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4.29 08:03최종 업데이트 25.04.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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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종양전문간호사 골수검사 '무면허 의료행위' 무죄 판결…"모든 간호사 업무 위임 뜻 아냐"

무면허 행위 기준으로 개별 행위 위험성·간호사 자질·숙련도 등 기준 제시…"간호사 업무 범위 확장 해석 경계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난 2023년 12월, 대법원이 종양전문간호사의 단독 골수검사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의료현장에서 진료지원간호사(PA)의 활용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해당 대법원 판결이 모든 간호사에게 의사의 업무를 위임해도 된다는 판결이 아닌 의사의 직접 입회 없이 시행 가능한 진료 보조행위 판단의 기준을 제시한 것인만큼, 현재 무분별하게 의사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PA에 대해서도 전문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법무법인 선의 오지은 변호사가 대한의료법학회 4월 월례학술발표회에서 발표한 '종양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23년 12월 12일 대법원은 의료기관 소속 종양전문간호사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골수검사를 시행한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본 2심 유죄 선고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사건의 피고인 모 법인 A병원은 의사의 업무 과중을 이유로 의사의 입회 없이 종양전문간호사에게 고난도 침습적 행위인 골수검사를 맡겼다.

A병원은 종양전문간호사인 B씨에게 한 달 정도 의사들의 골수검사 행위를 옆에서 관찰하도록 하고, 의사들로부터 검사 시 유의사항 및 검사 방법 등을 교육하게 한 후 골수검사를 하도록 했다.

2심 재판부는 골수검사과정에서 골수 채취를 위해 환자의 신체 깊숙한 곳까지 바늘을 찌르는 골수검사의 객관적인 특성상 개개의 환자의 상황에 따라 출혈 등으로 인하여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복지부 역시 수사기관의 협조 의뢰에 대해 골수검사가 '환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시술을 가하는 침습성이 있는 행위이므로 의사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것이고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다'라는 취지로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에서 종양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정한 규정 하에서도 종양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는 의사의 '지도 하'에 이뤄지는 것임을 명시했고, 해당 간호사가 전문성과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의료법이 정한 면허범위를 초월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골수검사가 침습적인 의료행위임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시술이 반드시 의사만이 수행해야 하는 본질적 진료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당시 "의료기관별로 표준화된 골수검사 지침이 존재하고 이를 준수한다면 골수검사에 대한 자질과 숙련도를 갖춘 간호사의 경우 의사의 현장 입회 없이 일반적 지도·감독만으로 골수 검사가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환자의 상태나 위험성 간호사의 자질 및 숙련도 의료현장의 분업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시 골수검사는 일반적인 지도 감독 하에서 간호사가 시술할 수 있는 진료의 보조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간호사가 수행한 골수검사가 대한혈액학회 및 대한종양내과학회 등의 의견에 따라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시술이며 전문간호사가 교육과 실습을 통해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경우 일반적인 지도 감독 하에서도 시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개별·구체적인 행위의 내용과 위험성 ▲의사의 지시 감독의 실질성 ▲간호사의 자격과 전문성 등에 관해 검토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골수검사의 위험성과 행위의 본질 시행 부위의 구조적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의사의 면허가 필요한 본질적 진료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간호사가 자격과 숙련도를 갖추고 의사의 일반적 지도 감독하에 시행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전문간호사의 교육 수준과 자격시험 실제 시술 경험 등이 의사의 ‘직접 입회 없이 시행 가능한 진료의 보조행위’ 판단에 중요한 요소임을 명확히 했다.

오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개별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향후 전문간호사 제도의 실효적 운영, 진료보조 개념의 확인 및 현장에서의 적용, 보건의료인력 간 역할 분담 구조의 법적 한계 설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논의의 전제가 될 수 있다는 함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간호사라 해도 결국 간호사면허 소지자로서 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했을 뿐이므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본질적인 의료행위에 관해서는 시행할 수 없다는 점과 의료행위 및 의료인의 숙련도와 그러한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현장의 상황들에 관해 개별 구체적으로 하겠다는 원칙적 법리를 사법부가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그는 "각 의료기관에서 의사는 간호사와 협업할 때 일반 간호사가 아닌 전문간호사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행위의 법적 성격과 의사의 지도 유무 구체적인 환자의 상태와 수행하는 의료인의 숙련도에 따라 법적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오 변호사는 지난해 2월 이후 발생한 전공의 이탈에 따라 전공의 대체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는 '진료지원간호사'에 대한 법적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현재 정부는 간호법 하위법령을 통해 진료지원간호사의 업무 범위 등을 규정하려고 하지만, 현재 임시방편으로 맡겨진 업무의 사법적 판단이 이뤄질 경우, 이를 지시한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고의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변호사는 "면허제도의 취지와 간호사로서의 경력이 쌓여 숙련도가 인정될 수 있다 하더라도 간호사가 의사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현재 해결되지 않은 의료대란 상황에서 전공의의 업무를 무분별하게 간호사 등에게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향후 의료기관 내에서의 업무에 관하여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판례가 나온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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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 변호사는 무면허의료행위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여러 가지 근거 중 전문간호사가 해당 병원에서 정해진 지침과 절차에 따라 골수검사를 했을 때 환자의 상태가 악결과로 이어진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앞서 복지부는 진료지원간호사(PA) 업무범위를 정하는 간호법 시행규칙에 PA 업무 분야를 ▲공통 업무 분야 ▲심화 분야 ▲특수 분야로 구분했는데, 심화 분야에 골수천자를 비롯해 중환자 기관 삽관 및 발관 등을 포함해 의료계로부터 큰 반발을 받아 현재 입법예고가 미뤄진 상황이다.

그는 "작금의 현장 상황에서 행위자는 물론 그 행위의 대상자인 환자들의 안전은 담보될 수 있을 것인지 본 판결의 취지를 고려해 각 의료기관이 이러한 부분에 관한 논의와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확언하기 어렵다"며 "대법원 판결만을 확장 해석해 전문간호사가 아닌 간호사에게까지 의사가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포괄적으로 업무를 지시할 경우 면허제도 잠탈은 물론 환자 안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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