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의대가 한국 의료 핵심인력?"…'해외 의대 유입·유학원' 느는데 보정심, '외국의사' 공급 규모서 제외
해외 의대 출신 올해만 150명 이상 한국 의사로 유입 예상…정부, '공급 추계 2안' 조직적 배제했나?
해외 의대를 통한 국내 의사 면허 취득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해외 의대 입학부터 졸업, 국내 의사 국시 합격까지 교육을 전담하는 '원포인트' 학원들도 성행하고 있다. 사진=해외 의대 전문 A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해외 의대 유입 의사를 고려해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급추계위원회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논의 과정에서 해외 의대 졸업자 규모가 고려됐어야 하지만 사실상 추계 자체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외 의대 졸업 국내 의사 숫자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앞서 보정심은 5차 회의에서 해외 의대 유입 등을 고려해 공급을 늘려 잡은 '공급 2안'을 폐기하고 최소 의사 부족분을 1732명 늘려 4262명으로 확정했다.
결과적으로 보정심이 해외 의대 유입 의사 수를 고려하지 않고 의사 부족 규모를 추계한 것이지만, 현실은 해외 의대 유입 의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해외 의대 출신 의사들이 한국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관문인 '의사 예비시험' 올해 최종 합격자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2025년 제21회 의사 예비시험 2차 실기 합격률은 88.7%로 실기 응시자 194명 중 172명이 합격했다.
지난해 20회 시험 합격률은 54.5%에 불과했고 최종 합격자도 55명 뿐이었다. 매년 의사 예비시험 합격률은 50% 언저리로 매년 합격자 수도 두 자리수를 넘어본 적은 없다.
외국 의사들의 국내 의사 면허 합격률이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선 '전문 학원'의 등장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해외 의대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련 학원들이 많아졌고 이들의 도움으로 점차 합격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의대 문제에 정통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내 의대에 진학하기 못하는 이들이 해외 의대로 눈길을 돌리면서 이들의 입학과 의대 공부, 국내 의사면허 취득까지 도와주는 학원과 유학원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해외 의대 전문 B학원 광고 갈무리
입시, 학원가에선 해외 의대 중에서도 '헝가리 의대'가 2014년부터 국시 응시 자격이 인정되면서 단기간 해외 의대 유학 루트로 자리 잡았다.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해 국내 의사 국시에 응시할 수 있는 해외 의대는 38개국 159개다. 미국이 26개로 가장 많고 헝가리는 4곳에 불과하지만 입학이 다른 의대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입학이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제89회 의사 국시 최종합격자 269명 중 52명(19.3%)가 해외 의대 출신이었다. 이 중 헝가리 의대 출신이 39명으로 75%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한 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3년까지 해외 의대 출신 국가별 의사 국시 합격자는 총 409명으로 이 중 헝가리 의대 출신이 98명으로 가장 많았다.
헝가리 의대 출신의 국시 합격률은 2023년까지 82.4%로, 119명 중 무려 98명이 합격했다.
사진=해외 의대 전문 C, D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해외 의대를 통한 국내 의사 면허 취득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해외 의대 입학부터 졸업, 국내 의사 국시 합격까지 교육을 전담하는 '원포인트' 학원들도 성행하고 있다.
이들 학원은 최근 시장이 커지면서 주말마다 해외 의대 입시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의사예비시험까지 무제한 수강'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늘리고 있다.
한 헝가리 의대 전문 입학 학원은 "과거 해외 의대 출신이 소수에 불과했다면, 이제 헝가리 의대 출신 의사들은 한국 의료 현장을 채우는 핵심 인력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며 "전체 합격자 129명 중 헝가리 의대 출신 86명이다. 이런 대규모 합격 인원은 헝가리 의대 과정이 국내 의사 면허 취득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 검증된 로드맵임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래 의사 수 추계 과정에서 해외 의대 졸업자 규모가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는 취지다.
특히 향후 해외 의대 선호가 늘어나고 학원가에서 해외 의대 입학 전문 유학원들이 성행하면서 해외 의대 졸업 국내 의사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해외 의대 유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통계를 찾아보면 매년 30명 정도였지만 최근엔 100명 이상이 들어오고 올해는 150명 이상이 한국 의사면허를 취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부분이 반영돼 보정심이 논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의과대학부모연합은 "공급 추계 2안은 해외 의대 졸업자의 국내 유입, 은퇴 의사의 재진입, 정원 외 의사 증가 가능성 등 현실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공급 변수를 반영하고 있다"며 "이 변수를 포함할 경우, 의사 부족 규모는 정부가 제시한 수치보다 약 1700명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런 결과를 이유 설명없이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정심은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의대 출신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를 의대 증원 규모에 반영해야 한다"며 "현재 학원과 유학원이 증가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향후 해외 의대 출신 국내 의사면허자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의대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의사단체인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은 현재 '헝가리 소재 4개 의과대학에 대한 복지부 인정을 무효로 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