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현지조사를 거부하는 요양기관에 대해 면허정지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심평원은 최근 열린 보건의약전문출입기자 대상 워크샵에서 향후 조사를 거부하는 기관에 대해 해당 의료인의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의료법과 약사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복지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평원 급여조사실 김두식 실장(사진)은 "현지조사는 적정 진료를 유도하고, 가입자의 수급권 보호와 건강보험재정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필요한 경우 현지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이 있어 성실히 조사에 임하는 의료기관과 그렇지 않은 의료기관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식 실장은 "심평원에서 확인한 결과 조사를 거부하는 기관 중 60%는 실제로 거짓청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과정에서 성실하게 조사를 받은 기관도 잘못이 있다면 행정처분과 면허자격정지, 고발 및 공표 등의 결과로 이어지지만, 조사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은 업무정지처분 1년과 고발당하는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조사를 거부한 기관과 성실히 조사를 받은 기관의 차이가 없고, 심지어 조사를 거부했을 때는 면허를 정지할 수 있는 법이 없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두식 실장은 "조사를 거부하고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뒤 폐업해 다른 의료기관에서 봉직의로 일하다 한 1년 뒤 기간이 끝나면 다시 개업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면허자격정지 처벌이 있어야 이러한 문을 봉쇄할 수 있다.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면허자격정지 대상은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 또는 약제비를 거짓으로 청구했을 때 1년 범위 내에서 실시한다. 의료법 제66조와 약사법 제79조에 의해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으며, 이 기간 중에는 의료법 제66조에 따라 의료업을 할 수 없다.
김 실장은 "이에 따라 심평원은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의 필요성을 복지부에 문제제기 하고 있으며, 또한 이 문제는 건강보험법에서도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복지부와 이야기한 바는 없지만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두식 실장은 올해 심평원의 주요 제도 개선방안 중 하나로 '부당청구감지시스템'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당청구감지시스템이란 요양기관의 부당유형을 상시로 발굴하고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전에 부당청구를 감지하는 것이다.
김두식 실장은 "현재 심평원에 들어와 있는 청구 데이터는 모두 급여기준에 맞게 들어와 있어 해당 데이터의 지표를 가지고 부당청구를 감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면서 "심평원의 고도화 방향은 그동안 현지조사를 했던 기관을 대상으로 분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심평원은 현재 현지조사를 실시했던 5천개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어떤 항목에서 부당을 저질렀는지와 항목별 요양기관의 분류, 부당청구 기관의 청구패턴, 부당청구하는 기관과 올바른 청구를 하는 기관과의 청구패턴 분석 등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김 실장은 "현재 70%정도 전산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내년 4월이면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심평원은 주요 제도 개선방안으로 요양기관 현지조사 실시 이유 안내를 위한 조사대상 '선정사유'를 명확히 하고, 제출서류 또한 최소화 할 예정이며, 요양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명확히 하고자 '제출자료 목록'을 신설하고, 최종 현지조사 결과 확인을 위한 '최종확인서'를 요양기관에 제공하겠다고 안내했다.
또한 김두식 실장은 "작년 현지조사와 관련해 의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강압적인 수사가 원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직원들이 좀 더 친절하고 명쾌하게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심평원에서 사전교육 또한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김 실장은 "건강보험이라는 제도 하에서는 최상의 진료보다는 보편적 진료를 요구하다보니 규제가 뒤따르고 있다"면서 "건강보험은 어차피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의 진료를 하되 업무의 30%는 행정에 투자해 달라"고 의료계에 당부하기도 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