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협의회 페이스북 캡처
여야가 2일 본회의에서 전공의특별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전망이다.
그러나 법안 심의과정에서 상당수 원안을 수정해 법안 취지를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1일 오후 11시경까지 회의를 이어갔지만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 법률안(전공의특별법안)'을 의결하는데 실패했다.
법안심사소위 위원들은 전공의특별법안 수정안에 대해 거의 대부분 합의했지만 여야가 예산안과 쟁점법안을 놓고 대치하자 일단 2일 오전 다시 회의를 열어 법안을 의결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가 마라톤협상 끝에 5개 쟁점법안과 예산안을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전공의특별법안 의결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5개 쟁점법안은 여당에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과 관광진흥법안을, 야당에서 모자보건법안과 대리점거래공정화법안, 전공의특별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공의특별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원안을 대폭 수정 내지 삭제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보건복지부와 의협, 의학회, 전공의협의회, 병협은 2012년부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TFT를 구성해 수련시간 등 8개 항목에 합의했으며, 복지부가 이를 '수련지침'으로 고시해 2014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수련지침이란 ▲주당 최대 80시간 수련(교육 목적 8시간 추가 가능) ▲최대 연속 수련 36시간 초과 금지 ▲응급실 수련시간 12시간 교대 ▲당직일수 주3일 초과 금지, 당직수당은 법령에 따라 지급 ▲휴일 주당 1일 ▲휴가 연가 14일 등을 의미한다.
이 같은 수련지침 제정에도 불구하고 의사협회와 전공의협의회가 올해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주 80시간 초과 근무가 52.9%에 달하는 등 수련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전공의와 환자 안전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었다.
그러자 김용익 의원은 전공의특볍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법안 통과를 위해 주요 조문을 양보하면서 1일 법안소위에서 마련한 전공의특별법안 수정안을 보면 사실상 '누더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원안은 국가가 전공의 육성 및 수련환경 평가 예산을 지원하도록 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지원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또 법안심사소위는 전공의단체 설립 근거를 삭제하고, 주당 최대 수련시간, 연속근무, 위반시 벌칙 등을 완화시켰다.
여성전공의 출산휴가, 당직수당 미지급, 수련규칙 위반, 전공의 폭행에 대한 벌칙 조항도 삭제했고, 전공의특별법을 위반한 행위를 신고한 전공의에 대해 불이익조치를 금지토록 한 원안 역시 폐기 처리했다.
수련병원장은 수련과정에서 안전사고를 방지할 주의 감독 의무가 있다는 '상징적인' 조항도 흔적을 지웠다.
특히 원안은 법안 공포후 6개월후 시행한다고 명시했지만 심의과정에서 공포후 1년으로 수정했으며, 수련시간과 관련한 조항은 2년 유예해 병원협회의 입맛에 맞췄다.
그러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의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바 있는 이천병원 송형곤 응급의료센터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혼을 팔아 누더기를 샀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법은 만드는 것보다 바꾸는 게 힘든 법인데, 기왕 만들 때 좀 더 치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면서 "국가의 전공의 수련비용 충당에 대한 명확한 의무조항이 없고, 36시간 연속근무, 주당 근로시간 88시간이 명시된 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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