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0.30 09:11최종 업데이트 21.10.30 09:11

제보

'디지털 병리' 막대한 비용에 수가 가산 필요한데…판독료 저하 우려로 골머리

병리학회 이연수 이사장 "업무량 증가∙전공의 감소에 디지털 병리 필수...가치 입증·정책적 결정 필요"

사진=대한병리학회 가을학술대회 온라인 라이브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저수가에 따른 전공의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 온 병리과의 고민이 디지털 병리 도입 과정에서 수가 문제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디지털 병리는 유리슬라이드에서 스캐너를 사용해 획득한 디지털 영상을 진단, 관리, 공유,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병리학회 이연수 이사장(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은 29일 온라인으로 열린 대한병리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디지털 병리 도입 시 해결돼야 할 보험이슈’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 이사장은 먼저 지난해 정밀의학 저널(The Journal of Precision Medicine)에 실렸던 글을 소개하며 디지털 병리가 ‘가치’에 기반해 수가 적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단순히 효율성 측면만이 아닌 환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디지털 병리가 환자 케어에 있어 더해줄 수 있는 가치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비용-효과성 데이터 등을 축적해야 한다”며 “또한 급여비용이 기술 활용과 의사의 관여가 함께 어우러진 것임을 분명히 하고, 결정권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에게 유의미한 핵심가치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병리 도입 막대한 비용이 걸림...가산료 위해 정부 설득 필요

이 이사장은 국내 병리학이 디지털 병리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먼저 자문할 필요가 있다며, 병리과 업무량 증가와 전공의 수 감소를 꼽았다.

실제 국내의 경우 암환자 증가로 병리검사가 매년 3~5%가량 늘고 있으며 면역조직화학검사, 분자유전체검사 등 검사가 다양화되고 있다. 질병분류의 세분화도 병리검사의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병리과를 택하는 전공의 수는 크게 감소하며 병리과 전문의의 부족 현상이 예견된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지적이다.

이처럼 병리과 입장에서 디지털 병리는 필연적으로 가야할 길이지만 인프라 구축에 드는 막대한 비용이 큰 걸림돌이다. 디지털 병리는 슬라이드를 스캔해 이미지 파일을 서버에 보관하는 형식이라 첨단 디지털 스캐너와 방대한 크기의 저장 서버가 필요하다. 이에 재정적 여유가 있는 일부 대형병원들을 제외하고는 선뜻 도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이사장은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직접비용 상승분에 대한 가산료가 발생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만 녹록지 않다”며 “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 외에도 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병리검사의 경우 신의료기술 평가를 거쳐 행위를 신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독료 분리는 의사업무량 현실화 선행돼야...원격병리 판독 따른 판독료 저하 문제도 우려

디지털 병리 구축에 기반한 병리검사 판독료(진단료)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병리과 전문의가 판독하고 소견서를 비치한 경우에 산정하며 기존의 수가에 판독료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수가를 의사업무량인 판독료와 직접비용으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이 이사장은 “현재 병리과 의사업무량은 평균적으로 약 25%인데 미국의사협회의 표준의료행위코드(CPT)에서는 35~40% 정도”라며 “결국 판독료 분리 전에 병리과 의사업무량 상향 조정을 통한 현실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는 다른 과들도 얽혀있는 문제라 쉽지 않다. 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판독료 분리가 병리과 입장에서 마냥 근사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병리 판독료가 분리되면 슬라이드를 제작하는 직접비용 발생기관과 병리의사가 존재하는 판독 기관이 나눠져 원격병리 판독이 가능해지는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영상의학과의 선례에서 보듯 디지털 병리를 이용한 원격병리 판독료가 상근의사에게만 가산될 가능성이 있고, 원격병리 판독 활성화로 종합병원급 병리과의 존속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이사장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원격병리 판독료의 저하였다. 이 이사장은 “실제로 영상의학과도 판독료 문제로 골머리를 않았던 것 같다”며 “병리과는 수가인하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미지만을 갖고 판독료가 발생하면 이 같은 판독료 저하가 더욱 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