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된 의료 도입을 전제로 영리병원을 찬성했더니 단순한 돈벌이 목적의 병원을 세우려 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투자기업인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시도하자 제주도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저항이 거세다. 정부가 녹지그룹의 사업계획을 승인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영리병원 도입을 찬성했던 제주도의사회 역시 녹지병원 설립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왜일까?
제주도의사회 황식 기획이사는 "영리병원 도입을 찬성했던 이유는 선진화된 의료가 들어오면 국내 의료 수준이 같이 향상될 수 있다는 장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녹지그룹은 의료와 전혀 상관없는 부동산 기업이고, 중국이 의료 선진국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황식 이사는 "녹지병원의 사업 내용은 성형‧미용 위주"라면서 "단순한 돈벌이 목적의 영리병원 허가는 도입 취지와 크게 다르다"고 비판했다.
돈벌이 목적의 영리병원 설립은 단순히 외국법인이 하나 늘어나는 차원이 아니라 국내 의료환경을 체질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거대 자본이 잠식해 의료의 보편성이 무너진 세계다.
그는 "만일 보험회사가 영리병원을 설립하면 보험과 병원 운영을 결탁할 것이고, 제약사가 설립하면 병원에서 자회사 제품을 팔 것"이라며 "특히 치료 난이도가 높은 특정 질환 전문 영리병원을 허용할 경우 독점 구조는 매우 심각한 상황까지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컨대, 심장 수술 전문 영리병원이 생겨 그들의 자본력으로 수술 최고 권위자들을 영입한다면 환자들은 그 병원을 갈 수밖에 없다.
황식 이사는 "영리병원의 독점 현상이 생길 것"이라며 "가격 규제를 안 받는 영리병원 치료비는 부르는 게 값이다. 의료의 보편성이 무너지고 건강보험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무분별한 영리병원 설립을 막지 않으면 국민과 의사 모두 자본에 종속될 것이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영리병원을 규제하고, 독점을 예방할 법적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제주도 영리병원 설립 관련 조항이 담긴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는 영리병원의 사업 내용 및 운영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다.
또 사실상 어떤 기업이든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50% 이상의 외국인 투자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할 뿐 기업의 성격엔 기준을 두지 않았다.
황식 이사는 "법적인 미비점이 너무 많다"면서 "국내 의료기관은 의료법과 건강보험심사제도의 규제를 모두 받는 반면 영리병원은 의료법의 제재만 받는다. 그러나 의료법은 건강보험보다 실질적인 압력이 약해 국내 의료기관과의 심각한 역차별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민단체 역시 녹지병원 설립을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매주 집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병원 설립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14일에는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중국 정부가 병원 운영 경험이 없는 녹지그룹이 영리병원에서 손을 떼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중국대사관측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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