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진료가 가능하려면
환자와 의사가 서로 보호 받고 존중받는데 필요한 이상적인 진료시간은 몇 분일까? 평균적인 진료 프로세스를 한번 생각해 보자. 초진일 경우, 환자를 호출하여 진료실에 들어오고 의사와 간단한 인사라도 하며 숨돌리는 시간 (1분), 환자가 병원에 온 이유를 묻고 주증상에 대하여 문진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 (3분), 문진으로 어느 정도 파악한 사실을 신체 진찰을 통하여 확인하고 다른 증상은 더 없는지 살피는데 필요한 시간 (3분), 진찰 결과와 추후 필요한 추가 검사 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 시간 (3분), 챠트 기록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 (3분) - 13분이다. 환자가 두툼한 종합검진 기록을 가지고 왔거나 다른 병원에서 진료 받은 기록과 약물들을 가지고 왔다면 그것들을 검토하는 시간도 추가로 필요하다. 우리는 보통 이 모든 것을 2-3분 안에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의사는 컴퓨터 속의 정보를 보거나 기록하면서 동시에 문진 행위를 이어가게 되고 정작 환자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고 2017.07.24
파킨슨병은 장(腸)에서 시작했다?
현대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3세기에 "모든 병은 장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 말이 과연 맞을까? 파킨슨병은 뇌흑질의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면서 도파민 부족으로 몸이 원하는 대로 정교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운동장애로 진단되는 뇌질환인데, 이 파킨슨병은 장에서 시작됐을까? 우리 몸의 신경계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로 나눠지는데 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로 구성되고, 말초신경계는 위장이나 소장과 같은 소화기관과도 연결돼 있다. 두 개의 신경계는 미주신경(迷走神經, Vagus Nerve)을 통해 복부에서 뇌간까지를 연결한다. 힘들 때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왠지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마음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장에 탈이 나서 배가 아프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장은 '제2의 뇌'라고 말한다.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장과 뇌가 실은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들이 최근 몇 년 새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일컫는 전문 용어도 생겼다. '장-뇌 연결축(gut-b 2017.07.21
당직 의료인 규정 어떻게 바뀌었나
당직 의료인이란 말 그대로 병원 안에서 응급환자나 입원환자 진료를 위해서 당직을 하고 있는 의료인을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관행으로 보면 의사들이 병원 내에 상주하는 당직이 대부분이지만 병원 규모가 작거나 경영이 어려운 경우 의사는 원내에 상주하지 않고 간호사 등만 원내에 있고 전화로 환자의 상황을 보고 받거나 병원인근에 거주하는 경우 등 다양했다. 그러나 현재 의료법 개정 요지 및 법원의 판례 논점을 고려해볼 때 의료법에 규정된 대로 의료인 수나 직책만큼 병원 원내에서 당직을 서며 환자 상태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참고: 2014고정2117, 지방법원의 판결 내용을 보면 '당직'을 근무지에서 숙직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6월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의료법에서 당직의료인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의료법 41조(당직의료인) ①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 여기에 추가된 것은 아래 부분이 2017.07.17
리드 디스커버리 센터 방문기
한국은 신약개발의 전 과정(타겟 선정, 스크리닝, 리드 발굴, 선도물질 최적화, 후보물질 선정, 전임상, 임상개발, 허가등록, 출시) 중에서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바이오 분야 연구논문 발표 순위 세계 4위로, 기초연구 분야에서 상당한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이 경쟁력을 제품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제품화, 즉 후보물질을 선정해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기 위한 제품화의 뒷부분인 임상개발 분야는 우리가 글로벌 다국적제약사(Big Pharma)에 비해 투자 규모나 인력, 그리고 경험이 모자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빅파마들은 뒷부분인 임상개발에 집중하는 대신, 앞부분인 새로운 타겟에 대한 스크린을 만들어 고속탐색법(HTS: High-Throughput Screening System)을 적용하고 리드를 찾고 선도물질을 최적화하는 과정은 다른 곳에 대부분 맡기고, 거기서 얻은 좋은 결과를 인(In) 라이선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우리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2017.07.14
김밥 한줄과 진단서 수수료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7일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 하였다. 변호사의 서면을 장당 만원으로 제한하거나 피자집의 피자를 국민 편의를 위해 정부가 고시로 1만원 이하로 강제하는 것이 당연시 된다면 해당 국가는 개인의 경제 활동의 자유와 시장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국가라 보기 힘들 것이다. 복지부의 제증명수수료 상한액 강제도 대한민국의 의료기관의 93%가 설립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비용도 투자하지 않고 의료기관이 망해도 정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민간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 권고도 아닌 비현실적인 제증명 수수료 가격의 일방적인 강요와 강제는 자유민주국가에 어울리지 않은 법의 형태를 빌은 강압이고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라고 할 것이다. 해당 고시안을 보면 22년 전 1995년 제증명서 발급비용을 기준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일반진단서 상한액 1만원, 출생증명서 상한 3000원, 장애인임을 확인하는 장애인 증명서 상한액 1000 2017.07.10
올해 노벨의학상은 누가 받을까?
해마다 10월이면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2017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누가 받을까? 이제 7월이지만 빨리 시원한 가을이 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미리 생각해 보았는데, 아무래도 현재 엠디 앤더슨(MD Anderson) 암센터에서 면역학 부분을 이끄는 제임스 앨리슨 (James Allison) 박사가 받지 않을까 예상한다. 앨리슨 박사는 "면역계의 핵심적인 분자 브레이크 시스템을 억제함으로써, 면역계의 암 살상능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25년에 걸쳐 입증해 왔다. 해당 분야에 있어서의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과 그 발견의 사회적 공헌도를 살펴보는 것 외에 이렇게 노벨상 수상을 점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레스커상의 수상 유무이다. 성공한 광고기업인이자 자선사업가로 건강·의료 연구 증진에 관심이 많았던 앨버트 래스커와 그의 아내 메리 래스커가 설립한 이 상은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1945년부터 2017.07.07
진료 위축시키는 설명의무법
설명의무법이 포함된 의료법 개정안이 2016년 12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12월 20일에 공포된 후 6개월이 경과한 2017년 6월 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의료 행위로 수술·수혈·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시술하는 의사의 이름을 명시하고 시술의 필요성과 시술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하며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해 구체적인 진단명으로 설명하여 환자의 서면동의를 받아 2년간 보관하도록 규정하였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 300만원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도 있다. 환자의 알권리는 중요한 문제로 환자가 의료 시술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는 것은 의사들도 공감한다, 하지만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사전에 설명하라 의무로 규정짓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의료행위는 복잡하고 다양하며 개인별로 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예기치 못했거나 불가항력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를 시술 전에 모두 설명하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당장 시술에 2017.07.03
40년 달인은 역시 차원이 다르다
의약합성의 30년 달인(達人)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김용주 대표가 같은 분야의 40년 달인을 만나고 나서 차원이 다르더라는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어느 분야던지 40년 달인이라면 경험이 적은 다른 사람들과는 무엇인가 다른 특별함이 있을 것이다. 한국아브노바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일주일 되던 지난 3월 13일, 미슬토(Mistletoe) 면역 항암요법의 대가인 라이너 시어(Rainer Sheer) 박사를 포함한 네 분의 손님이 오셨다. 시어 박사는 미슬토 연구개발만 40년을 했는데, 사흘간 같이 회의를 하고 저녁을 먹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미슬토를 우리는 겨우살이라고 한다. 다른 나무에 기생하여 겨우겨우 살아가기에 그렇게 불렸다. 또한 겨울에도 푸르다는 의미로 '동청(冬靑)'이라고도 부른다.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 애용된 축복의 나무이기도 하다. 시어 박사는 어떻게 미슬토를 균등하게 높은 나무 윗부분에서 채집하는가부터 추출과정, 농축과정 그리고 주사 2017.06.30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제언
최근 의료계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IBM 왓슨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일반인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구글의 알파고 역시 그 다음 타깃으로 접근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의료분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의료분야는 그 어떤 학문보다도 서지학적 데이터베이스화가 가장 잘 구축된 분야이다. 대표적인 예로, 펍메드(PubMed)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학 및 의학 연구의 거의 모든 초록이 온톨로지화돼 저장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특수 목적에 따라 유전체, 질병, 약물 등에 대한 다양한 생물학적 데이터가 구조화되어 데이터베이스화가 되어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데이터베이스가 어떤 연구자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임상연구에 가장 중요한 병원에서 생산되는 임상데이터는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자유롭게 개방하기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병원데이터를 설사 개방한다고 해도 각 병원이 사용하는 병원정보시스템이 각 병원의 여건에 따라 다 다르게 구성돼 2017.06.29
죽을 고비 3번 넘기고 부활하다
'항원(抗原, antigen)'은 체내 면역 반응을 통해 항체(抗體, antibody)를 만드는 물질로서 일반적으로 생명체내에서 이(異)물질로 간주된다. 체내 정상세포가 변형돼 만들어진 암세포가 발현하는 이물질 단백질 '암 항원(Cancer antigen)'은 호스트(host)가 자기 방어를 위해 면역 정찰(immune surveillance)을 통해 수시로 제거한다. 난소암 세포가 생성하는 단백질 'CA-125'는 난소암 치료에 대한 바이오마커(biomarker)로 이용되는데, 혈액에서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리고 CA-125에 대한 항체는 항체생산세포인 B세포의 표면에 있는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 Ig)이며, B세포에서 항원수용체의 기능을 담당한다. 오레고보맙(Oregovomab)이란 이름이 붙여진 단일항체(Monoclonal antibody) 'Mab-B43.13'은 CA-125를 항원으로 해 만들어진 항체다. 바이오마커에 대한 항체로 간주돼 사람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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