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8.31 11:48최종 업데이트 22.08.3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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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지출에 칼날 들이대는 정부...미납한 국고지원금 32조부터 지급하라"

문케어·고령화 등 진료비 100조원 육박, 건보료 인상은 역대 최저...의료계·시민단체 "국고지원 확대" 한목소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윤석열 정부가 건보재정 건정성 확보를 위해 지출 구조 개혁에 본격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이 국고지원금 지원 비율을 지키지 않는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31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에 대한 재점검을 중심으로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국내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1년 46조원에서 2021년 95조5000억원으로 10년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가파른 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할 때 100조원 돌파도 시간 문제인 상황이다.

하지만 2023년도 건강보험료율은 역대 최저치인 1.49%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보건복지부는 "물가 등으로 인한 국민의 보험료 부담 여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인상안을 마련했다"며, "향후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추진해 재정누수를 막겠다"고 밝혔다.

정부 '건강보험 재정개혁 추진단' 출범, 지출구조 개혁 착수...의료계 '삭감' 우려

정부는 우선적으로 건보재정 효율화를 위해 부랴부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일단 지난 23일에는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구성된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개혁 추진단’을 출범했다.

추진단은 특히 뇌·뇌혈관 MRI,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등 문케어 추진 과정에서 이용량이 급증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심산이다. 이 외에도 과다의료이용, 건강보험 자격도용,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 부적정 이용 등 지출구조 개혁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심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지난달 말 감사원이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급여화 항목 심사 부실 및 과다한 손실 보상을 문제 삼은 것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감사원은 해당 감사 보고서를 통해 상복부 등 5개 초음파와 뇌 MRI를 대상으로 표본 점검한 결과, 1606억원의 급여기준 위반 의심사례에 대해 조정없이 심사가 완료됐으며, 뇌 MRI는 급여화 이후 오히려 진료수익이 늘었는데도 정부가 기존에 책정된 손실보상 규모를 조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현행 행위별 수가제에서 묶음 방식 지불제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새로운 지불제도의 도입은 간단한 작업이 아닌 만큼 정부는 우선 지출구조를 개혁하는 방향을 택했다.

의료계는 이 과정에서 삭감 등이 현재보다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필수의료에 투자할 재원을 건보재정 지출 개혁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은 “급여 진료과들은 모두 저수가인 상황에서 건보지출 중에 어딘가에서 빼서 필수의료에 주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파이’ 자체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고지원 확대 관건...의료계 "수가현실화와 필수의료 지원"∙시민단체 "소득 재분배 효과"

결국 건보재정의 파이 자체를 키우려면 정부가 건보재정의 국고지원을 확대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난 7월말 정부가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에는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와 함께 건보 재정 정부지원 확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현실화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현행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정부는 그해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정부는 이 기준에 미달한 금액만을 지원해왔고, 지난해 기준 정부 과소지원금액은 약 32조원에 달한다.

이에 더해 현재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조항은 한시적인 일몰 조항으로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우려를 더하고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정부가 국고지원을 해야 할 의무가 사라지는 셈이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국고 지원 일몰 조항을 폐지하고, 정부가 재정 부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수현 대변인은 “현재 국고지원은 예상 수입액을 기준으로 잡고 있다보니 정부가 예상 수치 자체를 낮게 잡고 있다. 그 마저도 비율을 지키지 않아 실제 지원 비율은 14% 수준에 그친다”며 “국고지원 비율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명확히 하고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일몰 조항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전체 재원을 늘려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가를 전체적으로 올려야 한다. 동시에 환자 수가 적어 수가 인상만으론 인프라가 유지가 어려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서는 별도 지원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최근에 사망한 수원 세모녀의 경우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임에도 건보료가 최저보다 높은 1만6000원이나 내고 있었다. 정액 아닌 정률인 탓에 역진적인 건보료를 통해서가 아니라, 누진적인 세금을 통한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 프랑스 등의 국고지원 비율이 40~50% 수준인데 우리도 최소 30%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료계∙시민단체의 주장에 정부도 국고지원 확대를 적극 추진하겠단 의지를 재확인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4건의 국고지원 관련 법안이 발의 돼 있다. 9월 정기 국회가 열리면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국고 지원 확대는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는 만큼 의지를 갖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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