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오킴스 김용범 대표 변호사 "퇴사의 자유 침해는 사실상 강제노동 강요,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지난해 2월 16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대해 퇴사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이 전공의들에 대한 헌법적 권리 침해에 해당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복지부는 6월 업무개시명령 철회를 발표하기 전까지 수차례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전공의들을 압박했는데 법조계는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의협 4층 대회의실에서 '의료법상 의료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한 자리에서 법무법인 오킴스 김용범 대표 변호사가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2월 복지부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근거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복귀하지 않을 경우 면허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해 2월 16일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발표하며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그에 따라 처벌이 가해질 것이다. 업무개시명령은 징역 최고 3년"이라며 "실제로 사망 사례나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경우는 법정 최고형까지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실제로 해당 의료법 제59조 제2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김 변호사는 "퇴사한 전공의에게까지 업무개시명령을 적용하는 것은 근로계약 종료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심각하게 침해한다. 의사가 자신의 의지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과의 근로관계를 적법하게 종료한 경우, 이를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중단'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사실상 강제노동을 강요하는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는 수련과정을 받는 수련의인 동시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가 병원을 '퇴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수행할 의무가 소멸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전공의들의 개별 사직이 '진정한 퇴사'가 아닌, 정부 정책에 반대한 '집단 행동'에 해당된다며 전공의에 대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으로 강경 대응했다.
김 변호사는 "행정당국이 '진정한 퇴사'와 '형식적 퇴사'를 구별한다는 명목으로 의사의 퇴사 의사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퇴사는 근로자의 기본적 권리이며, 그 동기나 의도를 행정청이 판단해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자의적으로 침익적 행정처분을 하는 것으로 법치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의료법 제59조 제2항의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건강권 보호라는 중요한 공익을 위한 제도이나, 현행 규정은 의료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위험이 있다"며 "특히 퇴사한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근로계약 종료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심각하게 충돌한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현재의 업무개시명령 제도의 절차적 보완과 실체적 요건을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업무개시명령 발령 전 국무회의 심의, 국회 보고 의무화 등 협의 절차를 도입해 절차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 개념의 구체화 및 과도한 업무개시명령의 대상·기간·범위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 실체적 요건을 명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변호사는 무엇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퇴사한 의료인에게는 원칙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이 적용되지 않음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또 의료인의 퇴사 의사는 원칙적으로 존중되어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퇴사가 집단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진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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