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1년 끌어온 정부 특성상 뾰족한 대안 내놓기 힘들어…3~5년 간 늘어난 정원 줄이는 중재안 제시
석학에게 묻는다: 의료대란 사태, 올해는 해결될까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으로 불거진 의료대란 사태가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사직한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으면서 내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전공의 확보율은 5%에 그쳤다. 의대생들 역시 1년 더 휴학을 결의한 상태다. 전국 수련병원들도 사태가 길어지며 대부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의정갈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까지 투입된 비상진료체계 지원 규모만 1조2585억원에 달한다. 경영난으로 74개 수련병원에 지급 시기를 앞당겨 지원한 선지급금 규모도 1조4844억원이다.
이런 위중한 상황에서 1월 8일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신임 회장이 선출됐다. 이젠 길어진 의료대란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 뿐 아니라 의료계 내부에서까지 커지는 가운데,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대증원 문제와 관련해 의료계 학자들에게 사태 해결의 방향을 물어봤다.
① 박은철 교수 "김택우 회장, 정부에 대안 요구만 하지말고 먼저 대안들고 찾아가야"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연세의대 박은철 예방의학과 교수가 대한의사협회에 쓴소리를 냈다. 보다 적극적으로 의료대란 사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정부 측에 먼저 이 사태를 해결할 안을 만들어 올 것을 요구만 하지말고 의협이 먼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정부와 협상해달라'고 요구했다. 중재안으론 늘어난 정원을 '3년 간 500명씩 줄이는 안' 등이 제안됐다.
이번 의료대란 사태를 촉발시킨 정부에 대해서도 '의학교육'이 고려되지 않은 의대증원으로 인해 여러 문제가 발생됐다는 점에서 향후엔 의대증원을 하더라도 30% 이내 범위에서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박은철 교수는 9일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 당선인이 이번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리라 본다. 다만 지금 말하는 뉘앙스를 보면 사태를 촉발한 정부가 먼저 대안을 제시하고 대화할 자세를 취하라는 주장으로 들린다"며 "예전부터 의료계는 문제를 만든 정부가 결자해지하라고만 하는데 결자해지를 결제할 대통령이 탄핵 위기 상황인데 무엇을 구체적으로 하겠나"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3월에 의대생들이 휴학을 끝내고 돌아오더라도 풀어야 할 문제가 엄청나게 많다. 당장 7500명을 교육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더욱이 의대생들이 1년 더 휴학을 결의한 상태다. 휴학이 2년 축적되면 정말 해결할 수 있는 답이 사라지기 때문에 정부가 백기 투항할 수밖에 없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다고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주장하던 의대증원 정책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박은철 교수의 생각이다. 이대로 기다리고만 있다간 '의료인력추계를 위한 조직을 만들어 향후엔 다시 논의해보자'는 정도 주장이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최대 절충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정부 측에서 먼저 적정 안을 내놓기란 힘들다. 무작정 기다린다고 좋은 안이 나올 수 없다. 의료계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 이유"라며 "협의를 이끌기 위해선 의료계도 현실적으로 대안을 내놔야 한다. 아예 정책을 원점으로 돌리자는 것은 이제와서 어려울 듯 하고 2025학년도 정원 문제는 지나갔으니 2026년도부터 3년 동안 500명씩 줄이자는 대안이 괜찮은 중재안"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다만 이 대안 역시 대학별로 구체적인 수치를 따지고 보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원이 40명에서 150명으로 늘어난 충북의대와 40명이 130명이 된 가천의대는 그럼 2026년부턴 1년에 10~20명만 뽑아야 하는 것인데 교육적으로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며 "3년 감축 시기를 5년으로 원만하게 늘리자는 주장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철 교수는 향후 재차 반복될 수 있는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대해선 정원 증감을 떠나 '현장 의학교육'을 최우선한 정책 결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애초 일부 의대증원은 찬성했던 박 교수지만 이번 정부의 무리한 증원 정책에 대해 그는 여러 부작용만 양산했다고 봤다. 이런 이유로 향후엔 일부 증원을 하더라도 반드시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일축했다.
박 교수는 "의대증원을 할 순 있다. 다만 앞으론 조건을 달아야 한다. 의대 현장에서 교육을 시킬 수 있을 만큼만 뽑아야 한다. 교육 현장 체감상 정원의 30%가 넘어가면 교육에 문제가 시작되고 50%가 증원되면 교육이 어렵다"며 "향후 증원을 하더라도 증원 제한을 30% 이하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 인구가 줄어드는 2045년부턴 의사수가 과잉이 된다. 향후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점도 꼭 염두해두고 의대정원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이젠 정말 사태 해결이 시급한 만큼 의료계는 먼저 구체적 안을 들고 정부를 만나고 정부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제안이 아니라면 의협 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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