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9.07 23:21최종 업데이트 22.01.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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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행동 1년, 공공의대 재추진 등 감시 절실...의료계 단체들 소통하고 합의할 때"

[의대생 인턴기자의 생각] "옳은 일을 위한 마음의 불씨가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아직 살아있기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고려의대 예1] 2020년 8월, 코로나로 의료계가 바쁜 와중에 정부가 의료의 미래를 잠식시킬 4대 악법을 추진하자,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전국 의대생과 의사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급여화 및 원격 의료 등 의료 관련 4개 법 조항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의료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 분명함에도 의료계의 입장에 대한 고려는 없었고 건강보험료 상승, 의료 질 저하 등 많은 부작용이 우려됐다. 

나는 지난해 타의대에 입학한 다음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1학기를 비대면 수업으로 보내다, 2학기를 시작하려는 찰나 이러한 상황을 접하고 의대생들은 많은 혼란을 겪었다. 그러나 정부가 강행하려는 정책이 의료계에 크나큰 부작용을 줄 수 있으며, 결국 모든 부담이 의사와 환자들에게 돌아갈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선배 의사들의 의견 표명에 대한 지지로써 단체행동에 참여했다.

전국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각 의대가 연합해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한 카드뉴스를 제작하며 선한 바람 캠페인으로 헌혈증을 모았다. 이렇게 의대생들은 본인들의 의견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의사와 의대생들은 의료 관련 해당 4개 악법의 발의가 부적절하다는 의사를 밝히고자 거리로 나왔다. 8월 7일, 14일 의사와 의대생들은 여의도광장 등 전국의 시위 장소에서 의사들의 반대 의견을 알리기 위한 시위에 동참했다. 특히 전공의들은 파업 후 코로나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며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꾸준히 알렸고, 교수들을 비롯한 타 의료진들이 그 자리를 묵묵히 메우며 파업을 지속할 수 있게 도왔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국가 전체적인 위기 상황에서 파업하는 것은 환자의 목숨을 무기로 삼는다는 여론이 지속됐다.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과 정부 간 합의가 이뤄지자 전공의들은 결국 파업을 멈추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의대생들은 국가고시 거부와 동맹휴학을 통해 기존의 단체행동을 굳건히 지키고자 했으나, 학교에서 휴학계를 자체적으로 반려하는 등 목소리가 와해될 수밖에 없는 외부적인 문제가 발생하면서 단체행동은 결국 끝나게 됐다.

지난해 단체행동을 통해 의사와 의대생들이 의료를 올바른 가치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하나 되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사회에 공고히 했다. 정부의 행보를 잠시나마 중단시키고 코로나 이후로 정책에 대한 논의를 연기시켰으며, 의사와 의대생이 결집하면 큰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성과가 있다. 또한 의사와 의대생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젊은의사 단체행동을 통해 국민들 역시 의료에 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최대집 전 의협회장의 독단적인 합의 이후 의사들의 결집이 합의문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으로 나뉘며 와해됐다. 이후 젊은의사 단체행동은 기존의 정책을 완전히 저지하는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서서히 끝나버렸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여당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의정 간 갈등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싸움이라 볼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국립공공의대법 수정 법안을 마련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는 등 코로나19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암암리에 정책을 재추진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합의문에 완전히 반하는 행동이며, 이런 움직임에 대한 감시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수술실 CCTV 설치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 의사면허취소법, 전문간호사 규칙 개정안 등이 줄줄이 예고돼있다.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 당장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양심 선언을 한 사람이다. 의사 파업 당시 많은 비판 여론이 이 점을 지적했고, 갈 곳 없는 환자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면서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의사들은 환자가 필요한 적절한 때에 도움을 줘야 하는 사람들이고, 이 때문에 스스로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일종의 폭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의사 파업이 지난해 8월 초 처음 시작될 때 파업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전공의들은 새벽까지 해야 할 일을 다 마치고 연차를 쓰고 시위에 나왔다. 전공의 파업이 더욱 큰 규모로 이뤄지면서 언론에 의해 의사들에게 ‘밥그릇 챙기는 사람들’ 프레임이 씌워졌고, 의사와 의대생의 입장이 세상에 알려졌다. 의사들의 의도와 언론에 비친 의사들이 전혀 다른 순간이었다. 

의사 파업은 환자의 희생을 당연시해야만 알려질 수 있다는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의사와 의대생은 환자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며, 의료 4대 정책에 반대하는 것 역시 환자들의 장기적인 피해를 우려한다는 의견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의료계의 의견을 비폭력적으로 알리는 방법에 대해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코로나19 이후로 정책 추진이 미뤄진 만큼, 의협-대전협-의대협으로 이어지는 협회들 간에 원활히 소통하고 합의된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정비해야 한다.
 
"Do no harm, do right." 집회 당시 나눠준 팔찌에 쓰인 이 글귀는 “해를 끼치지 않고, 옳은 일을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0년의 단체행동은 끝났지만 옳은 일을 실천하기 위한 마음의 불씨가 아직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꺼지지 않고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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