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급여기준 때문에 있어도 쓸 수 없는 약제였던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OAC)의 급여기준이 드디어 확대됐다.
보건복지부는 신규 항응고제를 '비판막성 심방세동 고위험군'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색전증 위험 감소를 위한 1차 치료제로 인정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15일 행정예고했다.
시행 시점은 내달 1일이다.
고위험군 환자는 △뇌졸중, 일과성허혈발작, 혈전색전증의 과거력이 있거나 75세 이상 환자 △6가지 위험인자(심부전, 고혈압, 당뇨, 혈관성질환, 65-74세, 여성) 중 2가지 이상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신규 항응고제는 2013년 1월부터 하나씩 출시했지만, 그동안 철옹성같은 급여 장벽에 묶여 있었다.
심장 질환자의 뇌졸중 위험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막중한 약물인데도, 급여기준은 기존 약물인 '와파린' 이외의 제품을 배척했다.
정당 몇 십원에 불과한 와파린과 달리 신규 항응고제의 하루 약값은 약 3700원이기 때문이다.
신규 항응고제는 와파린을 사용할 수 없거나 실패한 환자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신규 항응고제에 해당하는 약물은 '자렐토(리바록사반/바이엘)', '프라닥사(다비가트란/베링거인겔하임)', '엘리퀴스(아픽사반/화이자-BMS)' 등 3개 품목이다.
이에 대한뇌졸중학회, 대한심장학회 부정맥연구회는 고위험군 환자만이라도 신규 항응고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케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요구했다.
요구 이유는 간단하다.
신규 항응고제가 와파린 대비 뇌졸중 예방효과는 우월하거나 유사하면서도 출혈 위험을 현저히 낮췄기 때문이다.
와파린은 출혈 위험 때문에 의사도 처방할 때 부담을 느끼던 약물이다.
특히 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출혈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출혈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이 더 높다.
민감한 음식 상호작용 역시 부담 요소다.
와파린을 복용할 때는 비타민K가 함유된 푸른 야채, 콩류 등의 섭취가 제한된다.
이와 달리 신규 항응고제는 비타민K 음식을 가려야하는 불편함도 없으며, 매번 INR(항응고수치)이 잘 유지되는지 검사해야 하는 부담도 적다.
"급여 확대 대신 30% 약가인하"
이번 급여 확대와 함께 신규 항응고제의 약가인하도 이뤄질 예정이다.
인하 수준은 3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급여 기준을 확대하는 대신, 제약사가 심사평가원에 내어준 카드다.
부정맥연구회 김진배 교수(경희대병원 심장내과)는 "급여 완화와 함께 환자가 가격적 혜택을 받는 거라 바람직하다"면서 "그동안 환자 자체가 너무 적었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급여 확대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신규 항응고제는 와파린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데도 보험 예산 때문에 환자들이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가 적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상태가 악화돼 의료비를 가중시킨다"면서 "와파린을 복용하지 못했던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신규 항응고제를 투여하면 건강이 좋아질 것이고 결국 의료비를 경감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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