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 정부 마지막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한 점’에 사과했다.
홍 부총리는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회의를 시작하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주택공급 확대에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으로 연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28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치솟는 집값을 잡지 못했고 급기야 정부는 지난 2020년 8월 5일부터 기재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장관들이 참석하는 부총리 주재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마련하는 등 긴급 대책에 나섰다. 시작부터 ‘부동산시장 교란행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시장에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지만 지난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맷값은 61% 넘게 급등했고 전국 기준으론 38% 가까운 변동률을 기록하는 결과만이 남았다. 집값 안정에 그다지 큰 효과를 미치지 못했던 회의는 당초 매주 1회에서 2주에 1번 간격으로 줄었고 직전인 40차 회의(3월 23일)는 한 달 만에, 이번 41차 회의는 3주 만에 열리는 등 일정치 않게 됐다. 새 정부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지명 직후 "그동안 많은 단편적 정책들 때문에 시행착오와 국민 분노·피로가 쌓여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일각에서 5년간 부동산대책이 28번이었다고 지적하지만 종합대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그 절반 수준"이라며 "나머지는 사실상 이미 발표된 대책의 후속대책 성격"이라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5년 간 주택공급 실적이 지난 정부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현 정부 대책을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2025년 이후 주택공급이 시장기대치를 상회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는 메시지를 새 정부 쪽에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개혁의 대상’으로 거론해온 임대차 3법에 대해선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신규 전세가 불안 등 일부 문제가 제기됐다"는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대선을 기점으로 그간 지속돼 온 하향 안정세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 정부의 규제완화 방침과 개발 기대감 등으로 서울 강남 4구에서 매매가격과 수급 지수가 먼저 반등하고 이달 첫째 주 들어선 서울이 보합으로 전환되는 등 불안심리가 재확산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문 정부가 최근 인수위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요청을 거부하는 등 신구 권력 간 미묘한 갈등 양상을 보인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최근 어렵게 형성된 부동산 시장의 하향안정화 흐름을 유지하고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절대적 중요하다"면서 "새 정부에서도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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