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병원들이 전공의 사직서 처리 수순을 밟는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들 사이에선 9월 전공의 모집에서 신규 전공의를 뽑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모집으로 전공의를 충원하면 기존 제자들이 돌아올 길이 원천 차단되는 데다, 현 상황에서 지원해서 들어오는 전공의들과는 함께 일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8일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수련병원들이 끝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기로 하면서 교수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병원장들이 제자들을 등지고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축 등을 비롯 여러 압박 수단을 동원한 정부에 굴복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수련병원들에 15일까지 전공의 결원을 확정하고, 17일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같은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에 병원들은 그간 미뤄왔던 전공의 사직서 수리에 나섰지만 정부가 제시한 데드라인은 대다수의 병원들이 15일까지 결원을 확정짓지 못하면서 이미 깨졌다.
17일이 마감이었던 전공의 모집 인원 신청도 교수들이 병원의 사직서 수리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시한을 넘기는 등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수련병원들의 9월 전공의 모집은 각과에서 필요한 인원을 제출하면 병원이 이를 취합해 복지부에 제출하는 형태로 이뤄지는데, 과 차원에서 교수들이 전공의 모집 ‘보이콧’을 선언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서울의대 오승원 교수는 “개별 임상과에서는 신청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이번에 사직한 전공의들로 인한 결원은 그대로 두고 이전부터 있었던 기존 결원에 대해서만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톨릭의대 김성근 교수는 “이미 7~8개 과에서 신청 인원을 0명으로 제출했고, 다른 과들도 모집하지 말자는 의견이 많다”며 “전공의들이 정부 정책에 항의하며 사직서를 냈다. 그 빈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우면 전공의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셈이다. 나가 있는 제자들이 들어올 자리도 없어진다”고 했다.
울산의대 고범석 교수는 “9월 모집을 원치 않는 교수들이 대부분”이라며 “교수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9월턴으로 지원해서 들어오는 전공의들과는 같이 일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고대의대 조윤정 교수 역시 “돌아오겠단 전공의가 있다면 1~2개 과 정도는 신청할지 모르겠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신청하는 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사직한 제자들 문제도 있고, 전국적 차원에서도 봐야 한다. 서울의 병원들이 모집에 나서면 지역의 수련병원들은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병원 차원에서 모집 인원을 신청하면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의대 교수는 “병원이 TO를 신청하면 행정 절차상 교수들이 거부할 수는 없다”며 “다만 아무래도 지원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접 점수 등은 좋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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