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1.30 16:32최종 업데이트 20.11.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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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파업으로 환자 사망?…오히려 파업 당시 사망률 줄었다

부산의대 연구팀 의료윤리학회지 발표 “필수진료 제공, 접근성 제한 안돼…전문의 진료로 양질 서비스 제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들의 파업이 환자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의사 파업 과정에서 의료기관 내 환자 사망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추측이 있어왔고 이번 2020년 8월 의사 단체행동 과정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특히 최근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의사 파업을 규제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연구팀은 지난 9월 '의사들의 파업이 의료기관 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한국의료윤리학회지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가장 대규모로 이뤄진 의사 파업인 2000년 6월 제2차 의사파업 당시 의료기관 내 병사자와 외인사자의 사망률을 분석했다. 병사자는 순수하게 질병으로 사망한 사인을 뜻하며 외인사자는 사고사, 자살, 피살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사망이다.
 
의료기관 병사자 수, 오히려 파업 과정에서 줄어
 
의료기관 사망자의 파업 전후 월별 사망률을 비교해 봤을 때 파업으로 인해 사망률은 늘어나지 않았다. 사진=의사들의 파업이 의료기관 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논문.

연구결과, 파업 당월 의료기관 사망자의 연도별 추이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파업이 수행된 2000년 6월의 의료기관 병사자 비율은 7.45%로 분석 대상인 7개년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은 1년 전체 의료기관 병사자의 수가 이전 3개년도에 비해 많음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진행된 6월 동안 실제로 사망한 병사자의 비율은 다른 해에 비해 적었다. 이는 이후 전체 의료기관 병사자의 수가 더 많은 3개년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의료기관 외인사자는 7개년 전체 중 세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파업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파업 당해 년도 월별 의료기관 사망자 추이를 분석해봐도 파업 당월인 6월의 병사자 비율인 7.45%는 전월인 5월에 비해 0.27%, 7월에 비해 0.7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인사자는 전달과 비교해 0.14% 증가했으나 이는 훗달에 동일하게 유지돼 연구진은 이를 파업에 의한 영향으로 보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파업에 따른 즉각적인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6월을 세분화해 파업 직전(6월 14~19일), 파업 기간(6월 20~25일), 파업 직후(6월 26일~7월 1일) 기간에 따른 의료기관 사망자 추이를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의료기관 병사자의 경우 파업 이전부터 파업 직후까지 꾸준히 감소했고 외인사자의 사망률은 예년과 비교해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사진=의사들의 파업이 의료기관 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논문.

해외사례, 미국‧이스라엘‧스페인‧영국 등 모두 사망률 연관성 없어
 
해외의 의사 파업 관련 연구들을 봐도 국내의 사례와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미국은 1976년 의사에 대한 의료사고 책임보험이 급증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5주간 파업을 진행했는데 파업 결과 오히려 최대 132건까지 사망자 수가 감소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의사와 정부 간 임금 분쟁으로 인해 1983년과 2000년 두번의 파업이 진행됐지만 첫 번째 파업의 경우 사망자 수의 변화가 없었고 두 번째 파업에선 오히려 사망 건수가 감소했다.
 
스페인은도 1999년 5월부터 9차례에 걸쳐 전공의들이 전문의의 감독을 받고 의료행위를 행해야 한다는 지침에 불만을 품고 파업을 진행했지만 전공의 파업이 응급실 사망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크로아티아, 영국에서 일어난 의사 파업 당시 사망률은 파업 전후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파업이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 중 필수진료 제공돼 접근성 제한되지 않아…일부 수술 연기 탓도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의료시스템의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파업으로 인해 응급센터를 방문하는 환자의 수는 증가했을 수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경증환자였기 때문에 사망 환자의 수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의대 김성수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의사들은 단체행동을 하면서도 필수 진료는 제공했기에 환자의 의료접근성은 제한되지 않았다"며 "선행 연구를 보면 파업 기간 중 응급센터 방문 환자는 늘어날 수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경증환자로 사망자가 늘었다는 보고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2000년 파업 당시에 1차 병원의 접근성이 제한된 부분은 있지만 응급환자들은 2~3차 병원으로 전원이 가능했다"며 "꼭 필요한 환자들은 충분히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일부 진료나 검사, 수술이 연기된 부분에 의해 사망 도달 시간이 지연돼 사망률이 감소했을 수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파업 기간 중 필수 진료 부서를 제외하고 수술 등이 연기된 사례가 있다"며 "예정된 수술이나 검사가 지연되면서 환자들이 사망에 도달하는 시간이 지연돼 사망률이 오히려 줄어들었을 수 있다"며 "파업에 대한 부정적 견해로 의료기관 방문 횟수 자체가 줄어 사망률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약분업 파동기간 동안 갈등 대상자인 정부, 의사협회, 시민단체에 관한 언론보도 분석(2003)'에 따르면 2000년 6월부터 9월까지의 파업 관련 신문 보도 건수는 약 430건이었으며 이 중 의료계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구체적으로 파업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을 소개한 기사가 33.6%로 가장 많았고 의사들을 경제적 이익추구라는 동기에 지배 받는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묘사하는 기사도 주를 이뤘다.
 
반면 연구진은 오히려 파업 기간 중 전공의의 업무가 전문의에게 넘겨지면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교수는 "파업 기간에 응급 진료 인력이 전문의로 교체됐다. 기존 전공의에 비해 전문의들은 진단 절차를 감소시키고 병원 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에 환자들이 응급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줄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불필요한 검사들이 생략돼 평소보다 적은 검사와 적은 시간의 투자로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행 연구에 따르면 파업 기간 동안 방사선 검사와 응급 검사의 건수는 파업 이전의 평일이나 연휴에 비해 감소했다"며 "그럼에도 불구 파업 기간의 의료기관 병사자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은 것은 주목할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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