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설 용산 지역이 경매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집무실 이전 후에도 추가 규제가 없다는 발표에 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다.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빌라 경매에 수십명의 입찰자가 몰리며 4억원 넘게 뛰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4일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법원 경매에 감정가 2억5000만원으로 나온 용산구 청파동 소재 55.1㎡짜리 빌라 지하 1층 물건이 감정가보다 3배가량 높은 7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준공 32년차인 이 물건에는 대항력을 가진 선순위임차인의 보증금 8000만원도 묶여있지만 응찰자가 무려 70명이나 몰렸다.
고가 낙찰의 배경엔 재개발 기대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물건이 위치한 청파2구역 일대는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1차 후보지로 선정되며 재게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신통기획은 민간 주도 개발을 추진하고 공공이 계획과 절차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통상 5년 정도 소요됐던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2년으로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청파2구역은 약 8만3788㎡ 면적에 토지 소유자가 1500명이 넘는 대규모 주거 개발지역으로 2008년 뉴타운 추진이 무산된 적이 있다.
여기에 재개발의 걸림돌로 여겨지던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된 점도 정비사업 속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에는 주거정비지수 기준점수 70점 이상과 노후도 연면적 60%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면 법적 구역 지정요건을 충족해도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
이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는 점도 고가 낙찰의 배경으로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 매매를 할 때는 구청의 거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 매매와 달리 경매로 부동산을 취득하면 ‘민사진행법’의 예외 규정에 따라 별도의 지자체 거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또 경매로 취득하면 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돼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별도의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것도 응찰자가 몰리는 이유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정체되었던 지역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민들이 가장 우려했던 층고 제한 등 추가 규제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으며 불안감도 해소된 분위기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으로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떠오르자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라며 "해당 물건은 대지지분도 넓고 3년 전인 2019년도에 감정돼 감정가가 낮게 체감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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