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개발한 말라리아 진단키트를 이용하면 사람의 손끝에서 채취한 피 한 방울로 말라리아 감염 여부를 10분 남짓에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병원(혹은 실험실)을 칩 하나에 옮겨 놓은 것을 의미하는 '랩온어칩'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반도체 기술 덕분에 컴퓨터 성능을 휴대폰으로 옮겨놓은 것과 같은 이치다.
랩온어칩 기술은 이를 채용한 소형 기기 하나가 병원의 진단검사실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사람의 개입으로 인한 오류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하고 어디에서나 실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노을의 임찬양 공동대표는 "말라리아 진단 건수가 일 년에 8억 건 정도 되고, 말라리아 관련 전세계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3조 원에 달한다"며 "개도국에서는 원조를 통해서 검사 장비를 구입해야 하고 인건비에 많은 비용이 드는데, 랩온어칩 기술이 적용된 기기를 사용하면 관련 비용을 줄여 다른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동영 공동대표는 "혈액을 염색해서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100년 된 기존의 골드스탠다드 기술의 정확도가 60% 정도 밖에 안되는데, 이는 하루에 약 2백 명의 환자를 수용하다 보면 검사자의 개입으로 인한 오류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실험실 환경의 이슈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저개발국의 경우 이러한 환경 탓에 자동화 검사의 필요성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선진국에서 개발하는 고가의 랩온어칩 기술과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개발도상국에 맞춰 가격을 낮춘 기술을 구현하다 보니 혁신적인 제품이 나온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을은 임상시험도 직접 진행하고 있는데, KOICA 프로젝트로 캄보디아에서 IRB 승인을 받아 1만 명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동영 대표는 "말라리아는 사람과 모기가 동시에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어떤 지역 마을에 말라리아가 출현하면 해당 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스크리닝을 실시하고 약을 처방해 감염질환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증상 없는 환자들도 모니터링하고 감독해야 하는 이슈가 있는데, 이에 대한 솔루션을 노을이 내놓은 것이다"고 밝혔다.
미션을 바탕으로 고교, 대학 동문 4명이 뭉쳐 창업
노을은 '기존 기술을 혁신해 저개발국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업 아이디어로 네 명의 고교 및 대학 친구, 선후배가 뭉쳐 설립한 회사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의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아프리카에 자원봉사를 다녀온 이동영 대표는 랩온어칩기술을 아프리카를 비롯한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보급하려는 아이디어를 당시 VC로 활동하던 고교 동창 임찬양 대표에게 상의했다.
이동영 대표는 "일반 혈액분석도 말라리아 분야 연구를 하다 보니 추가로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발견한 것으로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말라리아 분야에서 먼저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게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질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글로벌로 도약할 기반을 갖추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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