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15 16:12최종 업데이트 23.11.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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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흉부외과 의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칼럼]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Ruptured AAA 수술하고 블리딩이 많아서 gauze packing하고 나서 다음날 블리딩 컨트롤 들어가서 보니, 장이 썩어 있어서 외과 불러서 hartmann 수술하면 블리딩 컨트롤은 돈을 못 받네요. 뭔 이런. ㅎㅎ” 

위 내용은 현재 모 병원에서 흉부외과 과장으로 봉직하고 있는 친한 동생이 새벽에 응급수술을 하고 나와서 이렇게 단톡방에 하소연하며 올린 내용이다.

이것을 의학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들을 위해서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리면 아래와 같다

복부대동맥류란 복부 이하 모든 장기와 신체 곳곳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엄청 큰 동맥인 복부대동맥의 벽 일부가 기형적으로 얇아져 꽈리처럼 부푼 상태를 말한다. 이것이 파열돼 출혈되면 초응급 상태로써, 골든타임 내에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하면 100% 환자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환이다. 

환자는 복부대동맥류 파열로 흉부외과 수술팀이 응급수술에 들어갔으나, 출혈 부위 처치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후배 의사는 이대로 수술을 진행하다가는 대량 출혈로 인해 환자가 수술대에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해 수술을 중단함과 동시에 일단 다량의 거즈로 출혈부위를 압박해 출혈로 인한 사망을 막았다.

의사가 다음날 수술을 마무리하려 다시 수술에 들어갔는데, 장의 일부가 허혈성 괴사(복부대동맥에서 분리돼 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동맥에 피가 전달이 되지 않아 장의 일부가 썩은 상태로 복부대동맥류 파열의 흔한 합병증)가 진행된 상태였다.

일반외과 수술팀이 수술실에 급히 투입돼 괴사된 장을 제거하고 근위부 장의 끝부분을 복벽에 연결해 당분간 복벽을 통해 변을 배출시키는 장루를 만드는 ‘하트만 수술’을 진행했다. 참고로, 이 질환의 경우 수개월이 지난 다음 의사는 환자에게 복벽에 있는 근위부 장루는 배 안에 묻어 둔 원위부 장과 다시 연결해서 항문을 통해 정상적으로 변을 보게 하는 수술을 한다. 

흉부외과 수술팀은 복부대동맥류에 대한 마무리 수술을 진행했다. 여기서 문제는 수술비 삭감에 있다.

건강보험 급여 유무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한날 동시에 여러 가지 수술을 진행할 경우 '주 수술'만 수술비를 인정하고 '부수술'은 수술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외과 수술팀이 시행한 ‘하트만 수술’에 대해서만 쥐꼬리만한 수술비를 인정해 주고 사망을 막기 위해 시행한 출혈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조치에 대한 의료행위에 대한 수술비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되고 힘든 일반외과 레지던트 시절에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는 흉부외과 전공의 보다는 조금 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흉부외과 수련과정은 고되고 또 고된 과정이다. 돈 때문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과가 바로 흉부외과란 말이다.

좀 덜 자고 집에  못가도 수술실에서, 중환자실에서 나만 열심히 하면 죽어가는 죽을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그런 사명감 자부심에 버티는 '바이탈 뽕'에 취한 바보들이 흉부외과 전문의들이다.

긴 말 하지 말자.

생사의 최전선 수술실에서 밤낮 없이 응급 수술하는 의사들이 시행한 정당한 의료행위에 대해서 쥐꼬리 만한 수가조차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에서 의대정원을 늘리면 필수의료가 살아난다는 말을 하는, 사악한 자칭 의료학자들과 이런 자들의 말을 연일 신문지상과 방송을 통해 내보내는 언론이 대한민국의 필수의료는 물론이고 의료를 죽이는 주범과 공범의 관계다.

대한민국 의료가 소생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지난 수십 년간 곡학아세하며 대한민국의 의료를 말아먹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판까지 엎으려고 드는 사악한 의료학자들과 이들의 나팔수이자 공범관계로 전락한 좌우보수진보 가릴 것 없는 소위 언론이라는 것들이 자숙하고 입을 닫고 조용히 있는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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