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12 11:57최종 업데이트 23.02.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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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검사 중 환자 동의 없이 폐 절제한 의사…손해배상 11억 이어, 벌금 1000만원까지

피고인, “불가피한 조치” 주장에도…대법원, ‘폐 우상엽 영구적 손실’ 상해 책임져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폐 조직검사 중 환자 동의 없이 폐 우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절제술을 한 의사가 11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에 이어 형사 소송에서도 1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해당 의사는 조직검사 당시 절제한 우측 폐상엽 말초 부위 조직 판독 결과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음에 따라 확진 및 치료 목적으로 폐 우상엽 전체를 절제했지만, 재판부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채 폐 우상엽의 영구적 손실이라는 상해를 입혔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최근 대법원이 관련 사건으로 손해배상 소송에 걸려 11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흉부외과 의사 A씨에 대해 업무상과실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1000만원 형을 확정했다.
 
원심에서는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으나 대법원은 형량이 과하다고 판단해 벌금형으로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은 2016년 환자 B씨가 건강검진에서 결핵 소견을 듣고 A씨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B씨는 해당 대학병원에서 흉부CT 검사를 받고 호흡기내과 전문의로부터 폐렴 진단을 받아 항생제를 처방받았으나 특별한 변화가 없어 흉부방사선검사, 기관지내시경검사 등을 받아 염증이 진행됨을 확인해 항결핵제 등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6월 시행한 흉부방사선검사에서 B씨에게 우측 폐상엽 병변이 진행되는 양상이 확인됐고, 같은 날 시행한 흉부CT에서도 기존 병변 부위는 호전됐으나 주변에 새로운 병변이 진행됨이 보여 같은 대학병원 흉부외과의사 A씨에게 폐 조직검사를 의뢰했다.
 
환자 B씨는 6월 27일 의사 A씨로부터 병변이 의심되는 폐 조직 일부를 절제하는 폐조직검사(쐐기절제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병원에 입원해, 다음날인 6월 28일 전신마취를 받아 조직검사를 받았다.
 
의사 A씨는 B씨의 우측 폐상엽 말초 부위 조직을 쐐기 형태로 절제했고 A씨 검체의 냉동생검병리판독 결과, ‘악성 종양 세포가 없는 염증 소견'을 얻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검체를 이용한 냉동생검병리판독 결과만으로는 병변을 특정하기 어려워 최종 진단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 그 진단 및 치료 목적으로 우상엽 전체를 절제했다.
 
A씨는 법원에서 “최종 판독 결과로도 병명이 확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2차적인 조직 절제술이 불가피했다”며 “2차적인 수술이 피해자의 건강에 미칠 악영향에 대비해서 곧바로 폐 상엽조직에 대한 절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의 절제술은 적절한 행위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앞서 민사소송에서 대법원은 A씨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환자 B씨에게 우상엽 전체 절제라는 악결과가 발생했다며 치료비·간병비·위자료뿐만 아니라 일실수입(소득상실) 등을 고려해 11억원을 최종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민사소송과 별도로 업무상과실치상에 대한 형사소송에서도 원심은 A씨의 죄가 무겁다며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원심은 “(피고인은) 병리명 진단을 위해 쐐기절제술로 폐 조직을 절단한 것에서 더 나아가 폐 우상엽 전체를 절제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긴급히 폐엽절제술을 시행해야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폐엽 절제술을 시행해 폐 우상엽의 영구적 손실이라는 상해를 입게했다”며 “그에 대한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상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역시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피해자에게 폐 상엽의 영구적 상실이라는 상해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나아가 “쐐기절제술로 절제한 조직에 대한 최종 병리 판독 결과, 병변이 확진됐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역시 피해자의 병변은 악성 종양이 아니었고, 통상 이럴 경우 약물 치료가 우선되고 약물치료의 반응 여부에 따라 약을 변경하거나 필요할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에게 사전 설명이나 동의를 받지 않고 단순 진단을 이유로 폐 우상엽 절제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침습적 의료행위를 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기 타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며칠 후 쐐기절제술을 통해 얻은 검체의 최종 병리판독결과는 건락성 괴사로 ’결핵‘을 시사하는 소견이고, 이 사건 수술로 얻은 병변의 병리판독결과도 ’결핵‘을 시사하는 소견으로 일치했다.
 
대법원은 “쐐기절제술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던 피해자로서는 악성 종양 등의 제거가 아닌 단순 진단을 이유로 폐 우상엽 전체를 절제해야한다고 설명했다면 과연 동의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은 “A씨가 30년 이상 흉부외과 전문의로 성실히 근무했고, 피해자 치료에 노력하다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병원 측에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액 11억원 가량을 줬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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