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인상률은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
지난 2013년 의사협회를 대표해 '2014년도 수가 협상'을 진두지휘한 바 있는 임수흠 의협 대의원회 의장의 말이다.
2016년도 의료수가를 정하기 위한 수가협상 막이 올랐다.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인 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간호협회, 약사회 등은 1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이달 말까지 내년도 의원, 병원, 한방(한의원+한방병원), 치과, 약국의 의료수가를 협상한다.
협상 시한인 5월 31일까지 공단과 공급자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도 수가를 정하게 된다.
임수흠 전 수가협상단장은 "정부가 매년 건강보험 재정증가분으로 제시하는 금액이 7천억원도 안되고, 이걸 의료공급자들이 나눠먹는 게 수가협상"이라고 환기시켰다.
이어 임수흠 의장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면 공급자단체들이 뭉쳐야 하는데 0.1%라도 더 챙기려고 눈치싸움만 하다가 끝난다"고 지적했다.
의원의 수가 인상률을 보면 2009년 2.1%, 2010년 3%, 2011년 2%, 2012년 2.8%, 2013년 2.4%, 2014년 3%, 2015년 3.1%다.
임 의장은 "의료수가가 원가의 80%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상률은 의미 없는 숫자에 불가하다"면서 "의원 수가를 3% 인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협상의 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임수흠 의장은 "수가협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협상의 룰을 정하고, 수가 인상요인이 있으면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내년도 수가협상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비상식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6년도 수가협상을 위해 남은 기간은 18일.
그럼에도 공단도, 의료공급자도 어떤 지표를 근거로 협상할 것인지 '룰'조차 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오로지 어떤 '인상률' 카드를 꺼내느냐를 고심할 뿐이다.
또 다른 단체보다 0.1%라도 더 받으면 '이긴 싸움'을 했다고 자축하면 그만이다.
건강보험공단 역시 내년도 건강보험 재정을 얼마 더 투여할 것인지, 평균 인상률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 근거가 무엇인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평수 연구위원은 "현 수가협상은 공단의 우격다짐을 수용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것만 있을 뿐 규칙조차 없다"면서 "외국처럼 협상의 룰을 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일례로 대만은 보험가입인구 증가율+인구구성비 변화율(노인인구 증가 등 반영)+의료원가 변화율(물가인상률 등)+협상요소 성장률을 기준으로 다음해 수가인상률을 정하고 있다.
협상요소란 의료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보험급여 범위나 신기술, 의료서비스 이용 강도 변화, 의료의 질에 영향을 주는 사항, 의료서비스 효율 제고 사항 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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