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격의료, 대면진료의 0.1~0.2%에 불과...부작용 발생 적고 효과 검증된 분야만 적용"
바른의료연구소, OECD 원격의료 분석 보고서...안전성 유효성 비용효과성 증명 요구
바른의료연구소는 2일 “올해 1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격의료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발표됐던 OECD 원격의료 보고서조차 대한민국의 원격의료 추진 필요성이 낮고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날 ‘원격의료 정책 추진 및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보고서- 1. 서론’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서론을 시작으로 OECD 원격의료 보고서(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를 분석한 결과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소는 "정부는 원격의료의 또 다른 이름인 비대면 의료 서비스의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의료체계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원격의료 관련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라며 "하지만 그 실효성과 현실성에는 아직도 의문점이 많고, 무리하게 추진되는 원격의료 정책에 의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원격의료는 사회전반에 걸쳐 여러 분야가 얽혀있고, 현재까지도 안전성 및 유효성 그리고 비용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으나 여러 가지 한계점으로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비교적 원격의료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미국, 호주, 캐나다, 일부 유럽 국가 등에서도 원격의료 추진에 속도를 내지 않고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의료 분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만약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다 하더라도 건강보험 체제 내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비용효과성까지도 증명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의 원격의료, 법적 제한 또는 지불조건 제한
연구소에 따르면, OECD 보고서는 원격의료의 정의를 '원거리에서 정보통신기술(ICTs)을 사용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원격의료에는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가 있는데, 원격모니터링(telemonitoring), 저장 및 전달(store and forward), 실시간 원격의료(interactive telemedicine) 등이다.
연구소는 "국가별로 원격의료 관련 법안이나 정책 수립 여부는 상이하고 재원 조달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국가적인 법안이나 정책이 없다고 해서 원격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 정책이 없어도 원격의료가 추진되는 경우는 지역사회 또는 특정기관에 맡겨두는 경우가 많다.
연구소에 따르면, 스페인의 경우는 원격의료에 대한 국가 법률이나 정책을 지역사회 관점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국가적인 법률이나 정책은 없다. 호주, 캐나다, 독일 및 미국은 관련 규제 권한 일부를 지자체에 위임했지만 국가적인 법률이나 정책도 있는 국가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스웨덴과 같은 국가에서는 원격의료에 관한 법률이나 정책은 없지만 광범위한 의료법에 따라 원격의료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은 원격의료 사용에 대한 국가 전략과 정책이 있지만 원격의료는 단순히 건강 관리를 제공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건강관리 법규로 규제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허용되지만, 원격의료 이용 시 중요한 법적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 헝가리는 원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어 최종 진단을 내리거나 중요한 치료 방법의 변화가 있을 때는 반드시 대면진료를 해야 한다. 또한 헝가리에서 전자처방전은 허용되지 않으며, 처방은 대면진료 이후에만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의료제공자와 환자간의 원격의료 서비스는 2018년부터 허용됐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의 초기 대면진료 이후에만 가능하다. 원격 건강관리가 적절하고 안전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의사의 책임이다. 미국의 조지아주와 텍사스주는 원격의료를 한 이후에 환자가 직접 대면 추적관찰 약속을 해야 한다. 일본, 그리스, 미국 38개 주에서 환자들은 원격의료를 이용하기 전에 서면 또는 구두로 반드시 동의를 해야 한다.
연구소는 "원격의료 사용에 대해 법적 제한을 두지 않는 많은 국가들은 원격의료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지불 및 상환 조건을 정해놨다“고 강조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메디케이드는 미국의 49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실시간 영상상담 형태의 원격의료 제공에 의료비를 지불하고 있지만 원격모니터링은 20개 주에서만 허용하고, 저장 및 전달 서비스는 11개 주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메디케어는 대부분 농촌 지역의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는데, 실시간 영상을 통해서 제공되는 서비스만 허용하고 저장 및 전달의 경우는 알래스카와 하와이에서 시범사업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또한 31개 주에서는 개인 보험에 대한 원격의료 관련법이 있어 개인보험이 있는 경우 원격의료 서비스는 대면치료와 동등하게 상환된다.
연구소는 “26개 주에서는 직업 유형에 따라 원격의료 허용 범위가 다르다. 호주의 경우는 실시간 원격의료 서비스만이 MBS(Medicare Benefits Scheme)의 지원을 받는다. 다른 원격의료 서비스는 특정 주와 별도 국가 기금을 통해서 재정을 지원 받는다"고 밝혔다.
일부 긍정적 연구도 있지만 제한점 많아, 무리한 원격의료 추진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시행한 Umbrella review에서는 13가지 의료 전문 분야에서 원격 의료의 효과에 초점을 둔 57 개의 체계적인 연구 및 메타 분석을 검토했다. 이 중에서 원격의료가 긍정적인 성과를 보인 세부적인 내용을 소개했다.
연구소는 "원격의료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개선 할 수 있으며, 임신성 당뇨병에 대한 원격의료 관리는 대면 관리와 비교해 혈당 조절 및 제왕 절개 분만률에서 유사한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실시간 화상 원격진료는 당뇨병성 족부 궤양의 치료 시간 측면에서 일반적인 대면진료와 같이 비슷한 결과를 보였고 원격 관리는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또한 원격 모니터링은 만성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과 입원률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는 심부전 관리에 있어 대면 관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간호사 가정 방문과 비교할 때 원격 모니터링은 심부전 환자의 재입원 또는 사망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은 없지만 전반적인 건강 관리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재활은 통증 관리 및 신체 활동 증가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수술 후 환자의 경우 원격 재활은 일반적인 치료만큼 효과적이었다. 신체기능 향상과 관련해 원격의료는 심장 및 정형외과 환자에게는 효과적이지만 신경계 질환자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았다. 만성 통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운동 중심의 원격관리는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할 때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신체활동 증가 또는 일상활동에 대한 효과 측면에서는 원격의료와 일반적인 치료간의 차이가 없었다.
심장 재활의 경우 원격의료는 심혈관 위험 요소 및 기능적 능력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대면진료만큼 효과적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센터에서 대면해 시행하는 심장 재활에 참석할 수 없는 환자에게 재활치료의 접근성이 증가한다는 이점이 있었다.
또한 원격의료 서비스는 천식 및 COPD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대한 치료에 도움이 됐다.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천식에서 증상 조절을 개선시키고 악화율을 감소시켜 대면 진료와 통계적으로 유사한 천식 증상 점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다양한 질환과 분야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해 좋은 성과를 보인 연구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결과를 일반화 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로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국가들에서도 원격의료를 성급하게 확대시키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는 원격의료가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OECD 국가들에서 조차도 원격의료가 여전히 의료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에서 원격진료는 대면진료 비중의 0.1~0.2% 정도만을 차지한다. 2016년 미국 메디케어에서는 총 예산 5880억 달러 중 원격의료 서비스에 2760만 달러만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의 국가들은 부작용 발생이 적고 효과가 여러 차례 검증된 원격의료 서비스들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새로운 분야로의 확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원격의료 서비스는 원격 영상진단(Teleradiology)이다. 우리나라도 원격 영상진단 서비스는 외부 판독의뢰 등의 형태로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 원격 피부과 진단(Teledermatology) 및 원격 정신과 진료(Telepsychiatry)는 원격 영상진단 다음으로 활성화 돼 있지만 여러 제한점들이 있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원격 모니터링은 가장 개발이 더딘 분야로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격영상 진단(Teleradiology)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원격 의료 프로그램은 특정 전문 분야, 건강 문제 및 대상 환자 그룹에 중점을 둔 소규모 파일럿 프로젝트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어떤 종류의 원격의료 서비스를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도 확정되지 않았으며 원격의료 서비스의 수가와 지불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건의료계와 국민 대상으로 원격의료 관련 교육 및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이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다름아닌 전화진료라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외국에서 일부 성과를 보인 실시간 원격상담 등의 서비스는 거리상 의료기관 방문이 어렵거나 물리적으로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워 대면진료가 어려운 사람들을 주로 대상으로 한다"라며 "세계에서 의료 접근성이 가장 높아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가장 떨어지는 우리나라는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알기도 힘든 전화통화를 통해 대면진료를 대체하면, 안전성과 유효성도 담보할 수 없고 비용효과성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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