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 보장률 상승 미비에 의료 질과 효율성 문제…혁신적 보건의료정책 자체 개혁의 필요성 제기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문재인케어라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개혁 이후 남겨진 새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과제로 '필수공공의료 강화'와 '상급종합병원 과밀화 해소', '의료취약지역 문제 해결' 등이 꼽혔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은 10일 오후 새정부의 보건의료서비스 개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보건의료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이동하면서 보건의료정책 방향성에도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5년간 문재인케어로 대표되는 보장성 강화 중심의 의료체계 변화가 추진됐다면 향후 5년은 문케어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혁신적인 보건의료체계 자체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문재인케어 절반의 성공…의료 질(Quality)과 효율성(Efficiency)이 과제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제에 나선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문케어에 대해 다소 진전은 있었으나 계획에 비해 목표 도달이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2016년 문재인케어 시작 전 보장률이 62.6%였고 2017년 62.7%, 2018년 63.8%, 2019년 64.2%로 약 4개년 계획 중 절반 정도 지난 2년 정책실행과정에서 계획보다 실행이 다소 지연됐다는 것이다.
총보장률론 2년간 1.5% 포인트 증가했으며 이는 이전인 박근혜 정부 시절 4대 중증질환 중심 보장성강화 실시 당시 0.2% 포인트 증가에 비해 다소 증가한 수치다.
다만 보장성강화 정책을 위한 재원계획이 소극적으로 추진되면서 문케어가 반쪽자리 정책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주환 교수는 "보장성 확대효과는 한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매년 확대되는 만큼 의료이용시점의 본인부담금 만큼 동일한 금액이 의료이용시점 이전에 보험료로 징수돼야 한다"며 "따라서 누적적립금이나 일시적인 세수 잉여를 활용한 문케어 정책은 지속가능한 재원조달방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액이 없는 복지확대가 가능한 것 같은 애매한 정책계획을 대통령 스스로 제시했다"며 "이로 인해 의료접근성과 평등의 목표는 이뤘지만 의료의 질(Quality)과 효율성(Efficiency)은 부족했다. 이는 차기 정부에서 이뤄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일차의료기관 연합 모형으로 연간 51억 의료비 절감
오 교수가 강조한 의료의 질적 하락은 일차의료 붕괴와 상급종합병원 과밀로 해석된다. 즉 보장성강화로 대형병원 쏘림이 더욱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해결방안에 대해 오주환 교수는 "일차의료와 상급종합병원 간 협업과 분업을 향상시켜도 재정적으로 둘 다 이익이 돼야 개혁이 가능하다"며 "이런 변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거나 적으면 시스템 개혁은 불가능하고 실제 추진력을 얻을 수 없다. 개혁된 결과가 의사-의료인-의료기관의 만족을 향상시키는 방향이어야 개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론 상급종합병원과 일차의료기관 연합이 환자를 공동관리하는 모형이 소개됐다.
이 경우 필요에 따라 의료접근성이 높을 뿐 아니라 포괄적인 연속성과 적절한 치료시설로 전원이 용이하고 비용효과성과 의료의 질 모두 우수하다는 게 오 교수의 견해다.
특히 그는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때와 비교해서 특정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 1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1년간 51억4750만원 가량의 의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추산치도 공개했다.
오 교수는 "51억원의 이익금을 보험자와 정부, 의료기관, 환자가 17억씩 이익분배를 하면 정부 차원에서도 의료비 총액이 절감되고 의료기관에서도 새로운 수익이 생겨 좋다"며 "환자 입장에서도 차기연도 보험료 납부금에서 해당 금액만큼 감액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개혁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위료취약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의료기관 확대 전략이나 공공의대 신설 등 정책이 시행됐으나 반대에 부딛혀 보류됐다. 당시 대안으로 취약지역가산수가가 제안됐는데 이 방향은 향후 윤석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며 "향후 협력적 의료체계에 대한 새로운 제불제도를 적용하는 취지와도 일관성 있게 부합한다. 이는 국립대병원과 취약지 일차의료기관간 협력과 연합을 촉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보편적 '비급여의 급여화' 대신 '재난적 의료비 지원' 집중할 때
같은 맥락에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은철 교수도 보건의료정책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강조했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보편적인 재정 지원에 힘썼다면 앞으론 '재난적의료비 지원'을 통해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집중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박은철 교수는 보편적 복지인 비급여의 급여화 보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더 절실한 정책 개혁 과제라고 봤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공공의료비율은 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4.1%와 13% 정도 차이가 나지만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은 적게는 2배에서 4배 이상까지 차이난다.
우리나라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은 4.6%로 일본은 2%, 미국은 0.8%, 독일은 0.1%, 영국과 캐나다는 0.5%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재난적 의료비’를 의료비 지출이 가계 총지출의 40%를 넘어가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재난적의료비 지원에 현재 500억 정도가 쓰이고 있는데 5년 내 5000억 정도로 늘려야 한다. 재원 조달 가능성만 있다면 정책 진행 추이를 보면서 최대 1조까지 지원을 끌어올려야 꼴지에서 평균정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철 교수는 의료지역편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의 규제 형식의 정책이 아닌 지원 위주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면서 여러 규제가 생겨났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효과는 있어도 궁극적으론 해결이 어렵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지방과 소규모 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라며 "이들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대형병원 규제보단 지방과 소규모 의료기관에 대한 서포트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례로 심혈관인증기관, 뇌졸중시술인증기관이 전국 80곳이 있다. 이중 지방에 30곳이 있는데 이들 기관에 5% 수가 가산을 해주는 것이 재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방의료가 살아가기 위해선 중앙만 움직여선 안 된다. 반드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있지 않으면 탁상행정으로 끝난다"고 덧붙였다.
지역상급종합병원이 중심이 돼 공공병원과 연계하는 방안도 제언됐다.
박 교수는 "전국에 공공병원이 230개가 있다. 이 중 70개 정도가 평균 7% 적자를 보고 있다. 그런데 300병상 규모 기준으로 민간병상이 공공에 비해 2배를 번다"며 "공공병원이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20억 적자여도 지원은 10억 밖에 안 된다. 대형병원과 위탁관계를 맺고 있는 보라매병원 등은 적자가 아닌데 이는 인력수급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지방병원도 비슷한 위탁연계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절적 정책 집행 관행 고쳐야…현장 중심 정책 변화 기조 필요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앞선 발제 내용에 공감을 표하며 새 정부를 향한 다양한 정책적 제안이 쏟아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앞선 발제 내용에 100% 공감한다. 새 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남겨진 문제를 어떻게 잘 추스리고 새로운 과제를 어떻게 실현가능하게 고도화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그동안 분절적으로 정책이 집행됐던 사례를 곱씹어 각 거버넌스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밀접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도 "발제를 듣다 보니 공단에서 지난 1년간 작업한 신미래전략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일차의료에서 서비스 모형 개편이 동반되지 않고선 어떤 정책적 개혁도 어렵다. 즉 이번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이 핵심은 일차의료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현장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는 정책 변화 기조에 불만을 토로했다.
우 소장은 "일차의료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일차의료 정책 변화 논의 과정에 의협은 빠져있고 관련 연구 내용도 전혀 모르고 있다. 누가, 어떻게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감"이라며 "의료 관련 법안 개정이나 커뮤니티케어 등 정책에도 현장 의사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는다.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의원급 수가협상 과정도 비슷하다. 2008년 이후 15번 중 9번이 결렬됐다.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불공정한 계약"이라며 "지방의료도 아무리 활성화하려고 해도 정치인들이 자신의 표 과시 수단으로 지방종합병원을 활용하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국가차원의 근본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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