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가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추나요법 급여화가 시행된다.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가 이뤄진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추나요법 급여화의 배경은 의과에 비해 낮은 한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수준을 문제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2018년 중기 보장성 강화 정책은 물론 현 정부의 문재인 케어(보장성 강화 정책)에서도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 필요성이 언급됐다. 다만 추나요법의 안전성 확보와 표준화, 추가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급여화의 과제로 지적됐다.
추나요법은 한의사의 손, 신체, 보조기구 등을 통해 관절, 근육, 인대 등을 조정․교정하는 한의 수기치료기술을 말한다.
추나요법 급여화가 되면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국민 누구나 한의원·한방병원 등에서 추나를 받을 경우 단순추나, 복잡추나, 특수(탈구)추나 기법에 따라 약 1만~3만원(수가2만~5만원대)을 본인부담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추나의 과잉진료 예방을 위해 본인부담률 50%를 적용한다. 복잡추나 중 추간판탈출증, 협착증 외 근골격계 질환은 본인부담률 80%를 부담한다. 수진자당 연간 20회, 한의사 1인당 1일 18명으로 제한한다"라며 "추나요법의 질 관리를 위해 교육을 이수한 한의사에 한해 급여 청구가 가능하다. 관련 시행령 개정과 환자 등록 시스템 구비 등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방의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 근골격계 질환 급여화 필요성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3월 발표한 ‘추나요법 급여 전환을 위한 시범 사업 평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추나요법 급여화는 낮은 한방 건강보험 보장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방 분야 건강보험은 1987년 2월부터 적용됐다. 하지만 한방 건강보험 보장성은 매우 낮고 의과에 비해서도 낮았다. 한방병원의 보장률은 35.3%로 종합병원 61.7%, 병원 50.0% 보다 낮았고, 한의원의 보장률도 47.2%로 의원 65.5%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최근 4년 간 의원의 보장률은 연평균 1.5%씩 증가한 반면, 한의원은 연평균 1.7%씩 감소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방 총진료비는 의과 대비 약 18분의 1 수준이며, 급여행위 수는 의과 대비 23분의 1 수준으로 의과에 비해 보장수준이 낮았다. 2016년 현재 건강보험 총진료비 구성비는 의과가 94.8%이고 한방 5.2%로 나타났다.
한방 분야 다빈도 상병인 근골격계 질환에서 우선적인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6년 근골격계 질환자 수는 약 1647만명이며 총진료비는 6조9000억원 수준이었다. 한방 근골격계질환 진료실인원은 778만명으로, 전체 근골격계 질환자의 약 3분의 1이 한방 병의원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방 근골격계질환 총진료비는 약 1조4000억원이며 전체 근골격계 질환 진료비 비중은 약 16.3%에 그쳤다”라며 “척추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는 검사, 수술 등 주로 의과분야에서 인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척추질환 치료를 위한 한방 치료기술로는 침구술 이외에 추나요법과 약침요법 등이 있다. 환자들은 추나요법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지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용부담의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중기 보장성 강화 대책에 문재인 케어로 필요성 인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18년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 계획으로 한방 물리치료 급여화가 논의됐고, 근골격계 질환의 한방 분야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 범위 확대안이 나왔다. 또한 2016년 제3차한의학육성발전종합계획의 주요 목표로 한의약 건강보험 급여 확대가 제시됐다.
당시 근골격질환의 추나요법에 대해 효과성 검토, 시범사업 등을 수행하고 타당성 검증을 통해 단계적인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해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요 공약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의 확대 노력도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 취지에 포함됐다.
앞서 2009년 11월 한방 물리치료 급여화가 300억 규모로 경피경근온열요법, 경피적외선조사, 경피경근한냉요법 등 3개 항목에 이뤄졌다. 경피전기자극요법은 의료기기 사용권을 둘러싼 논란이 해결되지 않아 추가 급여 확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5년 열린 1차 한방 물리치료 소위원회는 급여화를 유보했다. 검토과정과 시범 사업 등 검증체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이후 2017년 6월 한방 물리치료 급여화가 건정심에 보고됐고 2018년부터 789억원을 투입해 한방 물리치료 적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2017년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소비 실태조사 결과, 일반국민의 45.7%가 한방에서 필요한 것은 보험급여 적용확대라고 응답했다. 다음으로 ‘한약재 안전성 확보’(20.1%), ‘한의과와 의과의 원활한 협진’ (14.0%) 순이었다. 응답자의 84.2%가 향후 한방 의료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추나요법 표준화와 안전성 확보, 추가 연구가 과제
추나요법은 근골격계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드러난 한계는 표준화된 시술과 안전성 검증에 있었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017년 2월 한방병원 및 한의원 65개소가 참여하는 추나요법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보고서는 “장비의 차이는 일부 존재하나, 술기의 시행주체가 의과는 물리치료사이고 추나요법은 한의사다”라며 "단순추나는 복합운동치료, 등속성운동치료, 복합작업치료와 유사한 수준이다. 전문추나는 특수작업치료와 중추신경계발달재활치료 상대가치 점수의 중간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한의사들은 급성기 요통 환자에는 일반 한방치료로 관리했다. 그러나 발병기간이 길고 통증이 많은 상태의 만성 환자의 치료에 추나요법을 적용하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두 군간의 비교에서 시술 4주차 측정 당시 추나요법 병행군이 아급성기 이후 요통환자의 기능상태를 일반 한방치료군 보다 유의미하게 향상시켰다. ODI 기능평가에서 통증, 성생활, 여행 등에서는 8주차까지 기능상태 개선 정도가 일반군에 비해 높았다”고 했다. 이어 “추나요법이 일반 요통환자 보다 중증도가 높고, 만성인 요통환자에게 더 시술되는 경향을 확인했다. 추나요법이 아급성기 이후 요통환자의 기능장애 개선에 유효한 시술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한계점으로 “일부 연구의 질이 충분하지 않고 연구의 유형이 다양하다. 이 때문에 향후 표준화된 연구를 위해 위약대조군과 같은 높은 수준의 RCT연구가 필요하다”라며 "추나요법 시술군과 일반 한방치료군 모두 침, 구, 한약, 약침 등 다양한 시술들이 병용되고 있었다. 두 군 간의 효과 차이를 명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보다 충분한 연구대상자 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추나 행위의 표준화 및 정량화, 무엇보다 추나시술의 안전성 담보가 급여화의 선결과제다"라며 "교육여부, 숙련도 등이 추나시술의 안전성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한의사들에게 체계적인 교육과정 이수를 통해 시술의 표준화와 정량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추나요법 급여화를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의협은 “추나요법은 현재 세계 물리치료학회의 의료행위 항목에 등재되지 않았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 보고서는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 추나요법이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라며 "추나요법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은 가지지만, 효과성이 미약하고 연구결과가 일관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의협은 “한의사는 한방 추나요법 시술 부작용에 대한 환자 리스크 관리에 적합하지 않다”라며 “추나요법을 동맥경화 환자에게 잘못 시술하면 척추동맥 손상에 의한 사망, 늑골골절 등 심각한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 사지마비, 하지마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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