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약업계가 2026년 새해를 맞아 국민건강과 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과 과제를 공유하며, 약가제도 개편을 둘러싼 현안을 논의했다.
약업계는 7일 오후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신년교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약업계와 정부, 국회는 최근 예고된 약가제도 개편에 대한 입장을 공유했다. 정부는 약가제도 개편 의지를 보였으며, 약업계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신년교례회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한약사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등 5개 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 보건복지부 이형훈 2차관,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 더불어민주당 서영석·김윤 의원, 국민의힘 한지아·최수진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참석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
이날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은 "약업인에게는 '의약품으로 국민건강을 지킨다'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며 "의약품 연구개발부터 허가·생산·유통·사용·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으로 이어져 있다. 이런 과정이 원활히 작동할 때 의약품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 회장은 "2026년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창립 80주년을 넘어 100년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해"라며 "협회는 지난해 'K-Pharma,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라는 비전 2030을 선포하고, 글로벌 제약바이오강국 도약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비전에 담은 가치,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품질 확보, 국민 신뢰 제고 등은 우리 산업은 물론 범약업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 역시 약업계의 한 축으로서, 국민건강 증진과 산업의 공동 발전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며 "정부와 국회, 약업계가 상호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협력을 이어가면 국민건강을 두텁게 지키고,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예고된 약가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존립을 뒤흔들 수 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일정에 맞춰 추진하기보다 산업 현장과의 협의를 거쳐 국민보건·산업성장·약가재정간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은 "지난해 대내외로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약사사회는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냈다"며 "의약분업 이후 오랜 숙원이었던 대체조제 간소화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 수급불안정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 의무화를 담은 법안도 국회에 발의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권 회장은 "특히 성분명 처방과 관련해 약품비와 사회적 비용을 포함해 총 9조원 절감이 가능하다는 의약품정책연구소의 연구결과도 제시됐다"며 "대한약사회는 이를 바탕으로 약사의 전문성을 정당하게 평가받고 국민의 신뢰로 이어지도록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올해 초 대규모 약가인하 예고로 약국가와 유통업계, 제약업계 모두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현장의 혼선과 혼란을 최소화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분명한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건복지부 이형훈 제2차관,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
보건복지부 이형훈 제2차관은 "정부는 국정과제로 의료, AI, 제약 등을 두고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을 핵심 축으로 키워나가려 한다. 올해는 제약바이오산업 전담 조직을 신설해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한다"며 "올해 K-바이오 백신 펀드를 추가 조성하고, 임상 3상 특화 펀드는 1500억 규모로 조성한다.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약품 파이프라인과 완제의약품 개발,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갈 수 있는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약가제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이 차관은 "복지부는 의약품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며 "정부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이 혁신지향적인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혁신의 가치는 충분히 보상하고, 필수의약품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약가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2026년 약업계와 소통하고 협력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규제 혁신, 연구개발 지원, 글로벌 진출 지원, 의약품 수출 지원,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등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은 올해를 '규제 서비스 개선의 해'로 정의한다고 밝혔다. 오 차장은 "소극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지원하는 규제, 소통하는 규제로 규제 지원 프레임을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규제 지원에 있어 중요한 건 인력"이라며 "올해 1차로 207명의 심사인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인력이 확충되면 다음에 해야할 일은 심사의 속도를 높이는 일이다. 안전을 꼼꼼하게 챙기면서 좋은 심사의 질을 유지하고, 속도를 높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심사 속도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 처장은 AI 심사 보조 시스템을 마련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3년간 AI 심사 보조 시스템을 도입해 심사의 속도와 효율성, 전문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오 처장은 "식약처는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의약품·백신 규제시스템 글로벌 기준(GBT) 평가에서 모두 우수 평가를 받아 전 분야 모두 우수한 규제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 제약 기업이 더 빠르고 간소한 절차로 세계에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부연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서영석·김윤 의원, 국민의힘 한지아·최수진 의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
이어진 국회의원 축사에서도 약가개편에 대한 언급이 이어졌으며, 야당과 여당이 바라보는 시각차가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지난해를 회상하며 "대체조제 간소화법, 공직 약사의 수당 인상,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 도입 등 여러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년에는 약가제도 문제, 창고형 약국, 한약사 문제, 성분명 처방 등 여러 문제가 놓여있다"면서도 "판단의 기준을 '국민의 건강권'에 두면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김윤 의원은 "올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이제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신약개발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미룰 수 없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 분야에서 생산과 수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금이 다음 단계로 도약해야할 적기"라고 했다.
김 의원은 약가제도 개편과 관련해 "약가제도 개편을 단순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해하지 말고, 이재명 정부 공약의 큰 틀 안에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정책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서 많은 우려가 있다는 점도 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제약 산업을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혁신생태계로 만든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제도의 디테일도 상의하면서 다듬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의약품 공급 안전성과 연구개발 역량은 국가 경쟁력"이라며 "이에 최근 CDMO 지원 특별법을 발의했고, 통과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CDMO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법 통과 계기로 우리나라가 위탁개발 생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공고히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힘 최수진(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은 "사용량-약가 연동제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국민에게 부담없이 줄 수 있는 약은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이다. 신약은 비싸다. 그런 제네릭을 100원 이하로 낮추는 건 생산하지 말라는 이야기다"라고 언급했다.
최 의원은 "사용량이 많아지고, 국민에게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약에 대해서는 약가인하를 안 하면 좋겠다. 많이 판다고 약가인하를 하는 것은 단순히 숫자와 재정만 고려한 것이다. 이는 국민 부담을 완화하지 못한다. 국민 부담을 줄이고, 재정을 건전화하면서도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결국 제약산업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의원은 "약가인하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총체적인 문제로 봐야한다"며 "전문가를 구성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책, 국민에게 좋은 의약품을 제값에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때"라고 강조했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최근 일본 출장에서 연구자 교수를 만나 제약바이오 산업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당시 대한민국이 앞서가는 기술이 많지만 원천 기술에서 독립적이고 동등한 위치를 점유하지 못하면 진정한 협력을 이루기 어렵고, 동반자로 함께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문제는 속도다. 정부와 입법부가 가지고 있는 발목 잡는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수많은 투자금이 약계로 유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원실은 대한민국 미래 바이오 헬스케어를 중점에 두고 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다. 1차로 글로벌 제약사, 헬스케어 업체와 포럼을 열었고 다음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포럼을 개최한다"며 "3차에는 바이오테크와 제약산업이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제약바이오협회가 생산과 유통을 넘어 외교와 안보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회장과 대한의사협회 박명하 상근부회장 등 의료계 인사도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