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21 09:34최종 업데이트 23.11.21 09:34

제보

의사 늘리면 지역의료 살아난다?…안덕선 교수 "지역에 ‘환자’가 있어야 지역의료 살아난다"

[메디게이트뉴스 긴급진단-의대정원 늘려도 필수의료 지원이 저조할 명백한 이유]

평일은 지방에서 수업받고 주말엔 서울 올라가는 학생‧교수…필수의료 전공의 집중화도 제안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 사회적 현상의 하나인 수도권 집중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의사를 늘려도 지방에 의사가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에 의사들이 자리를 잡으려면 지역에 환자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려대 의과대학 안덕선 명예교수(전 의료정책연구소장)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가 개최한 '의대정원 관련 긴급진단'에서 그가 직접 경험한 캐나다의 사례를 들어 의대 정원 확대의 맹점을 지적했다. [관련 동영상=긴급 진단, 의대정원 늘려도 필수의료 지원이 저조할 명백할 이유]

지역 출신 의사 배출 관건이지만…수도권 인프라 집중으로 쉽지 않아

현재 우리나라는 지방 의사 부족, 고위험‧고난도 필수의료 의사 부족이라는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해법은 단순히 의대 정원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 교수는 특히 의사 수를 늘리면 자연히 지방 의료 취약지에도 의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순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의료 취약지에 의사들이 남아있게 만드는 프로그램 중 성공한 것은 그 지역 사람을 의사로 만드는 것 뿐이었다”며 “우리나라 영토 크기의 100배 가까이 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농터에 의과대학을 하나 세우고, 그 지역 사람만 뽑아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영토가 작아 일일생활권이 가능하고 전 사회적으로 수도권으로 사회‧문화‧경제 전반의 인프라가 집중 돼 있다는 점이다.

안 교수는 “과거 관동대 의대가 강릉에 있을 때, 의대생 중 그 지역 출신은 딱 한 명뿐이었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학생은 물론 교수 전체가 모두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에서 온 학생들이 강릉에서 수업만 듣고 헤어지는 것이다. 그게 지방의대의 현실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방에 의사 붙들려면, 지역에 환자 있어야…환자 의료쇼핑 문화 개선 선결돼야

그렇다면 안 교수가 생각하는 진짜 지역의료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우리나라는 의대가 필요한 게 아니라 좋은 대학병원이 필요하다. 좋은 대학병원이 생기려면 지역에 환자가 있어야 한다. 지방 환자들이 본인이 사는 곳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다 서울로 가버리는 것이 문제다”라고 근본적인 환자들의 의료이용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환자 개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현상은 지역에 의사들이 머물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며 ”현 건강보험 체제가 우리나라 환자들이 마음껏 의료쇼핑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데, 이런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젊은 의사들이 지역에 머무르게 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안 교수는 비교적 영토가 작은 우리나라가 40개 의과대학을 갖고 있고, 각 대학별로 주요 과목 전공의를 모두 모집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 의대에는 성형외과가 없는 곳도 있다. 심장외과 있는 의대는 다섯 곳뿐이다. 우리나라는 40개 의과대학이 모든 주요 과목 전공의를 모집하고 있는데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 그는 의사 인력을 한 곳에 집중해 양질의 근무환경과 수련 교육을 제공하는 집중화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40개 수련병원이 필수의료 전공의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인력이 분산되다 보니 전공의를 모집하기 어려운 필수의료 과목은 당직 근무의 어려움이 커 교수들이 당직을 서고 있는 현실이다. 

게다가 환자 수가 적은 지방 대학병원은 환자 케이스가 적어 수련의 기회도 부족해 수련의 질 또한 서울과 비교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안덕선 교수는 의대 증원 소식에 따라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했다.

실제로 입시 학원가는 2025학년도 입학정원부터 의대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제로 2000년대 중반 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됐을 때처럼 재수생의 문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전원 설립 당시,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도 의전원에 도전했듯이 현재 이공계 인력들이 대거 의대 입시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안 교수는 ”벨기에는 의대생을 정원 10배를 선발하고, 2학년 올라갈 때 90%를 불합격 시킨다. 프랑스는 재수를 한 번 허용하다가 최근에서야 재수를 2번까지만 가능하도록 바꿨다“며 ”국내에도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재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