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공사 중단 11일째를 맞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이번엔 ‘마감재 고급화’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업단에 마감재 고급화 적용을 먼저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반면, 시공사업단은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쳐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특정 마감업체 선정을 둘러싸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던 만큼 양측 간의 좁혀지지 않는 이견에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26일 조합의 마감재 고급화 적용 요구에 대해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5조에 따라 조합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사항이기 때문에 총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조합은 마감재 변경이 계약서 내용에도 적혀있는 만큼 시공사업단에서 마땅히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약서에 있는 ‘중간옵션제(온타임옵션제)’ 조항이 그 근거다. ‘중간옵션제’는 착공과 준공 기간에 시간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입주 분양 전 마감재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앞서 조합은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마감재 고급화 적용 시 필요한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합은 지난 11일과 14일 두 차례 공문을 시공사업단에 보내 "마감재 공사 등은 조합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여기에 필요 시 추가 비용까지 내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조합은 시공사업단에서 마감재 고급화 적용 요구에 대해 협상에 참여해 합의하면 총회를 열어 의결 과정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마감재 적용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도 조합이 공문에 첨부한 자료에 타일과 주방가구, 샤워부스에 이르기까지 주요 마감재의 업체들이 명시돼 있어 특정업체 사용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최고 35층, 85개동, 1만2032가구의 신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짓는 사업이다. 현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수용할 수 없다며 법적 소송 등 마찰을 빚다 지난 15일 0시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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