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6.05 11:11최종 업데이트 20.06.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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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의료는 접근성 최고·수가 최저, 원격의료는 오히려 의료비 폭증 우려

바른의료연구소, OECD 원격의료 분석 보고서...기술 표준화·정보 보안·책임소재 해결없이는 실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른의료연구소 OECD 원격의료 보고서 분석 
①"세계 원격의료, 대면진료의 0.1~0.2%에 불과 
②접근성 최고 수가는 최저, 원격의료는 의료비 폭증만 초래

바른의료연구소는 4일 “원격의료는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라며 ”원격의료는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늘릴 수 있고, 의료공급자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의료전달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라며 "정부 차원의 올바른 의료정책, 지불제도 정비, 원격의료 관련 기술 표준화, 정보 보안 강화, 법률 제정 등의 조치가 없으면 원격의료 추진은 반드시 실패한다”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격의료 보고서(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를 분석해 '원격의료 정책 추진 및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보고서’ 두번째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비용효과성 높은 우리나라 의료, 원격의료는 의료비 폭증만 우려 

연구소는 우선 원격의료의 비용효과성에 대한 가설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만성질환자들과 장기 요양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 2030년에는 이러한 지출이 대략 GDP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연구소는 “지출 증가는 정부와 국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서 여러 국가들이 ICT를 이용한 디지털 헬스와 원격의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로 다양한 상황과 방식으로 원격의료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원격의료 서비스의 비용효과성에 관한 평가를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고 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엄브렐라 리뷰(Umbrella review)에 포함된 원격의료의 비용효과성에 중점을 둔 19개의 체계적인 검토 연구 및 메타 분석 중 8개에서는 원격의료가 비용효과적이거나 잠재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류마티스 관절염 관리, 전산화 인지 행동 치료(cCBT), 원격 신경과 진료, 모바일 장치를 통해 제공되는 원격의료 지원, 정보 및 데이터 수집, 인공 심박동기 원격 모니터링, 기질적 질병감별을 위한 원격 피부과 진단 등이 포함됐다. 

반면 5개의 체계적인 검토 연구 및 메타분석에서는 비록 원격의료가 비용효과적이거나 비용절감이 된다고 하더라도 의료 질 저하와 비용 데이터의 부족으로 인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3개의 체계적인 검토 연구 및 메타분석에서는 포함된 연구들의 결과들에서 변이가 심하게 나타나서 결론에 도달할 수 없었다. 

연구소는 “비용효과성 연구의 결과는 원격의료 행위가 평가되는 척도의 차이, 평가에 사용된 관점의 차이, 평가 기간 선택의 차이 및 비교 대상의 차이 등을 고려할 때 일반화 시키기 어렵다”라며 “연구 방법을 일정하게 해도 다양한 다른 요소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문제는 국토가 넓어 의료접근성이 낮고, 의료 수가가 높아 원격의료가 기존 전통적인 치료보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우월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됐던 국가들에서 조차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높은 의료접근성, 낮은 의료 수가로 대표되는 가장 비용효과성이 높은 의료가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의료 도입은 의료이용 옵션 추가에 불과해 기존 대면진료의 감소는 거의 없이 의료비 폭증만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불필요한 의료수요 늘리고 공급자간 과도한 경쟁 부추겨  

연구소는 “원격의료는 의료수요 감소가 아니라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늘릴 수 있고 의료공급자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의료전달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소에 따르면 원격의료 서비스의 수와 양에 대한 데이터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수집하고 보고하는 국가는 매우 적다. 이들 국가의 데이터를 보면,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의료기관과 환자 수 및 제공되는 서비스의 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캐나다는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기관의 수가 42% 증가한 7297개에서 10351개로 나타났다. 원격모니터링 중인 환자의 수가 2465명에서 3802명으로 54% 증가하고, 실시간 원격의료는 282529건에서 411778건으로 46% 증가했다. 멕시코는 2016년에 비해 2017년에 원격상담이 152% 증가했다. 미국은 전국적인 소비자 조사결과 환자와 의료제공자간 실시간 원격의료 사용이 2013년 6월 6.6%에서 2016년 12월에는 21.6%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원격의료 서비스는 불필요한 병원 이용을 감소시킬 수도 있지만 의료 수요를 더 자극 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실시간 화상 상담 서비스는 대면 방문을 33% 줄였지만 18개월 동안 전체적으로 보면 원격 진료 및 기존 방문이 80 %이상 늘어났다. 첫 해 이후에는 원격의료가 일반의료를 대체하는 효과가 감소했다”고 했다. 

연구소는 “조사에 참여한 국가 중에서 7개 국가의 전문가들은 1차 의료에 대한 원격의료 이용에 우려를 제기했다. 원격의료의 특성상 젊고 건강한 환자에게 보다 쉽게 원격 상담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원격의료 수요가 증가하면 보험 재정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원격의료는 적절성 여부에 관계없이 의료 요구에 대한 환자의 인식이 높아진다. 미국은 심장 마비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응급실 방문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증상의 급격한 악화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모니터링 결과를 환자가 수시로 확인하면서 증상에 대한 평가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일 수도 있다. 

연구소는 “1차 의료 영역에서는 원격의료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격의료 이후에 대면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면진료를 환자에게 권해도 마땅히 대면진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라며 ”또한 원격의료 제공자가 기존 대면진료 의사와 다르고, 환자가 원격의료 제공자를 조건 없이 선택할 수 있다면 의료전달체계에도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연구소는 “원격의료 제공자가 환자가 자주 보던 의사가 아닌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오진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진료의 연속성도 제한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는 원격의료를 받기 전이나 후에 직접 대면 진료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1차 진료의 원격진료를 제한하거나 급여 보장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했다. 

기술 표준화·정보 보안과 책임소재 문제 해결하지 않으면 실패  

연구소는 “정부 차원의 올바른 의료정책, 지불제도 정비, 원격의료 관련 기술 표준화, 정보 보안 강화, 법률 제정 등의 조치가 없으면 원격의료 추진은 반드시 실패한다”고 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원격의료 서비스 확대에 있어 가장 많이 알려진 8가지 장애 요소 중 7가지가 공공 정책과 관련이 있다. 재원 조달과 명확한 지불 및 상환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는 원격의료 추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며, 이는 유럽에서 정책 담당자, 보험자 및 공급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연구소는 “원격의료가 공공재정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경우에는 원격의료 제공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급여 범위뿐만 아니라 원격의료에 디스인센티브를 가하는 지불제도도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그리고 의료기관 종별로 재원 조달 기관이 다른 것도 장애 요인”이라고 했다.

노르웨이는 1차 의료 재정은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병원의 경우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을 맡는다. 호주는 메디케어에서 일차 의료 재정을 담당하고, 병원은 주 정부 연합과 연방정부 및 비정부 기금 등을 통해 재정을 지원 받는다. 미국은 지불 정책에 따라 특정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해 지불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호환성 부족도 장애 요소로 꼽혔다. 정보통신 기술과 호환성의 표준화 작업이 되어야 원격의료 응용 프로그램 개발의 핵심 사항인 기록의 공유와 교환이 가능해진다. 연구소는 “21개 OECD 국가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국가 표준을 설정하는 국가기구가 있지만, 18개 국가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11개국만이 표준을 채택하고 구조화 된 데이터를 사용하도록 하는 인증 절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6개 국가에서는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에 있어 개인 사생활 보장 및 개인정보의 보안을 중요하게 언급했다”라고 했다. 

원격의료 서비스에는 서로 다른 기관간에 개인 건강 정보를 교환해야 하며, 다른 의료기관의 종사자가 이러한 정보에 접근 할 수도 있다.  민감한 개인 정보의 유출과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특히 오진 및 과실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대면진료와 차별화하는 법률의 제정은 원격의료 활성화 및 의료 제공자들의 부담 해소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원격의료를 임상, 법률, 재정, 윤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소의 주장이다.

연구소는 “원격의료 추진 계획은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정책 추진 방안, 재원 조달 방안, 원격의료 서비스 급여 범위 및 지불 방식 선정, 원격의료 관련 기술 및 데이터 표준화 및 정보 보안 시스템 마련, 원격의료 관련 특별법 제정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화진료가 중심이 되는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게 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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