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는 'ICT 융합 의료를 대비하다'를 주제로 바이오 업계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맞춤형 의료를 위한 유전체 분석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기업,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투자기업(VC), 정부 출연기관, ICT 융합의료에 활발한 연구중심병원 등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세계 1위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도 적극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으로 각국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스타트업 이니셔티브'를 반영한 '1776'이라는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센터와 더불어 디지털 헬스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액셀러레이터로는 록헬스(Rock Health), 스타트업헬스(Strtup Health) 등이 있다.
영국은 런던 북동부에 '테크시티(Tech-City)'라는 클러스터를 조성해 스타트업은 물론 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 등이 모여들도록 함으로써 약 1500개 기업, 400억 달러가 넘는 시장가치를 지닌 유럽 내 1위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 산업 성장에는 스타트업의 사업기획에서부터 창업, 기술개발, 투자유치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는 엑셀러레이터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디지털 헬스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록헬스(RockHealth)의 경우는 2015년 기준으로 4억 달러가 넘는 벤처투자자금을 모으고 7개의 기업을 상장시켜 헬스케어 스타트업 산업 발전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에도 '록헬스의 한국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초기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있다.
지난해 4월 의사를 포함한 의료 전문가 3인으로 출발해 올해 5월에는 총 14명의 파트너로 늘어난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헬스케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 및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누기 위해 DHP의 최윤섭 대표파트너를 만났다.
일반 스타트업과는 많이 다른 '헬스케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환자와 병원, 심평원, 복지부, 보험회사 등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고, 인허가 절차와 보험급여 등의 문제가 있어 다른 업종의 스타트업과는 달리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DHP 최윤섭 대표는 인허가와 보험 승인 등의 문제로 단기적인 투자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가 아님에도 헬스케어, 게다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로 "헬스케어는 사람의 생명·건강과 관계 있는 근원적인 문제이므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분야이고, 혁신은 결국 스타트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헬스케어 분야는 사회적인 개념이 강해서 단순히 투자나 수익 회수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사회적 가치의 창출과 한국의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 조성을 바탕으로 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이해관계자들이 미치는 영향이 크고 임상시험과 같은 근거나 데이터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위해서는 병원 및 의료진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DHP는 스타트업과 병원 사이의 간극을 줄여주는 브릿징 역할을 자처하며 네트워킹을 중요시하고 있다.
DH는 네트워킹의 일환으로 지난 6월 헬스케어 관련 각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을 한데 모은 'DHP 헬스케어 스타트업 데이'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스타트업 관계자는 물론 국회의원, 삼성, 필립스, 외국계 제약사, 복지부, 식약처 관계자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로펌과 같은 파트너 형태로 꾸려가길 원해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동시에 전공한 최윤섭 대표는 바이오와 IT를 융합하는데 높은 관심을 갖고 포항공대에서 생물정보학 박사를 취득했다.
치료용 항체 분야 연구를 서울의대 암연구소에서 계속하다 대기업 연구소에서 암유전체 분석을 경험하기도 한 그는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라는 1인 기업을 창업해 자문을 비롯해 강연,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전문 블로그 운영 등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뷰노, 직토, 소울링 등의 자문을 하며 이들 스타트업의 성장과 함께해오고 있다. 한 예로, 의료영상 인공지능으로 잘 알려진 국내 스타트업 중 한 곳인 '뷰노(Vuno)'는 인원이 3명일 때 조언을 하기 시작해 지금은 3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들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던 최윤섭 대표는 같은 분야 전문가들과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의료계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로 잘 알려진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 김치원 원장, 미래학자이자 의사인 경희사이버대 정지훈 교수와 의기 투합해 지난해 4월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지난 5월에는 직접 창업한 경험이 있거나 컨설팅 회사, 규제 기관, 국제 보건 분야 등에서 근무한 전문가들을 추가로 영입해 파트너를 총 14명으로 늘렸다.
최 대표는 DHP에 대해 "'따로 또 같이'를 컨셉으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로펌 혹은 컨설팅 펌 같은 파트너 형태"라며 "외부 펀드 없이 내부 출자금만으로 조성한 DHP는 파트너 정원이 지분 참여 및 멘토링과 의사결정권을 가진다"고 소개했다.
DHP가 내부 펀드만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최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생태계와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외부의 입김으로 이러한 내부 철학이나 독립성이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한, 최 대표는 액셀러레이터에 대해 투자사인 벤처캐피털(VC)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액셀러레이터는 위험(risk)이 높고 불확실성이 큰 아주 초기의 스타트업을 투자해 그 기업을 성장시키고 VC의 '시리즈 A' 투자를 제대로 받게끔 하는게 기본적인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시리즈 A는 보통 프로토타입 또는 베타버전을 정식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드는 과정에서 받는 투자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액셀러레이터가 얼마나 잘 하는지는 후속투자를 받았는지의 여부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쓰리빌리언(3billion)을 발굴한 액셀러레이터
최윤섭 대표는 글로벌한 시각에서 현재 성장을 이끌어낼 돌파구는 스타트업 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창업 전략이나 지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HP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서 초기 단계부터 기업의 방향성과 아이템 선정을 함께 고민하며 법인 설립 단계에서부터 투자하고 있다.
DHP가 액셀러레이팅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지난 해 마크로젠에서 분사한 유전질환 분석 서비스 기업 '쓰리빌리언(3billion)'에 창업 당시 투자한 것을 들 수 있다. 쓰리빌리언은 원격의료가 허용된 미국에서 개인을 대상으로 4800여종의 희귀질환을 한 번의 유전자 검사로 분석해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혈당관리 솔루션인 닥터다이어리를 액셀러레이션 하는데 이어 가상현실(VR)로 수술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서지컬마인드를 ICT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매쉬업앤젤스와 공동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DHP의 최대 강점은 의료 전문가가 직접 헬스케어 사업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각 분야의 의료 전문가들이 모여 있어 실제 사용환경에서의 유용성이나 의료 관련 인허가 전문가의 멘토링 등이 가능하다.
한편, 최대표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의료 외 경영적인 부분의 멘토링 부분은 다른 액셀러레이터와 협력해 공동 투자멘토링하는 케이스를 늘려나감으로써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적 개선 필요
한국도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창업지원 기관을 비롯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헬스케어 분야는 녹록지 않은 여건이다.
이는 국내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 풀 자체가 매우 작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료분야의 경우 인허가나 각종 규제로 인해 보다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계획 및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은행권청년창업지원재단 '디캠프'를 비롯해 서울산업진흥원(SBA) 등에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한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는 스파크랩을 비롯해 벤처스퀘어, 퓨처플레이 등이 있지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혁신을 만들어냄으로써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각국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를 장려하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액셀러레이터를 통한 보육(incubating)도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과 장기적인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최윤섭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가 더 합리적이고 선진화 돼야 하며, 일관적이고 불확실성이 적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규제는 항상 기술에 뒤쳐질 수 밖에 없는데, 얼마나 빠르게 합리적으로 이를 좁혀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규제의 합리화와 전문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으로 "개별 심사관들의 전문성 강화와 인력 확보, 그리고 최소한 디지털 헬스케어 및 정밀의료 분야에 한해서라도 네거티브 규제를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법률이나 정책 상으로 허용하는 것을 정해두고 그 외는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최첨단 분야는 사전에 예측적인 규제를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특별히 금지하는 것을 정해두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끝으로, 그는 "미국 FDA의 경우 올해 디지털 헬스 유닛을 신설했을 정도로 전문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한국의 경우는 식약처 첨단기기과에 소프트웨어 전공자가 거의 없고 최근 10년 간 새로 고용된 인력이 거의 없을 정도여서 새로운 분야인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전문성 확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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