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예방백신 수급 조절에 실패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이번에는 소아예방접종 수급 차질이 예상된다며 의사들에게 한시적 예방접종 권고안에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백신 부족으로 뭇매를 맞는 쪽은 질병관리본부가 아니라 병의원과 의료진이다.
질병관리본부는 11일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감염을 예방하는 'DTaP-IPV 4가 혼합 백신'과 소아마비 감염을 예방하는 'IPV 백신'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DTaP-IPV 백신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 품목 중 하나다.
국내에 허가된 DTaP 콤보백신은 GSK의 인판릭스-IPV와 사노피-파스퇴르사 IPV 백신 2개 제품이 있지만, GSK는 재작년 전 세계적으로 백일해 예방에 대한 요구 증가를 이유로 공급을 중단해 정부는 현재 사노피-파스퇴르의 DTaP-IPV 4가 혼합백신만 수입하고 있다.
DTaP-IPV 백신은 2015년에도 일시적 부족 현상이 있었으며, 지난해 의료계는 GSK의 공급 중단에 따라 갈수록 백신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됨에 따라 미리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가 또다시 수급 차질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질병관리본부는 남탓 하기에 바쁜 듯 하다.
DTaP-IPV 4가 혼합백신 공급자인 사노피-파스퇴르사가 기존 4가 백신에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b형 감염을 예방하는 'Hib'를 추가한 5가 백신(DTaP-IPV/Hib)으로 전환하면서 일시적인 수급 차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사노피-파스퇴르사가 DTaP-IPV 4가 혼합백신 수출을 줄이고 새로운 5가 혼합백신을 6월부터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그 전환 과정에서 4가 백신이 한시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질병관리본부는 "IPV 백신은 현재 국제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따라 국제적 수요가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있어 대량 수입이 예정된 9월 이전에는 한시적으로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작년 DTaP-IPV 백신 품귀현상이 발생했을 때에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결국 올해에도 똑같은 실패를 자초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올해 초 성명서를 통해 "새로운 DTP-IPV-Hib 혼합백신 도입으로 작년부터 백신 부족 상황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해 당장 5월부터 백신을 접종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불행하게도 예상이 적중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DTaP-IPV, IPV 백신 수급 안정화를 위해 한시적 예방접종 권고안'을 발표하며 의료진의 협조를 당부했다.
1세 미만 영아는 생후 2, 4, 6개월에 접종하는 DTaP-IPV 접종일정을 예년대로 유지하되, 좀 늦더라도 예방효과가 지속되는 만 4∼6세의 추가접종은 10월 이후로 접종일정을 연기해 달라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DTaP 백신의 경우 동일 제조사의 접종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고, 수입중지 등에 따라 해당 백신이 없어 불가피하다면 다른 제조사 백신과 교차접종을 인정했다"면서 "이번에도 동일하게 국민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모두 고려해 의료기관에서 백신 수급이 곤란하다면 제한적으로 교차접종을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정기석 본부장은 "수급이 불안정한 것은 한시적인 상황으로, 오는 6월 새로운 5가 백신이 단계적으로 도입되면 안정화될 것"이라면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백신은 국제 환경에 따라 수급 불안정 문제가 언제든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국민 건강 보호에 필수적인 국가예방접종 백신에 대해서는 국내 백신 업계의 기술역량을 높이는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백신 공급이 부족하면 민원에 시달리는 건 의료기관이다.
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자녀 예방접종을 하러 왔다가 백신이 없어 그냥 돌아가야 하는 부모들에게 욕을 먹는 건 의료기관과 의사"라면서 "정부가 매년 이런 문제를 초래하는데도 인사상 문책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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