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09 06:58최종 업데이트 23.02.0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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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응급의료센터’ 확대개편안에 중소병원 반발…“대학병원 몰아주기”

현재도 심각한 대학병원 응급실 과밀화 ‘심화’ 예측…전문질환별진료센터 개설 방식에도 의문 제기

사진=국립중앙의료원 유튜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맞물린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둘러싸고 의료계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학병원으로 자원의 쏠림을 초래할 수 있는 ‘중증응급의료센터’ 확대와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은 전문질환별 진료센터 지정을 통한 세분화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공청회에서 기존의 권역응급의료센터 40개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선해 뇌출혈, 중증외상, 심근경색 등 급성기 치료가 사망 위험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를 담당하게 하고, 중소병원이 운영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지역응급실)’로 개선해 일차응급의료 및 경증 응급환자 치료로 기능을 전환하기로 한 내용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관련기사=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안 발표…중증응급의료센터, 40→60개로 확대]
 
자료=보건복지부

문제는 복지부가 최종 치료 역량을 갖춘 의료기관이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될 수 있도록 응급실 근무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원, 응급실 병상 수 등 기준을 추가하고,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기관만 질환별 전문센터인 권역외상센터, 소아전문응급센터, 권역심뇌혈관센터 등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에 일선 중소병원에서는 인프라를 갖춘 대학병원들이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기 위해 의료인력 확충 경쟁을 벌일 것이고, 전체 450개 병원급 의료기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병원은 비중증 및 경증 응급환자만 치료해야 해 기능이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소병원, ‘지역응급의료기관’ 진료 제한 담은 개편안에 반발…“역할 기능 축소, 괴멸 우려”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성규 회장. 사진=국립중앙의료원 유튜브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성규 회장은 “지난주 필수의료 지원대책 이후 중소병원의 분노와 좌절감이 터져 나오며 협회로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앞으로 병원을 못 하겠다. 응급실을 반납하겠다. 차라리 단체로 응급의료센터를 반납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성규 회장은 “중소병원 응급의료센터를 ‘24시간 진료센터’로 전환해 입원이 불필요한 경증, 비응급 환자의 최종 진료를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은 결국 지역 응급의료기관의 진료 제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중소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우수한 치료 역량과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이 많다. 이런 의료기관에게 경증과 비응급환자만 보라고 하는 것은 한정된 의료자원 내에서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가 없다. 역량을 갖춘 지역응급의료기관도 질환별 전문센터로 지정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성규 회장은 “이번 개편안이 권역응급의료센터에만 역할을 몰아주고, 가산 수가를 주는 방안이기에 일종의 피라미드 형태의 개편”이라며 “우리나라 응급의료 기관 수가 410여개이며 그중 중소병원 응급의료기관 수가 252군데이다. 이번 개편안은 지역의료센터의 역할과 기능을 축소할 것이다. 경계가 모호한 환자를 중증과 경증으로 무 자르듯 자른다는 것도 현장에 맞지 않는 탁상공론이다”라고 비판했다.
 
대한병원협회 신응진 정책위원장도 “응급의료센터와 24시간 진료센터의 역할과 경계가 굉장히 모호하다. 이 둘을 나눌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중복 투자와 역할의 불분명성으로 갈등이 야기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 둘을 하나로 묶어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만들고 24시간 진료실은 입원실이 없는 외래 처치 중심의 진료소로 두는 것이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성규 회장은 또 “중증응급의료센터에 필요한 인력과 재원은 어디서 공급할 것인가. 외국에서 수입할 것인가. 정부에서 재정을 투입할 것인가. 아니면 중소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에 있는 의료인력을 빼갈 것인가. 또는 3차 상대가치 개편에서 없앤 종별가산 등으로 생긴 재원을 그쪽에 몰아줄 것인가”라며 “중소병원의 괴멸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바른 응급의료 전달체계의 방향은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역량을 발휘해 지역의 응급환자를 최대한 많이 커버하고, 그 이상의 역량이 필요한 중증응급환자는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본다”며 “이와 반대로 중증응급의료센터의 역량 강화만을 위한 정책은 오히려 응급실 과밀화와 의료취약지 응급환자 접근성 개선은커녕 현재의 문제를 심화시키는 꼴이 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청중에서도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과 관련된 우려와 비판이 다수 제기됐다.
 
경기도 모 중소병원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대학병원에 몰아준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역이나 중소병원에서 할 수 있는 역량을 살리려고 하지 않고 대학병원에 힘을 편중하는 방식에 좌절감이 든다”며 “중소병원들도 지역의 중증환자를 빨리 진료할 수 있도록 응급중환자실을 개설하는 등의 제안도 했는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부산지역 중소병원 관계자도 “2차 종합병원이지만 심뇌혈관 시술, 뇌사자 신장 이식 등 중증 수술 등을 주로 하는 병원으로서는 정책적으로 중증응급환자 최종 치료를 중증 응급환자 의심 환자 최종 치료로 기능이 격하될 경우 현재 진료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와 환자의 진료를 제도적으로 막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제도를 개편했을 경우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몰리는 환자들이 정말로 진료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부산에서 하룻밤 사이 중증응급환자가 5건이 동시에 생길 수 있다. 한 대학병원이 이 5명의 환자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시설적, 인력적 자원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나”라고 물었다.
 
외상, 소아, 심뇌혈관 ‘질환별 전문센터’ 방식에…혼란 가중, 응급의료 ‘게이트’ 기능 강화해야
 
(왼쪽부터)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사진=국립중앙의료원 유튜브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는 이번 정부 개편안에서 ‘콘트롤타워’에 대한 부분이 미흡함을 지적했다.
 
김 기획이사는 “오늘 개편안을 보면 전문분야로 외상, 심뇌혈관, 소아, 정신 부분이 세부 분과로 나눠져있다. 그렇게 되면 지역 응급의료위원회도 세부 분과로 나뉘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전문 분야 위원회를 다 나눌 수는 없다. 지역 응급의료위원회 아래에 분과별로 유지돼 지역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방식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기획이사는 “전문센터가 특정 전문질환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도 오해다. 우리나라에 1년에 응급센터를 이용하는 국민이 1000만명 가량된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응급센터 이용환자 중 중증응급환자도 증가했다. 그런데 각 전문센터가 전문질환을 각각 해결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응급의료체계 안에 게이트를 만들어 일차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전문센터와 협력하는 통합적 응급의료체계로 해야지 심뇌혈관은 심뇌혈관대로, 외상은 외상대로 따로 돌아가는 방식이 되면 환자들도 119 구급대도 혼란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중증외상센터가 15개 있지만, 해당 외상센터는 전국의 중증 외상의 10%도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나머지 외상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지역응급의료센터가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 발표 후 응급의학의사회에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의사회원 60%가 필수의료 대책 전반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었다. 특히 지역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진료센터 전환에 대해 70%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금도 대형병원으로의 과밀화가 심각하다. 그 이유는 빠르고 다양한 치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를 병원이 돌려보낼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심지어 코피가 나도 119를 타고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오고 있는 이 상황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가 과연 경증환자들을 거절한다는 일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만들기 위해 어떤 투자가 필요한지에 대한 기본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나라 응급실이 몇 개가 필요한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몇 명이 필요한지에 대한 컨센서스도 없다”며 “현장 의료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기본계획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김은영 응급의료과장. 사진=국립중앙의료원 유튜브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보건복지부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이번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안은 현재의 기능 및 자원을 축소하려는 방향이 아니다. 환자를 적정한 의료기관으로 갈 수 있도록 하고, 그 적정 의료기관에 대한 기능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방향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은영 과장은 “절대 큰 병원으로의 쏠림을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논의의 진행 과정상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형태가 아니라 이제 중증부터 정의해서 내려가는 순서로 진행된다. 향후 단계적 연구를 거쳐서 각 기능을 명확히 해나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정부가 왜 자원을 축소시켜 환자에게 효과적이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진행하겠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 과장은 “그 책임진료의 기능을 명확화하는 과정에서 1단계로 중증응급의료센터를 지정하는 것이고, 2단계 응급의료센터와 3단계 24시간 진료센터에 대한 명칭도 조정해 나갈 것이다”라며 다시 한 번 결코 자원 축소의 관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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