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4주후 경과를 관찰한 뒤 수술하기로 했는데 1주후 뇌출혈이 발생했다면 의료과실일까?
A씨는 2012년 7월 서울의 S병원 이비인후과에 내원해 약 5개월 전부터 좌측 귀가 잘 안들리고, 약 2개월 전부터 좌측 귀에 이명이 있으며, 약 3주 전부터 어지러움 증상이 있다고 호소했다.
A씨가 한 달 여 후 다시 S병원에 내원했을 때에는 좌측 안면마비 증상도 있었고, MRI 촬영 결과 좌측 소뇌교각부에 2.7cm 종양이 발견됐다.
협진 의뢰를 받은 S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은 이 종양이 2cm 크기의 뇌수막종 또는 청신경초종이라고 진단하고, 안면마비 증상에 대해서는 '벨 마비(Bell's Palsy)'라고 진단한 후 2주후 안면마비 증상의 경과를 관찰한 뒤 종양에 대해 감마나이프 수술을 하기로 했다.
A씨는 2주 후 다시 이 병원 신경외과를 내원해 진료를 받았는데 여전히 안면마비 증상에 변화가 없었고, 의료진은 안면마비 증상이 회복되면 감마나이프수술을 하기로 하고, 4주 후 다시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그런데 A씨는 그로부터 1주일 후 갑자기 극심한 두통과 메스꺼움, 구토 증상을 보여 S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뇌 CT 검사에서 좌측 소뇌교각부에 있던 종양 주변 및 기타 지주막하 부위에 출혈이 있었으며, 뇌부종, 뇌간부 경색, 뇌압 상승 등이 나타났다.
그러자 의료진은 뇌압을 낮추기 위해 약물을 투여하고, 뇌실외배액술을 했지만 갑작스러운 호흡 저하와 함께 완전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그 후 뇌사 의심상태에 있다가 약 8개월 후 사망했다.
유족들은 S병원 의료진이 수술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환자에게 뇌종양이 발견된 후 안면마비와 안구건조증 등 뇌종양이 악화되고 있었으므로 의료진은 신속하게 수술을 했어야 하지만 2.7cm에 달하던 종양의 크기를 2cm로 잘못 판단해 수술을 지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에 이어 서울고등법원도 최근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법원은 환자의 뇌종양 크기가 2.7cm인 것으로 확인됐음에도 신경외과 의료진이 진료기록부에 2cm로 기재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일반적으로 종양의 크기가 3cm 미만이면 청력 보존에 유리하고, 안면마비 부작용 위험이 적은 감마나이프 수술을 고려하기 때문에 종양 크기를 2.7cm가 아닌 2cm로 잘못 평가했다고 하더라도 감마나이프 수술을 하기로 결정한 것을 잘못된 판단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안면마비 증세가 특별히 더 악화되지 않았고, 환자에게 나타난 청신경초종의 경우 1년에 0.4~2.4mm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자라는 종양이며, 청신경초종에서 종양과 연관된 출혈이 발생하는 사례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청신경초종 제거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안면신경이 영향을 받아 안면마비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의료진이 환자의 안면마비 증상을 뇌종양과 무관한 특발성 마비로 판단하고, 그러한 안면마비 증상이 회복된 뒤 감마나이프수술을 하기로 했다고 해서 수술을 지연한 과실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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