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의 경제영토 확장 구상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란 돌발변수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에 필요한 마지막 단계인 국회 보고가 검수완박 사태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서다.
2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CPTPP 가입 신청을 위한 국회 보고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본래 산업부는 지난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CPTPP 가입 추진 계획을 보고할 계획이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수완박으로 파행되며 산자위 전체회의도 취소됐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인한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까지 지연되는 등 국회 일정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황이라 산업부는 아직 향후 보고 일정도 조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일정이 지연돼 CPTPP 가입 신청이 차기 정부로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정부 임기 내 CPTPP 가입을 신청하고 다음 정부에서 가입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이달 15일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CPTPP 가입에 필요한 정부 부처 내 의사결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불과 10일 남짓 남은 현 정부 임기 동안 국회 보고를 하지 못하면 CPTPP 가입 신청은 차기 정부로 넘어간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상 협상 개시 전 국회 산자위에 관련 내용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실상 다음주도 CPTPP 국회 보고는 힘들 것 같다”면서 “차기 정부에서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 계획보다 CPTPP 가입 신청이 지연될 경우 대외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CPTPP 가입 신청을 현 정부 내에서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산업부 등 관계 부처는 최근 CPTPP 회원국 장관 면담 등에서 “이달 중 가입이 목표”라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CPTPP 주요 회원국 주한 대사와 간담회를 열고 한국 가입 지지 의사를 확인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CPTPP 의장국인 싱가포르를 비롯해 부의장국인 멕시코, 뉴질랜드 주한대사도 참석해 한국의 CPTPP 가입에 힘을 실어줬다.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 일부 CPTPP 회원국은 이미 최근 산업부 면담에서 가입 공조 의사를 표명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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