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8.23 07:04최종 업데이트 22.01.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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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현장 중심의 정책 제안, 한국보건의료포럼 창립

[의대생 인턴기자의 선배의사 인터뷰] 강청희 전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 "기본 진료비 현실화, 진료과별 불균형 개선 필요"

사진=강청희 전 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메디게이트뉴스 정은별 인턴기자 원광의대 본1] "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직을 마치고 두 가지 일에 골몰하고 있다. 한 가지는 과거에 보건소장으로 근무했던 경기도 용인에 있는 수지구 예방접종센터 예진의사로 하루 150명 이상의 예진을 담당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한국보건의료포럼(KH 포럼)을 기획해 발족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강청희 전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한국보건의료포럼(KH포럼) 창립 막바지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의료포럼은 보건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현장 중심의 보건의료정책을 개발하고, 근거 중심의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단체다. 가입자단체부터 80여명의 내로라 하는 인물들이 참여하고 있다. 
 
강 전 이사를 흉부외과 전문의로,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을 거쳐 용인 기흥구보건소장과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를 역임했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강 전 이사를 만나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보건의료포럼 창립 배경과 예비 의료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한국보건의료포럼 창립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직을 퇴임 후 한국보건의료포럼(KH포럼)을 기획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보건의료계 일을 해오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입장과 생각을 가진 현장 전문가들이 얼굴을 마주보고 정책 대안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그 집행과정을 현장에서 감시하면서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해보였다.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등 건보재정 강화 방안, 일차의료 강화 등 공급체계 개선, 개인 건강정보 활용 이슈 등 건강보험정책 이해당사자간 이견이 없고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신뢰와 협업의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출발점에서 의협과 건보공단 활동기간에 뜻을 같이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여러 직능과 직역의 현장전문가, 보건학계, 의료계, 간호계, 제약산업, 의료 신산업계,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노동계, 경영자단체, 시민단체의 대표성 있는 이들과 함께 발기인 총회를 준비 중이다.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에 종사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연대해 현장 중심의 보건의료정책 개발과 실현을 위한 모임을 결성하고, 근거 중심의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획기적인 포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발전적인 소통과 조율, 그리고 합일된 결과를 포럼을 통해 도출하기를 기대한다.

-의사로서는 최초로 3년 전 건보공단에 입성했던 계기는 무엇인가. 

의대 입학 때부터 심장수술에 대한 꿈이 있어서 흉부외과를 전공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흉부외과를 신설해 7년간 봉직하면서 심장수술의 꿈은 접고 흉강내시경, 혈관 수술 그리고 응급 외상환자 수술을 주로 수행했다. 흉부외과를 혼자 봉직하면 거의 매일 온콜 당직이라 야간 응급수술을 혼자 부담해야 하고 위험은 높아진다. 반대로 병원 경영 차원에서 보면 투입비용 대비 산출비용이 별로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가 불균형의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겪으면서 해결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다가 흉부외과 봉직의 때 해왔던 수술과 정맥류 수술을 염두하고 방사선 장비들을 모두 갖추고 개원했다. 하지만 일반 환자를 주로 진료하면서 공간과 수익성을 고려해 방사선 장비 대신 피부미용 레이져를 들여 놓고 미용 시술에 주력하게 됐다. 수가 문제로 인한 진료왜곡을 직접 겪었고, 의협 활동을 통해 이런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한 것이 계기가 됐다.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 재직 당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수행의 일환으로 적정수가를 위해 원가기반 수가 검증작업을 시작했고, 의료비용분석위원회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산하에 정식으로 설치돼 가동 중이다.

-보건소장을 맡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 보건소장 업무 경험이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 재직 당시 도움이 됐나. 

제가 의협 상근부회장 재직 당시 의사보건소장에 실제 지원하는 의사가 없지만 그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용인시 기흥구 보건소장 개방직 공모에 응하면서 보건소장을 맡게 됐다. 보건소장의 역할이 모든 보건의료 정책 수행의 말단이 되고 접점이 된다는 점에서 과거 공보의 시절 경험했던 모습보다 훨씬 지역사회에서 필수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지역보건소장이 관할하는 주민이 100만 도시의 경우 30만명이상 되고 직원 규모는 비정규직까지 하면 180명 정도를 관리 운용해야 하는 기관장 역할을 수행한다. 보건의료 영역을 넘어 복지, 도시 운영을 포함하는 시정을 모두 들여다보고 운영하는 도시정책의 참모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1만 5000명의 대규모 조직, 500명 이상의 급여 종사인력을 직접 관장해야 하는 급여이사 업무수행에큰 도움이 됐다. 업무 전문성, 인력관리, 업무 수행능력 그리고 적절한 판단과 추진력 못지않은 소통과 협업의 경험이 행정에는 반드시 필요한데, 이러한 자산을 축적하게 된 계기가 지역 기관장으로서의 경험이었다.  

기본 진료비 현실화, 진료과별 불균형 개선 필요할 때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직을 역임하면서 느꼈던 보험급여에 관한 정책이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현재 공보험인 건강보험과 사보험이 기형적으로 병립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사보험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시기도 있었지만, 세계적 추세는 공적 보장 강화다. 당연히 보장성 강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임에도 의료계는 반값 급여화에 대한 우려로 인해, 비급여 시장을 지키려 한다. 

갈등 구조의 시작은 원가개념의 도입에 대해 원가 플러스 알파 인정 여부의 문제로 귀결된다. 각종 의료행위의 급여화는 의료 이용량을 증가시키므로 원가 이하의 수가설정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라, 인건비보다 기계 비용에 후한 현재의 왜곡된 수가체계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 여기에 총점 고정 상대가치체계는 의료계 진료과별 이해상충의 갈등구조를 낳았고 상호 반목하는 가운데 행위별수가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먼저 공통적인 기본진료비를 어느 정도 현실화해야 하고 진료과별로 불균형을 이루는 수가 체계를 고르게 해야 한다. 외래진료에 대한 수가는 행위별수가를 인정하더라도 입원, 수술에 대한 수가는 포괄수가체계로 전환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도 담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현장의 의료계가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의사들이 직접 보건의료정책이나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의사들의 종주단체인 의협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참여하고, 연구 검토 과정에 개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제도적인 통로로는 공급자 단체로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 정부 위원회에 공급자 단체 대표로 참석해 입장을 개진할 수 있다. 공급자단체 전문연구기관의 정책 평가 및 제안, 전문학회의 연구논문을 통한 정책 평가 및 제안, 국회의 입법활동에 참여해 추진하는 방식 등이 있다. 또는 직접 보건복지부, 보건기관, 공공기관에 입사해서 정책에 개입하는 길도 있다. 

이에 앞서 의사들의 공통된 입장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다른 이해당사자와 소통과 협의의 자세가 열려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젊은 의사 그룹의 정치적 소양을 키우기 위한 훈련과 양성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제가 기획하는 포럼에서도 젊은 의사 그룹의 참여를 보장해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개발과 혜택을 함께할 수 있도록 최대한 길을 열어놓고 있다.

의사들의 정부기관 진출 늘어나 현장성·전문성 강화되길

-건보공단 등 정부기관으로 의사들의 진출이 더 늘어나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의사들이 필요한 보건정책 관련 정부부처나 업무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동안 의사들에게 심평원은 친숙해도 건보공단은 멀게만 느껴지는 징수, 지급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제가 급여이사를 하면서 급여 분야 업무의 전문성과 정책수행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에 기존의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 생각한다. 복지부나 건보공단에 입사해서 활동하는 의사들이 많아지는 것을 추천하며, 그럴수록 현장성과 전문성이 배가된 지속적인 업무 고도화가 가능할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필수적인 비급여의 급여화, 원가 기반 적정수가 마련 작업, 건강증진사업에서 건강검진 개편과 만성질환관리서비스 개발, 공급체계 개선에서는 지불제도 개편, 의료자원 관리체계 개선, 공공의료 확충 등의 과제, 감염병관리 안전체계 구축, 빅데이터, AI 등 디지털 헬스 분야의 급여화 작업에는 의사 인력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최근 낮은 수가나 의료소송 위험 등으로 ‘바이탈과’를 기피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러한 기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원가 기반의 적정 수가 마련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진료과에서 일해도 투입된 원가를 보전받을 수 있도록 수가구조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왜곡을 바로잡아야 기피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최근 공단 조사에 따르면, 검체검사 및 영상 분야 원가보전율이 높은 반면, 기본진료 및 처치 분야 원가보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기본진료 원가보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가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의료인력자원의 활용과 배분에 대한 장기적인 큰 그림이 구상되고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IT 기반 기술이 의료에 확대되면 반드시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인력자원의 재배분 작업, 그리고 인력 양성의 장기계획안이 수반돼야 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수가정책 개선과 아울러 신규 수가 신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여러 형태의 커리어를 통해 궁극적으로 소망하는 비전이나 지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동안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봉직의, 개원의, 공급자 단체의 임원 그리고 공직에 나선 의사가 되면서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비해 많은 일을 해왔다. 부당한 정책에 대해서는 의협 투쟁을 주도한 경험을,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입법추진을 해 봤다. 지방 보건행정, 그리고 수가협상을 진행하며 소통과 조율이란 소중한 경험적 자산을 축적해 왔다. 의사 출신이란 명함이 오히려 건보공단 급여이사 업무개시 당시에는 오해와 불신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지만 진정성으로 극복했다.

직업 전문성과 현장경험 그리고 소통능력을 살려 우리나라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고 실행하는 전 과정을 현재 기획하는 포럼을 통해 참여하고 또 감시하고 싶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거점병원 진료지원도 자원했고 오늘 접종센터에서 예방접종지원을 하는 모든 노력이 결국 충실히 공직의 길을 걷는 의사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미 세상을 고치는 의사로 인생 2막을 열었다. 그에 걸맞게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항상 현장에서 체득한 살아있는 경험이 미래세대를 위한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안주하지 않는 삶이 때로 불편을 주지만, 내일이 불안하지는 않다. 아직 저에게 변화를 향한 식지 않은 열정과 개혁이란 확고한 의지가 있어서 가능하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 발전해 가고 있다. 

-보건정책이나 공공의료에 관심 있는 의대생이나 젊은 의사들이 미리 준비하면 좋은 일이나, 당부하고 싶은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의대생 학부 시절에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이과계 틀에서 벗어나 문과적 소양을 갖추는 일이다. 법률, 사회학, 경제, 경영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갖고 경험을 가졌으면 한다. 책을 통한 간접경험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턴기자 등 방학을 이용한 사회경험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수업 중 지역사회의학 강의, 보건의료 정책과 관련된 예방의학 강의 비중이 좀 늘었으면 한다. 공보험 당연지정제인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학 강의가 별도로 없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30년전 커리큘럼에서 크게 변화가 없는 것도 아쉽다. 본과 4학년 선택실습 때 보건 및 공공기관을 선택하거나 전공으로 예방의학, 의료관리학, 보건학 등의 전문의 과정을 수련하는 이들도 많아졌으면 한다.

의협에 있을 때부터 의대생을 회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젊은 의사 네트워크 활성화에 의대생들의 참여를 높이고 KH 포럼에서도 그 문호를 개방하려 한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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