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 2020년 여름, 20년만의 의료계 총파업 중심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진현 전 부회장이 함께 있었다. 당시 대전협 박지현 회장을 비롯한 여러 전공의들과 함께 우여곡절을 겪었던 그는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마무리 된 파업을 뒤로 하고, 그해 10월 대전협 회장선거에 출마했다.
파업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실망감이 컸던 탓일까. 선거 결과는 김 전 부회장의 석패였고, 그는 애정을 쏟아왔던 대전협을 떠났다. 그렇게 병원으로 돌아갔던 그가 최근 다시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엔 전공의 김진현이 아니라 창업을 꿈꾸는 예비 사업가이자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은 정치인 지망생 청년 김진현으로서다.
김 전 부회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하는 대국민 국가발전 아이디어 오디션 ‘대한민국 아이디어리그’에서 야간진료 플랫폼 ‘우리 동네병원이 달라졌어요’로 최종 3위를 차지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김 전 부회장의 아이디어에 좋은 평가를 내려 주목받기도 했다.
김 전 부회장은 현재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청년보좌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캠프에 합류하기 전 국민의힘 정책공모전 ‘나는 국대다! 시즌2’에 참여해 대상을 받았던 산모마음 돌봄사업은 얼마 전 윤석열 후보가 실제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전문의시험을 마치고 비교적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를 신촌에서 만났다. 책상에 앉아 공부에만 몰두하던 내성적 학생이었다는 그는 어느덧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인싸’가 돼 있었다.
최종 선거 결과 나온 이후로 수련 시간 외에는 마음 편하게 쉬면서 지냈다. 그 전까지 회의도 많고, 파업, 선거까지 연이어 하다보니 너무 지친 상황이었다.
- 어느날 TV를 보는데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하는 오디션에 낯익은 얼굴이 보이더라. 대한민국 아이디어리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예전부터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었다. 환자를 보는 전통적 의사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는 의사들도 멋있다고 생각해왔다. 당시에 이미 중소벤처기업부의 생애최초 청년창업 지원 사업에도 지원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런 저런 아이디어가 많았던 시기였다. 신문 광고에서 대한민국 아이디어리그 광고를 보게 됐고 제출하지 못한 아이디어 중에서 아쉽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어 지원했다. 창업이 나에게 맞을지 시험해보고 싶어서 도전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 ‘우리 동네병원이 달라졌어요’라는 아이디어로 최종 3위를 차지했다. 아이디어에 대해 간단히 소개 해달라.
간단히 말하면 플랫폼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매칭해주는 야간진료의 에어비앤비와 같은 형태다. 환자가 낮 시간동안 진료받을 위치∙시간∙증상 등을 설정해 야간진료를 요청하면 이를 기반으로 진료를 희망하는 1차의료기관과 연결해준다. 환자들은 야간진료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병의원들 입장에서는 환자가 얼마나 올지 모르니 인력이나 비용이 더 투입돼야 하는 야간 진료를 무턱대고 할 수가 없다. 환자들이 얼마나 올지를 대략적으로 라도 알면 야간진료 여부를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야간진료가 필요한 환자들과 의료기관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환자들의 수요는 분명한데, 의료계가 호응할지가 중요할 것 같다. 정부 주도로 야간에 운영하는 달빛어린이병원도 이용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지만 정작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매우 적다.
정부 주도와 시장 주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달빛어린이병원 시스템의 큰 문제중 하나는 의원급이 지원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24시간 전문의가 일정 수 이상 상주를 해야되고 기기도 필요하다. 그런 인력과 기기를 갖춘 의원급 의료기관이 많지 않을뿐더러 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다. 그래서 보통 2차 병원 이상이 달빛어린이병원을 하게 된다. 조사하면서 봤던 관련 댓글 중에 수익이 잘 나면 정부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을 세워서 하면되지 왜 이걸 민간에 떠넘겨 피해를 민간의료기관이 보도록 하느냐는 게 있었다 크게 와닿았다.
1차 의료기관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선순환이 될 수 있다. 환자들의 야간 진료 수요 등에 대한 정보를 드리고 병원을 열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거다. 일단 생각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도 1차 의료기관에게 전혀 과금을 하지 않고, 환자가 미리 선불을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수수료 정도만 받는 구조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한 번 해볼만한 요인이 충분히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 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회장이 Top6 아이디어는 사업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아이디어 제안자가 직접 사업화를 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속도를 내기 위해 다른 분들이 주가 돼 사업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스타트업을 운영하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노하우를 가진 분들을 선발하는 과정이 있을 거고 이 내용도 향후 방송 예정이다.
-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어떤 내용인가.
대형병원 대상 업무 보조 시스템이다. 전공의 생활을 4~5년가량 하면서 세상은 크게 바뀌고 있는데 병원 안은 여전히 보수적인 부분들이 많다고 느꼈다. 환자를 치료하는 부분에선 당연히 보수적인 측면이 필요하지만 나머지 행정적인 것들은 바뀔 필요가 있는데 그런 서비스가 없더라. 1차적으로 전체 전공의들과 주니어 간호사들을 타깃으로 잡고 있고, 실제 어느정도 틀이 잡히면 우리 병원에 적용해보고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다.
윤석열 캠프서 청년보좌역으로 활약...“기회되면 정치 계속 해보고 싶다”
- 윤석열 캠프에서 청년보좌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합류 계기는?
내 길이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 크게 창업과 정치 참여 두 가지였다. 이전에 이준석 대표님이 진행하던 ‘나는 국대다! 시즌2, 정책공모전’에 나가서 우승을 하기도 했고 계속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경험을 해봐야 내 길인지 아닌지 알 수 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지원한 게 크고 대한전공의협의회 활동을 2년 넘게 하면서 그간 모든 활동이 의료 분야에만 치중돼 온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거기서 조금 벗어나 다른 분야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고 싶었다.
- 캠프에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향후에도 계속 정치에 참여할 의향은 있는지.
다른 청년 보좌역들과 함께 메시지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30여명 정도가 SNS 단체대화방에 모여서 청년의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의견을 모으고 전달하는 역할이다. 지금은 군대를 가기 전에 경험해보자는 의미도 있고, 군 복무기간 몇 년의 공백이 있어서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기회가 생기면 정치를 해보고 싶다.
- 대전협 집행부로 파업을 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이 정치 참여를 고려하는 데 영향을 줬나.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 대전협이 다루는 이슈는 의료계 입장에서는 작은 이슈일 수 있는데 파업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일을 많이 겪었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참여’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는 건 큰 수확이다. 그 때 너무 질려버렸으면 쳐다도 안 볼텐데, 아쉬웠던 점도 있고 얘기가 잘 전달이 안 된 것도 있고 그래서 정치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시 정계에 발을 들이게 되더라도 활동 분야를 의료로 한정짓고 싶진 않다. 전문가가 아니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평소 외교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 스타트업부터 캠프 합류까지 다음 행보도 궁금해진다. 또 준비하고 있는게 있나.
일단은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구를 하며 대체 복무를 하는 방향으로 알아보고 있다. 3~4년 정도의 기간동안 생각을 정리하며 향후 진로를 생각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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