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최근 산부인과 폐업을 막기 위해 분만수가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지만, 서울 지역 분만병원들은 이번 정책으로 오히려 폐업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는 분만수가 인상분이 55만원으로 경기도(110만원) 대비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인데,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분만의사들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분만병원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분만수가 인상안 탓에 공포에 떨고 있다. 분만수가 인상 자체는 환영할 일이지만 지역별 차등 인상이 서울 소재 분만병원 줄폐업이라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산부인과 페업과 분만기피를 막기 위해 분만 진료에 대해 지역수가(55만원), 안전정책수가(55만원) 등을 신설하고, 12월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역수가의 경우는 특별시, 광역시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제는 사실상 경기도와 한 생활권인 서울이 특별시라는 이유로 지역수가를 받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경기도를 포함한 타 지역에 비해 분만건수가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 소재 분만병원들로선 인접한 경기도와 수가 격차까지 벌어지는 건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의 2022년 합계출산율은 0.59명으로 전국에서 최하위다. 반면 경기도(0.83명)는 서울은 물론이고 부산(0.72명), 대구(0.75명), 인천(0.74명) 등 일부 광역시에 비해서도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분만기관 1곳 당 분만건수 역시 경기도(659건)가 서울(약 617건)에 비해 많다.
이에 이번 정책으로 서울에 비해 수가가 2배 더 오르는 경기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 소재 분만병원들은 기존에 분만을 담당하던 의사들이 수가 인상으로 월급을 더 줄 여력이 생긴 경기도 소재 분만병원들로 떠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분만병원 병원장은 “가뜩이나 서울은 출산율이 낮아 어려운 상황인데 특별시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면 안 된다”며 “경기도에 우리병원보다 크고 잘 되는 분만병원들이 있는데 거기는 경기도에 있단 이유로 수가를 더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서울과 경기도의 시에서 분만하는 경우는 수가가 같아야 서울의 분만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다. 분만하는 의사가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는 차등 지급 정책을 보완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서울 소재 분만병원 병원장도 “분만하는 의사가 넘쳐나는 경우에는 차등적으로 수가를 줘도 문제가 안 될 수 있지만, 지금은 분만하겠단 의사가 부족해서 간신히 분만 인프라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과 경기도의 시 지역은 동일 생활권이기 때문에 수가를 차등 지급하는 건 서울 분만 인프라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히려 경기도 시 단위에 줄 수가 55만원을 모아 실제로 분만을 하는 병원이 없거나 한 달에 1~2건만 있는 지역을 분만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분만 건당 500만~1000만원까지 지급하는 게 예산도 적게 들고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서울, 경기 인근의 병원들은 인력 배치나 수가 문제가 예민한 사안이다. 서울, 경기는 지원을 하나로 묶어야 상대적으로 처우가 더 좋아지는 경기도로 의사인력 유출이 되지 않는다"라며 "대신 군 단위 분만취약지에는 분만 1건당 10배 이상의 지역가산 수가를 반영해 분만을 포기하지 않고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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