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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역 광장에 모인 의사들 "분만 산부인과의사 법정구속·형사처벌 규탄…분만 인프라 무너뜨리는 법원은 각성하라"

    안동 의원서 사산아 분만 중 태반조기박리 과다출혈로 산모 사망, 형사 2심서 의사 금고 8개월

    기사입력시간 19.07.20 20:29 | 최종 업데이트 19.07.20 21:10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산부인과 의사를 비롯한 의사들 500여명이 동료의사의 구속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20일 오후 6시 서울역 앞 광장에 모였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등은 공동으로 산부인과의사 구속 규탄 궐기대회를 열어 구속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지난 6월 27일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형사 2심 판결에서 경북 안동 개인 산부인과의원에서 사산아에 대한 유도분만을 진행하던 중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을 의료진의 부주의로 인지하지 못해 산모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는 사유로 산부인과 의사를 금고 8개월에 전격 법정 구속했다. 분만 담당간호사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관련기사=판결문 “산모 과다출혈·통증 호소, 4시간동안 바이탈사인 확인 없고 제대로 대처 못한 과실"]

    이날 궐기대회는 자유시민 공동대표 이언주 국회의원을 비롯해 이철호 의협 대의원회 의장,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홍옥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 등이 참석해 축사에 나섰다. 또한 백진현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든 시도의사회장단과 의장단, 각 진료과 개원의사회장단도 참석했다.   

    태반조기박리 진단 못한 것 고의 아냐, 선한 의도 의료행위라면 구속은 부당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라면 태반조기박리는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 태반과 자궁벽 사이에 피가 고이는 은폐형 태반조기박리 출혈은 피고인이나 분만 경험이 많은 의사도 진단하기가 어렵다. 이번 판결은 의사가 산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라 의사가 위급한 산모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감옥에 갈 사유라는 판결”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해당 의사는 안동지역에서 1인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하며 10년 이상 24시간 산모와 함께 했다. 그러나 한순간에 흉악한 범죄자가 돼 법정 구속됐다”고 했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밤잠을 설치며 산모를 위해 일하는 어려운 현실과 의료사고 발생의 위험으로 의대생들이 10년 이상째 산부인과 의사 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분만의사가 부족하다. 지난 10년 동안 50% 이상의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 의료기관을 폐업하고 분만 현장을 떠났다. 산부인과의 폐업 가속화와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 기피로 60여 시군구에서 산모들이 분만 의료기관이 없어 헤매는 분만 인프라 붕괴가 됐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어떤 분만 의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사건으로 이번 판결을 바로 잡기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승철 이사장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승철 이사장은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지켜내면서 힘들게 산부인과 의사가 됐다. 이번 판결은 이들의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고 재를 뿌리는 판결과 다름 없다”라며 “다른 의사들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근거없고 억울한 손해배상과 법정구속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사법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젊은 여성 사망자수가 가장 많고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고 백번 설명해도 산부인과의 특수성때문에 억울함을 막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예측 불가능한 태반조기박리라는 진단을 못하는 것이 죄인이라면 의사 10명 중 1명은 감옥에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무력감을 주고 의료를 붕괴시킬 것이 명확하다”라며 “동료의사가 불구속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사법부에 요청하고 산부인과 의사들의 권위 회복을 위해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선한 의도로 시행되는 모든 의료행위에서 불가피하게 나쁜 결과가 나타났다고 해서 의사를 구속한다면, 모든 의사가 전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위험한 진료를 기피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현실에서 산부인과의 분만포기 현상은 막기 힘들 것이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2일부터 2주일간 단식을 통해 투쟁의 첫 포문을 열었다. 단식투쟁 기간 동안 의료계 다양한 영역에서 보여준 응원과 지지는 ‘의료개혁 총력전’이라는 숭고하고 막중한 과제를 반드시 이뤄달라는 간절한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최 회장은 “모든 영역의 지지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 ‘조직화 총력전’ 투쟁의 선봉에 서서 한국의료의 정상화를 끝까지 실현하겠다. 특히 의쟁투가 추진하는 6대 의료개혁 과제에 ‘의료분쟁특례법 제정’도 포함된 만큼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반드시 이뤄내겠다. 대법원이 올바른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13만 의사회원님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형사입건 중단하고 분만 인프라 무너뜨리는 사법부는 각성하라" 

    이날 참석한 산부인과 의사들은 의사의 형사 입건을 중단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책임제, 의료분쟁조정중재원 해체, 분만 인프라 무너트리는 법원 각정 등 4가지 요구사항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사들은 결의문에서 "모든 의료행위는 선한 의도를 전제로 이뤄지지만 침습적 행위는 그 자체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행위의 결과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특히 분만과 관련한 의료행위에는 돌발 변수가 많고, 사전 예측이 불가능하다. 의료진의 과실이 없더라도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의사들은  “이번 판결은 의사가 위급한 산모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감옥에 갈 사유라는 판결이자, 의료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재판부로 대표되는 이 사회의 의료계에 대한 마녀사냥과 다름없다. 진료하다가 한순간 흉악범으로 낙인찍혀 법정 구속됐다는 점에서 내일은 바로 내가 잡혀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떨칠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3년 4월 8일부터 시행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는 분만 과정에서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신생아의 뇌성마비, 산모의 사망, 태아의 사망 또는 신생아의 사망 등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제도다. 그런데 이 재원을 정부와 분만병원이 분담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이 일을 전담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진료비인 의료기관의 요양급여 청구액에서 할당금을 미리 공제하는 방식으로 강제징수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은 “무과실 분만 사고라고 하면 의사의 과실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책임이 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지도록 강요하는 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이는 결코 비용 부담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앞장서서 '워라밸'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24시간 365일을 분만실에서 전쟁같은 삶을 살면서도 모든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의사들은 “분만을 집도한다는 이유로 과실이 없는데도 배상의 책임을 지라는 정부의 비뚤어진 인식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자긍심을 무참히 짓밟는 폭력이다. 지금 같은 저 출산 시대에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들은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상해가 발생했을 때 중재원의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는 현 제도에서는 중재원의 조사 결과가 형사 사건의 자료로 수집될 것이고 중재원의 감정서가 형사 재판의 결정적 증거로 악용될 것은 뻔하다. 이는 의사들의 방어진료를 부추기고 소신진료를 막아서 결국 국민건강권의 침해로 귀결될 것"으로 우려했다.

    의사들은 "오늘 이 자리에서 잘못된 제도와 의료정책으로 빗어진 이 현실을 규탄하며 대한민국의 10만 의사들의 분노를 모아 다음과 같이 4가지를 결의한다"고 밝혔다. 
     
    하나, 의사 전과자를 양산하는 형사입건을 당장 중단하고 진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특례를 법으로 정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하나, 뇌성마비와 같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하여 국가책임제를 즉각 시행하라!

    하나, 증거수집과 형사고소 그리고 구속의 수단으로 전락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즉각 해체하라!

    하나, 의사를 구속하고 과도한 배상 판결로 분만 인프라를 무너뜨리는 법원은 각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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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솔 (s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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