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0.02 17:25최종 업데이트 23.10.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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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일 디지털임상의학회 이사장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계 아닌 임상의사들 주도해야 환자 건강증진 가능"

[인터뷰] 임상의사들의 디지털헬스케어 효율적 접근 취지로 학회 창립...병의원 생성 데이터 산업계 전송 법안엔 '우려'

대한디지털임상의학회 홍광일 이사장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다. 환자 안전과 의료 윤리가 경제와 산업 논리에 매몰되지 않게 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고, 대한민국 의사들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동반자여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발전하면서 환자를 직접 치료하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늘 고민하는 의사들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하고, 앞으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대한디지털임상의학회 홍광일 이사장, 내과 전문의) 

대한디지털임상의학회가 지난 7월 9일 제1회 춘계학술대회를 시작으로 공식 출범해 활동을 시작했다. 학회는 의료,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신의료기술인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필요성이 점차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임상의사들의 진료 및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환자 중심의 시각에서 디지털 임상의학 분야의 다학제적 접근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탄생했다.

홍광일 이사장은 "앞으로 디지털 임상의학을 잘 사용하는 의사와 잘 사용하지 못하는 의사가 나뉠 수 있고, 환자들도 자신들이 찾는 의사에 따라 디지털 임상의학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라며 "일차의료기관 의사들도 디지털 임상의학을 잘 활용해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동시에 환자들의 건강 증진과 개인권 보호를 핵심 가치로 삼아 산업계 편의성만을 위해 제도화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앞으로 학회는 디지털 임상의학을 선도하고 지속적인 연구와 평가 활동을 통해 의료 현장에 있는 임상의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접근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겠다"라며 "또한 대외협력 체계를 통한 정부와의 유기적 관계를 형성해 환자 중심의 디지털 헬스케어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ㅡ대한디지털임상의학회의 창립을 축하드린다. 학회에 대한 소개 말씀 부탁드린다.

오늘날 의료,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학의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디지털임상의학회는 환자 중심의 시각에서 디지털 임상의학 분야의 다학제적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임상의사들의 진료 및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고자 설립됐다.

학회는 향후 디지털 임상의학을 선도하고 지속적인 연구와 평가 활동을 통해 의료 현장에 있는 임상의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접근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외협력 체계를 통한 정부와의 유기적 관계를 형성해 환자 중심의 디지털 헬스케어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ㅡ의사들이 디지털 임상의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회가 연구하는 디지털 임상의학은 우리 의사들이 미래에도 의사로 살아갈 수 있는 도구다. 과거 증기, 석유, 전기 등을 이용한 기계가 발달함에 따라 인간의 근력을 이용했던 작업들이 기계로 대체됐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많은 지식 기반의 작업들이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바뀌고 있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미 의무기록의 작성 및 검색과 같은 의료기관의 많은 행위들이 전산화돼 처리되고, 최신 진단 검사 기법과 신약 개발에 디지털 인공지능의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이제는 발달된 정보통신기술과 IT기기들로 수집된 개인의 일상 정보와 의료 정보를 바탕으로 헬스케어의 혁신을 이루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나아가 의사의 진료를 흉내내는 인공지능 의료 알고리즘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의학에 적용되면 디지털 기술을 잘 사용하는 그룹과 잘 사용하지 못하는 그룹으로 나뉜다. 이때 디지털 임상의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충분히 이해해 환자 진료에 정말 필요하고 효율적인 부분을 잘 선택해 적용하는 의사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높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도 더 많아진다.

ㅡ구체적으로 학회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코로나 기간동안 우리는 의학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지 않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비대면으로 초진 환자를 보는 것은 환자 안전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환자 안전의 측면을 생각하지 않고 정부가 추진하는 비대면 진료 사업에 초진 환자를 포함시켜 달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이런 주장은 모두 환자와 의료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산업계의 이해 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자신들의 디지털 기술을 의료서비스에 접목하면 환자들에게 더 유익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회사들이 많아질텐데, 의학적으로 정말 유익한지 숨겨진 해악은 없는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환자를 직접 치료하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늘 고민하는 의사들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하고, 학회가 의사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 

의료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다. 환자 안전과 의료 윤리가 경제와 산업 논리에 매몰되지 않게 하는 방파제와 같이 대한민국 의사들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학회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앞으로 학회는 디지털 임상의학을 선도하고 지속적인 연구와 평가 활동을 통해 의료 현장에 있는 임상의사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접근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겠다. 대외협력 체계를 통한 정부와의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여, 환자 중심의 디지털 헬스케어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안하겠다.

ㅡ일차의료기관에서 디지털 임상의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앞서 언급했듯 앞으로 디지털 임상의학을 잘 사용하는 의사와 잘 사용하지 못하는 의사가 나뉠 수 있고, 환자들도 자신들이 찾는 의사에 따라 디지털 임상의학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목표는 국민들이 이런 격차 없이 보편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급병원의 일부 의사들만이 아닌, 국민들 누구나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일차의료기관의 더 많은 의사들이 좀더 편리하고 적은 비용으로 디지털 임상의학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학회는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와 연계해 새롭게 떠오르는 과학기술을 선정해 평가하고, 임상 현장의 의사들이 좀더 쉽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불필요한 규제와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면 회원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와 논의하겠다.

ㅡ지난 9월 국회에서 다수의 디지털헬스케어법안이 발의됐는데, 이에 대해서도 한말씀 부탁드린다.

대한디지털임상의학회는 디지털 헬스케어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학회의 의견서를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전달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들의 데이터들 더 많이 수집되고 활용돼야 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는 개인 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간한 개인 보건의료 정보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개인 보건의료 데이터의 무차별적인 상업적 이용으로부터 개인권을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지, 개인 보건의료 데이터 생산의 주체는 누구인지, 그 주체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돼야 하는지, 이 정보를 이용한 산업적 가치를 어떻게 공정하게 분배할 것인지와 같은 것들이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 중에는 이런 고민이 없이 산업계만의 입장에서 졸속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내용도 들어있다.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법안은 관련 산업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 법안의 산업 발전이라는 목적과 개인보건의료데이터 당사자들의 권리가 충돌된다면, 의사 입장에선 발전의 속도를 늦추더라도 의사의 양심에 따라 모든 이해 당사자가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윤리적, 철학적 질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ㅡ데이터 활용 주장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개인 보건의료데이터의 생산주체와 소유권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개인보건의료데이터의 생산주체와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명확히 해야 한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의료기관이 관여하지 않고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수집한 생체 신호나 스스로 기록한 건강 정보 등 개인이 생성한 건강데이터(patient generated health data)는 온전히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고 개인과 활용기관 사이에 문제로 국한된다. 그러나 개인이 생성한 건강데이터가 아닌 병의원이 수행한 환자 진료 과정에서 생성된 진료 기록, 간호 기록, 생체 정보, 투약 정보, 검사 결과 등과 같은 병의원 생성 데이터(hospital or clinic generated health data)의 가장 중요한 생산주체는 의사, 의료인 및 의료기관이다. 

의학계는 분명히 의료기관에서 생성된 데이터와 개인이 생성한 건강데이터를 구분하고 있다. 의사와 의료인, 의료기관도 개인보건의료데이터 제공의 당사자가 되면 복잡한 관리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데이터 전송의 보안 우려도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의학이 고도화돼 더 많은 환자가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은 환영하지만, 의사 입장에서 환자들의 건강 증진과 개인권 보호가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가 돼야 하는 것은 변함없는 원칙이다. 대한민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국가 경제를 발전시킴과 함께 보건의료 정보에 개인권 문제까지 숙의할 수 있어야 하는 시점이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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