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후 우리나라 의사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비운 채 파업을 한다고 비난하며 '응급실 파업 금지법'까지 발의하려 했던 김 의원이 최근 180도 태세 전환에 나선데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가운데 그 이유가 전국 의대 교수들의 경찰 고발에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대거 가담하면서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증원정책에 찬성하며 사실상 정부 정책 추진에 힘을 보태며 의사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김윤 의원이 응급실 의사들을 협박, 업무방해,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당했다.
고발인은 전국의과대학 교수 127인과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로 최근 김 의원의 발언이 국립중앙의료원, 속초의료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등 응급실 의사들을 협박하고, 허위사실유포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병원들은 응급실 인력 부족으로 한시적으로 진료를 제한했던 병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한응급의학의사회와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346명이 김 의원의 처벌을 요청하는 '처벌요청서'를 경찰에 제출하면서 해당 사건이 고발인 조사 등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의사 응급실·중환자실 비우고 파업한다? "허위사실 유포"
고발인들이 문제로 삼은 발언은 지난 2월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총선 전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로 MBC 뉴스외전에 출연한 김 의원은 당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규모의 적절성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2000명도 적다"며, "1년에 4500명씩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특히 김 의원은 사직서를 내고 진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를 비난하며 "우리나라 의사 파업은 외국 의사 파업과 다르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환자 생명에 직접적인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응급실과 중환자실도 가리지 않고 다 비우고 파업한다"며 "그만큼 환자들이 받게 되는 피해가 더 크고 사회적 파장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의료계는 김 의원이 '우리나라 의사들은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도 비우고 파업한다'는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2020년 의사 파업 당시 전공의들이 집단파업 당시, 각 병원은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진료 업무 공백에 대비해 교수와 전임의 등이 업무를 나눴고,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전공의 당직근무 일정을 변경해 진료 공백으로 인한 환자 피해는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전공의들이 수련병원 진료 현장을 떠난 것은 엄연한 '사직'으로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이기 때문에 개인 자유 선택에 의한 사직을 금지하거나 막을 수는 없다.
김 의원 고발에 나선 이병철 변호사는 "최근 의료대란 상황에서 전국 각 병원 응급실, 중환자실의 전문의들이 응급실 등을 비운 사실이 없다. 전공의, 전문의들이 '파업'을 한 것이 아니라, 전공의들은 윤석열의 의료농단에 저항하고 자신의 미래를 새로이 찾기 위해 응급의학을 포기하고 '사직'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번아웃에도 응급실에 남아 환자를 돌보고 있고, 버티다 못해 의사들이 번아웃 사직으로 진료 불가 상태에 빠진 적은 있어도 파업으로 문을 닫은 사례는 없다"고 김 의원의 발언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실 파업금지법' 발의 준비…번아웃으로 진료 제한한 응급실 의사 업무방해
또 김 의원은 지난 7월 16일 국립중앙의료원, 속초 의료원, 순천향 천안병원에서 응급실 전문의가 다수 사직함으로 인하여 응급실 운영이 마비되거나 제 기능을 유지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된 이후 급히 '응급실 파업금지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공개했다.
8월 2일 김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의사들은 매번 응급실, 수술실을 비우고 파업한다. 이러한 실력행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응급실 파업금지법을 발의, 준비 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직접 "응급실 전문의 교수들이 24시간 격무에 시달려서 도저히 응급실 운영을 못하는 지경에 내몰리고 있으니, 제발 응급의료가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역시 의사들이 응급실을 비운 채 파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해당 인터뷰 이후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등 의료계는 현재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며 나아가 의사 인권을 외면한 의사 악마화의 일환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이 잇따르자 김 의원은 환자단체로부터 의견청취 과정에서 제안된 것으로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검토 단계라고 선을그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전문의 교수들은 격무에 시달려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개별적으로이 '사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전공의, 전문의들이 '응급실 등을 비우고 파업을 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피해자인 응급실 의사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불법적인 파업을 한 것으로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했다. 그 결과 피해자들이 수행하는 응급실 등 업무, 사직할 업무 등이 방해될 위험을 초래해 결국 허위사실유포 및 위계로써 피해자인 응급실 의사들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김 의원은 민주당 국회의원 자격으로 응급실 파업을 못하게 하고 파업을 하는 경우 형사처벌을 당할 수 있다고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고지했다. 이로인해 피해자인 응급실 근무 의사들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을 고지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현재도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의사들로 이뤄진 응급의학의사회는 김 의원의 해당 발언에 격노해 고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직접 처벌청원서를 모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의원에게 이와 관련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고 있지 않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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