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재값 폭등 등 요인으로 전국 건설 현장 여러 곳에서 공사가 중단될 조짐이 관찰되고 있다. 입주를 기다리는 수요자들의 거주 및 자금 계획에 차질을 빚고 전체적인 주택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 분양 일정이 늦춰지고 있다. 1구역은 설계 변경과 분양가 산정 문제로 올 상반기 예정됐던 일반분양을 연기했다. 은평구 대조1구역은 철거를 마친 지 오래지만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으로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3구역 재개발사업은 부산 지역 최대 재개발로 불리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건설사들이 발을 빼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열린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그 어떤 건설사도 입찰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의 단지 고급화 요구사항을 맞추려면 현 자재값 상황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업체들이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철근과 시멘트·골재 등 건설 원자재값이 급등하면서 건설사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도시재정비사업 조합이 단지 고급화를 요구하면서 생긴 문제다. 지난해 1월 1t에 75만원가량이던 철근값은 현재 104만원으로 약 40% 올랐고, 같은 기간 레미콘값도 25% 정도 인상됐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 필수 품목인 유연탄 가격이 오르면서 시멘트 관련 상품의 가격도 상승했다. 알루미늄·니켈 등 주요 마감재 가격 또한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원자재값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운송비와 원재료 가격이 치솟았다.

최근 벌어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건설 중단 사태의 핵심 배경 중 하나도 원자재 가격 폭등이다.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에는 자재 고급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반영에 대한 양측의 엇갈린 의견이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은 2~3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는데 자재·마감, 시설·외형 고급화 요구는 거세지는 상황"이라면서 "착공이나 분양이 연기되는 사태는 둔촌만이 아니라 이미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착공 연기는 예비입주자의 금융비용 부담 증가는 물론 공급 부족으로 인한 주택시장 자극 등 공공의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재 수입원을 다각화함과 동시에 관세 완화 대책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상황을 고려한 신중한 경영계획 등 기업의 자구책도 요구된다. 박 연구위원은 "사업비용 문제에 관해 기업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획을 잡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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