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추진 등 남북 긴장 완화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북한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해 경제체제 전환 과정에 따른 단계별 전략으로 보험시장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펴냈다.
16일 보험연구원의 '북한 보험산업의 이해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보험시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등 위험부담이 크지만 일단 개방을 하면 성장잠재력이 높다. 다만 북한의 보험·금융시장 개방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보험연구원은 정부와 보험업계가 북한보험시장의 선진화를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북한 보험시장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북한 보험제도의 특징과 보험시장의 규모, 북한 보험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금융당국와 보험업계의 전략 등을 담았다.
국가 독점운영체제 특징 가진 북한의 보험제도
북한의 보험·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하려면 북한 보험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독특한 보험제도를 발달시켜 왔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북한 보험사업의 운영주체는 중앙보험지도기관의 승인을 받은 보험회사로 규정돼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국영보험 형태다. 현재 북한에서 독점적으로 보험사업을 운영하는 국가보험기관은 평양시에 위치한 조선민족보험총회사로 공식명은 대외보험총국이다.
조선민족보험총회사의 전신은 1947년 설립된 국민공영고려보험주식회사로 1951년 조선보험주식회사로 개칭됐다. 이후 1954년 해산됐다가 1957년에 국제보험 업무 도입으로 조선국제보험회사를 재정성 산하에 설립하면서 부활했다. 2005년 중앙은행이 담당하던 국내 보험업무를 인계받으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북한의 보험상품은 가입대상과 가입의무성, 거래방식, 지역적 성격에 따라 구분된다.
체제의 특성상 북한 보험은 개인과 사유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보다 인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경제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에 따라 인체보험은 저축 용도가 발달했다. 재산보험은 이윤창출보다 자연재해 등 사고 발생으로 인한 손해를 보장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다른 특징은 국제보험에 있다. 북한의 국제보험은 해외 국가와 거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적 및 물적 손해를 보상받기 위한 장치로 대외거래의 안정성을 화보하고 동시에 외화벌이 등 국가적 사업이다.
북한의 보험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 추세
그렇다면 북한의 보험시장 전망은 밝을까. 북한 보험산업은 2006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적인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보험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보험시장 자산 규모는 2016년 기준 1455억 조선원(약 15억 달러)이며, 최근 10년 간 연평균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회사가 일정 기간 또는 일회계연도 중에 받아들인 보험료인 수입보험료의 규모는 2016년에 502억 조선원으로 최근 10년 간 연평균 2.9% 증가했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북한의 생명보험 사업 이익은 비생명보험 사업의 이익보다 컸다. 2016년 기준으로 수입보험료 대비 이익비율을 추산한 결과, 생명보험은 28.2%고 비생명보험은 6.6%였다. 수입보험료 규모는 2016년 기준 생명보험이 59.6%로, 비생명보험의 40.4%보다 컸다. 비생명보험의 종목별 판매 비중은 상대적으로 농업보험과 재산보험이 크다. 보험연구원은 이 같은 상품구조가 시장경제가 비교적 발전하지 못한 계획경제의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비생명보험의 합산비율은 시장환경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2013년 이후는 100%보다 낮아 이익을 내고 있다. 합산비율은 보험회사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것으로 100%를 기준으로 높으면 손해, 낮으면 그 만큼 이익이 난다는 의미다. 비생명보험의 종목별 합산비율은 2016년 기준으로 기술보험이 134.3%, 재산보험이 115.3%로 100%를 웃돌았다. 반면, 불상사보험은 95.5%, 해상 및 항공보험은 87.7%, 농업보험은 35.8% 등으로 100%를 밑돌았다.
한편, 북한은 보험사업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의 32.5%를 국가납부금으로 쓰고 있다.
위험부담에도 잠재력 높아 ... 단계적 진출로 시장 선점 노려야
보험연구원은 정치적 불안정성 등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단 북한의 보험·금융시장이 개방되면 전망이 밝을 것이라며, 보험업계가 경제 체제 전환 과정에 따라 북한 보험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 보험시장은 정치적 불안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북한 경제에 시장경제적 요소가 확대 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사회보장제도가 개인 또는 가계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북한의 보험시장이 개방되면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것이다.
시장을 개방하는 사회주의 국가는 경제 전환 초기에 낙후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경제개발 과정에서 손해보험 중심의 보험시장이 형성된다. 개인 과 가계 구매력이 증가하면 점차 생명보험 중심의 시장이 커진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장기적 안목에서 북한보험시장의 진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단계별 진출 전략은 크게 세 단계로 볼 수 있다. 보험업계는 북한 보험시장 개방 전까지 남북경제협력 기업의 리스크를 담보하는 등의 방안을 활용해야 한다. 그 다음, 시장이 개방되면 자유경제구역 내에서 북한보험회사와 협력해 북한 보험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시장 선점을 위해 현지법인 설립 등 북한 보험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 보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있다. 북한이 완전히 시장 개방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인력과 자본, 노하우, 글로벌 네트워크 등 보험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해야한다. 인프라 구축은 북한이 당장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단 시간에 이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끝으로 보고서는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미리 준비해야 시장이 개방될 때 선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는 중장기적으로 해외 보험회사들과 네트워크 구축으로 보험업계가 북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리스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북한의 보험시장 선진화를 지원하고 현재 제도에서 보험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험거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