의료기술의 건강보험 혹은 비급여에 의한 보상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단지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행위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보상을 받는, 의료에 기반을 두지 않고 산업계의 아이디어의 기반을 둔 정책에는 반대한다"며, "산업 발전을 위해 건강보험 재정이나 환자들의 부담을 늘리고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국민들을 실험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부조리를 피하기 위해 대한영상의학회가 제시한 의견들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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