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27일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 하였다.
변호사의 서면을 장당 만원으로 제한하거나 피자집의 피자를 국민 편의를 위해 정부가 고시로 1만원 이하로 강제하는 것이 당연시 된다면 해당 국가는 개인의 경제 활동의 자유와 시장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국가라 보기 힘들 것이다.
복지부의 제증명수수료 상한액 강제도 대한민국의 의료기관의 93%가 설립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비용도 투자하지 않고 의료기관이 망해도 정부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민간의료기관이라는 점에서, 권고도 아닌 비현실적인 제증명 수수료 가격의 일방적인 강요와 강제는 자유민주국가에 어울리지 않은 법의 형태를 빌은 강압이고 헌법상의 기본권 침해라고 할 것이다.
해당 고시안을 보면 22년 전 1995년 제증명서 발급비용을 기준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일반진단서 상한액 1만원, 출생증명서 상한 3000원, 장애인임을 확인하는 장애인 증명서 상한액 1000원, 진료기록사본 상한액 1000원, 5장부터 200원, 입퇴원확인서 1000원, 진단서 등 제증명서 재발급시 상한액 1000원,시체검안서 상한액 3만원, 사망진단서 상한액 1만원, 병무용진단서 2만원 등 현 물가수준에서 터무니 없는 수준의 수수료 상한액 기준안이 제시되어 있다.
김밥 한줄도 1000원에 구매할 수 없는 오늘날 물가 수준에서 장애인 증명서 상한액 1000원, 입퇴원확인서 상한액 1000원, 통원확인서 상한액 1000원, 진료확인서 1000원, 제증명서 사본 상한액 1000원 강제는 OECD 최저의 진찰료에 이어 정말 대한민국 의사들의 자존감을 철저히 짓밟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복지부 공무원에게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공익적 명분으로 22년 전의 연봉을 강제하면 어떻게 될까?
복지부는 22년 전의 진단서 가격이 맞지만 현재도 고시된 가격으로 받고 있는 회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의사들이 강제로 22년간 통제를 하지 않아도 진단서 가격을 동결할 정도로 양심적이었다는 반증인데 왜 굳이 강제를 하고 의사의 자존감을 짓밟는 문제를 일으키는지 알 수 없다.
또한 진단서 가격을 1만원 받는 의사도 있지만 의료기관의 특성에 따라 2만~3만원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을 모두 1만원 이하로 강제하고 처벌하겠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의사가 발행하는 제증명서는 의사의 전문적 의학 판단과 지식을 담은 증명서로서 단순 서류 행정 비용 뿐 아니라 해당 증명서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비용과 법적 책임 비용까지 뒤따르는 것임을 알아야 하고 전문가가 전문가로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
2005년 서울시의사회에서 1995년 일반진단서 1만원 가격을 10년 만에 2만원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대회원 가이드라인에 대해서 공정위는 의료기관의 증명서 발급수수료는 개별 의료기관이 자신의 경영상태와 영업방침 및 시장 경쟁상황 등을 고려하여 스스로의 판단하에 증명서의 발급 수수료 수준을 결정하여야 하므로 시장경제원리를 침해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과징금 5억을 부과한 바 있다.
같은 논리로 복지부가 일방 발표한 일반진단서의 상한액을 통일하고 강제하는 것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덤핑행위를 조장한 측면에서 기업활동의 자유와 경제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반한다.
현행 비급여인 의료기관 제증명 수수료의 범위를 어느 정도 정하는 것을 넘어서 의료와 관련된 모든 증명서 발급 수수료 상한선을 강제하는 것이 비급여 제도의 근본 취지를 흔든다는 측면에서 저수가 포퓰리즘 건강보험제도하의 한계점에 다다른 대한민국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요양기관 강제지정, 수가결정 강제구조, 의료분쟁강제개시제도, 비급여 강제 통제, 의료인에 대한 업무명령강제, 폐업금지 강제까지..
대한민국의 의료는 의료기관 강제지정으로 시작해서 의료기관 폐업금지 강제까지 불행히도 항상 공급자에 대한 강제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항상 복지부는 공급자 의사에 대해 강제를 강요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진단서 비용 강제도 복지부 입장에서는 전혀 어색함이 없다. 항상 해 온 대로 일방 통행과 명령에 의해 강행하려고 하는 것인데 의사들의 반발이 만만찮으니 오히려 그것이 어색한 형국이다.
복지부는 비급여에 대한 통제가 의료법상 가능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서 비급여까지 일방적인 규제와 공급가격의 인하를 강요한다면 건강보험제도의 위헌성을 심각히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위헌성까지 가지 전에 원가 이하의 수가에서 비급여에 대한 터무니 없는 통제가 이루어질 경우 대한민국 의료기관의 붕괴는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건강보험계약은 공단과 가입자의 계약으로, 비급여부분에 대해서는 공단이 가입자에게 어떤 보험상의 책임이나 보장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급여 부분은 실비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보장을 하고 근거 자료를 의료기관에 요구하고 있고 그게 맞다.
치료계약은 의료기관과 환자와의 계약으로 해당 비급여 치료 계약에 대해서 건강보험 계약상 어떤 보장도 하지 않는 공단이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에 건강보험계약에 근거하여 자료를 요구하거나 통제를 하겠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어떤 책임이나 비용부담은 없이 권한만 주장하는 위헌성이 있는 부분이다.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에 관한 고시가 2016년 12월 이미 예고되고 적어도 6개월이상의 시간이 경과했는데 그동안 복지부는 회원들의 대표인 의협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하는데 의협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회원들의 원성이 높다.
의료분쟁 강제개시법, 비급여조사법, 보험사기특별법, 명찰법, 설명의무법, 수술방 시설법, DUR법, 이번에 제증명서비 사태까지 왜 매번 회원들은 이렇게 언론을 통해 악제도의 발표를 듣고 분개해야 하고, 의협은 회원들이 분개하면 그제서야 마치 처음 알게된 사실처럼 문제제기를 시작하는 일의 반복이 이루어 질 것인가?
의협은 매번 사태가 이렇게 되는 원인이 무엇이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냉정히 판단하고 의협 내 대관라인이든 대회원 소통 시스템이든 투쟁시스템이든 문제가 있는 것은 개선하고 바꾸고 고쳐야 할 것이다.
복지부나 정치권도 의사나 국민들 앞에 인기영합의 발언이 아닌 대한민국의 의료발전과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책임있고 성숙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의료가 제2의 쿠바나 북한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힘없는 의사들은 누르고 밟으면 된다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포퓰리즘을 앞세워 의료계를 일방적으로 대책없이 누르고 밟으면 터지거나 죽어나 폭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이번 제증명 수수료 문제부터 국민건강의 동반자로서 존중하고 소통의 자세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자칫 제증명 수수료 문제는 이제까지 일방적으로 억눌렸던 비합리적이고 강제 일변도의 의료제도에 대한 13만 의사들의 분노 폭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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