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4.14 15:58최종 업데이트 22.04.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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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6개 기업에 불과한 인공와우 시장에 도전장 내민 '토닥'…"세계인의 소리 책임지겠다"

[헬스케어 CEO 인터뷰] 민규식 토닥 대표 "기존 22채널 보다 많은 32채널 자동공정으로 개발...미주신경자극기로 확장"

토닥 민규식 대표는 "우리 인공와우로 누군가 수술을 받고 소리를 듣는 사람을 위한 것이 토닥의 목표이자 가치"라고 말했다. 사진=토닥 홈페이지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세계에서 인공와우 기업은 6개밖에 없다. 기술이 워낙 복잡하고 어려워 누구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탓이다. 하지만 이런 세계 인공와우 시장에 국내 스타트업 '토닥(Todoc)'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공와우는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고도 난청 장애인도 소리를 듣게 해 주는 의료기기다. 인공와우는 체내에 이식하는 신경자극기와 외부 착용하는 음성처리기로 구성된다. 음성처리기는 마이크로 입력된 소리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전원과 함께 무선으로 신경자극기에 전달한다. 신경자극기는 신경전극을 통해 청신경을 자극해 사용자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토닥 민규식 대표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면서 인공와우 전극을 연구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공와우 기술을 연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삼성종합기술원에 입사한 다음에도 인공와우 생각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2015년 10월 인공와우 기업 '토닥'을 창업했다. 그리고 기존 22채널보다 나아간 32채널의 인공와우를 수작업이 아닌 자동공정으로 개발해 올해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토닥 민규식 대표는 “토닥은 우리말 ‘토닥토닥’에서 차용한 단어로, 그 의미처럼 사용자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우리 인공와우로 누군가 수술을 받고 소리를 듣는 사람을 위한 것이 토닥의 목표이자 가치"라고 말했다. 
 
국내 유일무이한 인공와우 연구 열망이 토닥 창업까지  


-토닥이라는 회사에 대해 소개해달라. 그동안 연구를 맡아오다가 어떻게 창업을 결정했나.

서울대 김성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가 2006년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였다. 그는 뉴로바이오시스라는 회사에서 CTO를 겸직하고 있었다. 그때 석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회사 일도 같이 할 수 있었다. 내가 공부한 것으로 사업을 하고 실제 제품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뉴로바이오시스는 2001년 창업해 인공와우를 사업화했다. 회사는 기존의 인공와우와 거의 비슷한 스펙에서 일찌감치 16채널 인공와우를 만들었다. 하지만 모기업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다 보니 관리기업에 들어가고, 뉴로바이오시스도 2012년에 폐업했다. 

당시 뉴로바이오시스가 가진 한계는 제품을 개발했더라도 2007년에 인공와우 급여화가 시작되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데 있다. 인공와우가 급여화되면서 2000만원 상당의 인공와우 가격에서 본인부담금 40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었고 여기에 200만~300만원을 더 들이면 인공와우 수술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성능 차별성이 없는 저가의 인공와우를 도입할 이유가 별로 없어졌다.  
 
박사 학위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액정 폴리머 기반 인공와우 전극에 대한 연구'로 받았다. 전공을 살리기 위해 회사 폐업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 하고 싶었다. 국내에서 인공와우를 연구하는 곳은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연구실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 입사했는데, 초음파 연구를 하면서도 한켠에는 인공와우 사업을 이어갈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로 부서이동을 해도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과 인공와우를 개발하는 것의 사이에서 나의 가치가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인공와우 기술이 너무 아깝고 기존 회사들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2015년 10월에 토닥을 창업했다.  

-토닥이 개발하고 있는 인공와우 기술은 무엇인가. 현재 인공와우 개발 현황이 어디까지 왔으며, 인허가에 상용화는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새로 만든 인공와우가 인허가를 수월하게 통과하려면 다른 인공와우에서 쓰였던 물질인지가 중요하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하는 물질과 공정이 이식형 의료기기를 위한 생물학적 안전성 기준을 통과하기가 까다롭다는 것을 깨닫고, 창업 3년차에 처음부터 다시 기존 제품과 똑같은 재료를 기반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일단 성능 경쟁력이 없어져도 생산단가는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로 가자고 했다. 기존의 회사들이 인공와우를 다 수작업으로 만들었는데, 전극길이가 굵기가 0.8mm에서 0.3mm밖에 되지 않는 얇은 크기이면서 전극이 최대 22개가 붙어있다. 기존에는 8개의 전극보다 많은 인공와우 전극이 필요없다는 학계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최근 들어 배경소음이 큰 환경이든 조용한 환경이든 전극수가 8개 이상이라도 많이 사용할수록 소리가 더 잘 들린다는 임상논문이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22개 이상의 전극을 가진 제품이 없기 때문에 그 이상의 연구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토닥은 과거에는 손으로 붙였던 전극 배열을 레이저 패터닝을 통해 전극과 와이어를 동시에 한꺼번에 성형함으로써 32개 채널까지 자동화를 통한 전극배열을 만드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22채널에서 10채널이나 뛰어넘으면서도 자동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12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MP까지 받았다. 올해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내년 중으로 인공와우의 품목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공와우는 3등급 의료기기인데, 기존 제품과 사용방법, 성능, 원재료가 본질적으로 동등해 이를 인정받는다면 빠르면 올해 안에도 품목 허가가 가능하다. 
 
인공와우는 체내에 이식하는 신경자극기와 외부 착용하는 음성처리기로 구성된다. 사진=토닥 홈페이지 

전국기술 다양한 제품에 응용...미주신경자극기 사업화로 확장  

-인공와우를 넘어서서 다른 기술로 확장이 가능한가. 


내가 신경전극과 임플란트를 맡아서 하고 공동창업자인 CTO가 회로설계를 했다. 공동창업자는 같은 연구실 선배인데,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입사한 엠아이텍에서 뇌심부자극기 전자회로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좋은 직원들이 계속 합류해 현재 직원 21명이 다양한 연구 주제를 도맡고 있다. 

인공와우는 신경 전극 기술(SEEG)로 전극 기술을 바탕으로 이식형 전극 파이프라인의 확장이 가능하다. 해당 기술을 응용해서 시제품을 만들어봤는데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뇌심부자극기는 파킨슨을 치료하는 장비인데 마찬가지로 전극 기술이 대동소이하다. 뇌전증 진단과 치료에도 접목할 수 있다. 또한 미주신경자극기를 통해 신경을 자극해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키는 장치도 개발을 완료하고 사업화를 앞두고 있다. 

-많고 많은 제품 중에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제품이 몇 개 되지 않는 인공와우 기술에 뛰어들게 된 특별한 계기와 이유가 있나.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게 인공와우라고 판단했다. 우선 세계 인공와우 시장은 2조 5000억원에 달한다. 청각장애 인구가 4억 6000만명이 넘어 점점 증가하고 노령인구도 늘어난다. 난청 환자들이 보청기를 사용하다가 안되면 인공와우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공와우 시장의 80% 이상이 북미나 유럽에 집중돼있다. 무엇보다 비싼 가격이 가장 큰 문제다. 국내외에서 인공와우 가격은 개당 20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2018년 자료를 보면 인공와우가 세계에서 7만개 정도 팔렸다. 하지만 중국, 인도, 중동, 남미 등의 시장조사를 해보면 인공와우가 세계적으로 6만개 이상 모자란다. 저가의 성능까지 더 우수한 인공와우라면 신규로 들어간다고 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속도로 사업을 할 때 시장성에 의문을 갖지 않게 됐다. 

현재 인공와우를 개발하는 기업은 코클리어, 메델 등 글로벌 회사 6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1위 인공와우 회사의 기업 가치가 10조원 정도에 이르는 큰 시장이다. 그만큼 블루오션이지만 기술이 어렵다 보니 새로운 참여자가 없다. 만약 토닥이 성공한다면 인공와우 시장의 절대 강자를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  

-임상시험에서 앞으로 어떤 결과를 기대하나. 아울러 의사들이 보수적이라 신제품이 잘 사용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해나갈 예정인가. 

기존 회사들보다 내세울 게 가격밖에 없다면 별로 이점이 없을 것이다. 반면 공동 연구개발을 하고 있는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오승하 교수처럼 국산 인공와우를 꼭 만들고자 하는 의사들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한국 의사들에게 안전성이 담보됐다면 의료기기 진입장벽에 대해서는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 

의사 입장에서 세계적인 인공와우 연구를 할 수도 있다. 현재 22채널 개발에서 끝났는데 그 이상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니즈(needs)가 있다. 세계 최초로 미지의 영역인 고밀도 인공와우에 대한 연구수요를 충족시키고 싶다. 해당 임상의사나 병원이 학계에서 글로벌 리더로 갈 수 있게 해준다면 충분히 국산 인공와우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선 16채널 제품으로 개도국에서 비용 부담 문제로 인공와우 수술을 못하는 경우를 해결하고 싶다. 다시 말해 현재 개발한 32채널짜리는 선진국에 출시하고, 16채널 제품은 기존 인공와우와 성능은 비슷하지만 낮은 가격에 인도, 중국, 남미, 동유럽, 아프리카에 판매하도록 하거나 정부의 인공와우수술 지원사업에 이용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토닥은 올해 1월 '인공와우 및 신경조절장치의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서울대병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왼쪽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오승하 교수, 오른쪽 토닥 민규식 대표. 

의사와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믿을만한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 

-가정용까지 이식형 장비 확대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인가. 

미주신경자극기 시제품 만들어서 양산하고 있다. 첫 번째 제품에 대해 미세한 수정을 하고 5월이나 6월에는 대량으로 생산해서 내놓으려고 한다. 공산품으로 허가를 받아 시장에 내놓고 탐색임상을 따로 하려고 한다. 판매는 미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해외에는 집중력 개선이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웰니스 장비가 많다. 편두통이나 수면장애, 파킨슨 환자 등 처방이 이뤄지는 분야도 있다. 우선 뇌파와 심박의 변화를 인식하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만들려고 한다. 
 
-청각학이나 의공학 전문가가 국내에 그리 많지 않다고 들었다. 관련 직원이나 함께할 연구원을 채용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청각이나 관련 전공자는 없지만 전기공학이든 기계공학이든 컴퓨터공학이든 전공을 살려 개발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토닥처럼 국산 의료기기 회사가 유니콘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직원들을 좋은 조건으로 채용하다 보면 관련 전문가가 늘어나고 인프라도 확장될 것이다. 단순히 회사가 잘 되는 것 이상으로 인재를 직접 양성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하고 있다. 
 
-실제 연구개발에 투자한지 오래됐는데, 향후 투자 현황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아울러 수익실현이 가능한 때는 언제로 보나.  

창업 초기부터 현재까지 6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6년간 대형투자를 일삼는 국내 바이오업계 트렌드와 동떨어지게 투자를 적게 받았고 정부 과제를 많이 했다. 과제를 통해 저가의 고성능 인공와우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올해 임상시험을 시작하면서 국내 마케팅, 해외 진출 등까지 추진하기 위해 추가 투자를 받으려고 한다.

지난해 SK주식회사로부터 30억원의 투자의향서를 받았고 올해 추가 투자를 받은 다음 내년 프리 IPO를 하려고 한다. 최근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인공지능 기반 진단이나 헬스케어 사업들과는 달리 시장의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신의료기술이 아닌 인공와우는 실체가 있고 건강보험 수가가 정해져 있어서 조기사업화가 가능하고, 기술과 인허가 장벽이 높아 누구나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영역이라는 확신이 있다. 

토닥을 포함해 전 세계 인공와우 회사가 7개밖에 없는 만큼 저평가되기 쉽다. 동시에 국내 인공와우 수술개수는 1000건이고 국내 시장은 300억원 정도에 그친다. 반드시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노력하고 해외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도 세계 스타트업 창업가 대회(EWC, Entrepreneurship World Cup 2021)에서 대상(Grand Prize)을 받았다. 올해 세계 최대 의료기기회사인 메드트로닉코리아 글로벌 사업개발을 맡았던 김동우 상무를 부사장으로 모시기도 했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올해 임상시험을 시작하면서 토닥이 만든 인공와우가 인체 안에 들어가고 환자가 토닥의 인공와우를 이용해 최초로 소리를 듣게 하는 것이 목표다. 미주신경자극기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상반기 1000대 판매에 이어 하반기에 2차로 3000개 정도 더 판매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토닥을 창업한 이후 2020년에 아무도 회사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한 차례 위기가 있었다. 다행히 투자 연계 정부 과제를 통과하고 투자자에게 과제를 받으려면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득해 위기를 넘겼다. 당시 투자금이 해결되는 순간에 눈물이 났다. 마지막 데스밸리(Death Valley)에서 해뜨기 전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이제는 거의 다 온 것 같다. 투자자와 임직원들, 가족들 모두에게 고마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에 대해 한 말씀, 그리고 실제 제품을 접하고 사용할 의사와 난청 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토닥을 운영하면서 항상 이 사업을 왜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때마다 우리 인공와우로 누군가 수술을 받고 소리를 듣는 사람이 생긴다면 어떨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사업을 통한 수익 그 이상의 가치, 아무도 못하는 일을 해낸다는 것을 뿌듯함이 매우 큰 원동력이다.

의사와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난청 환자들에게 '믿을 만한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인공와우 채널이 많아서 소리가 잘 들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사들과 함께 증명하기 전에는 모른다. 미주신경 자극기도 의사들에게 어느 질환에 효과가 있을지 함께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 무작정 기술력이 완성됐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며 신뢰를 얻는 회사가 됐으면 한다. 
 
토닥 민규식 대표이사 Ph.D.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 석박사 
전 삼성종합기술원·삼성전자의료기기사업부 연구원 

#CEO 인터뷰 # 헬스케어 CEO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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